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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14)

협상 시작 첫 5분 안에
꼭 해야 할 말

by중앙일보

한성자동차의 신동일 이사는 세일즈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3년 연속 판매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그에게 미팅 시작 첫 5분이 세일즈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물었다. 그는 첫 미팅 5분의 임팩트가 세일즈에 있어 70% 이상의 중요도를 차지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협상 시작 첫 5분이 주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협상 시작 첫 5분 안에 꼭 해야 할

세일즈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한성자동차의 신동일 이사.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그렇다면 협상에 있어 오프닝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협상에 있어 가장 좋은 오프닝 방법 중 하나는 먼저 상대방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성에 있어서 가장 심오한 원칙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략)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타는 듯한 갈증이다. 이러한 타인의 갈증을 제대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그 사람이야말로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협상의 오프닝을 인정으로 시작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하여금 정서적인 만족감을 갖게 하고, 협상 초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이끌 수 있다. 그럼 과연 무엇을 인정해야 하는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협상 테이블로 가기 전 조금만 고민해보면 상대를 인정해줄 수 있는 말은 의외로 너무나 많다.

상대방 호감 사는 인정 멘트들

협상 시작 첫 5분 안에 꼭 해야 할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인정에 대한 욕구'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진 Freepik]

“항상 전화기 넘어 안정감 있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뵈니 더 신뢰가 갑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업계에서 일 잘하고 꼼꼼하시기로 유명하시더군요.”

 

“지난주에 메일로 금일 미팅 안건을 사전에 공유해주셔서 많은 도움 됐습니다.”

 

“오늘 넥타이 색깔이 너무 좋은데요, 역시 김 부장님은 안목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가진 ‘인정에 대한 욕구’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다른 사람만이 채워줄 수 있다. 인정에 대한 욕구를 식욕, 수면욕, 성욕 등 인간의 다른 욕구와 비교했을 때 결정적인 차이는 결코 스스로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인정은 상대방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고,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은 그토록 인정에 목말라 한다.

 

둘째, 아무리 인정해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아무런 비용 없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고, 전반적인 협상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이끌 수 있다면 왜 이를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한국인들은 유독 인정에 박하다. 인정한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셋째. 상호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제아무리 잘나고 훌륭한 사람이라도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 사람의 단점부터 찾는다. 반대로 모자람이 많은 사람이라도 먼저 인정하면 상대방은 그 사람의 장점부터 바라본다. 인정에 있어서 철저하게 적용되는 원칙이 바로 상호성의 원칙이다.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면 먼저 본인이 상대방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인정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협상 시작 첫 5분 안에 꼭 해야 할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중앙포토]

영화배우 곽도원이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배우 최민식에게 깊게 감동한 사연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첫날 촬영이 끝나고 곽도원은 최민식과 저녁을 먹었다. 이 자리에는 하정우, 마동석, 김성균 등 내로라하는 영화배우들도 함께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최민식이 곽도원에게 술 취하기 전에 한마디만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영화 촬영 첫날 하늘 같은 대선배가 이렇게 이야기하자 혹시 본인이 촬영 현장에서 실수한 게 있을까 싶어 잔뜩 긴장하며 마음을 졸였다. 최민식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도원아 잘 봤다. 많이 배웠다.”

인정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협상 초반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오프닝 전략은 바로 ‘인정’이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류재언 변호사 yoolbonla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