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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8)

분식집 사장이 삼성전자 임원보다 창업 성공 확률 높다

by중앙일보

분식집 사장이 삼성전자 임원보다 창업

좋은 사업계획서는 사업아이디어나 가설에 대한 테스트 결과를 설명하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중앙포토]

좋은 사업계획서는 사업아이디어나 가설에 대한 테스트 결과를 설명하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계획서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현란한 그래프와 전문 용어 등을 동원해가며 보여주기 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자존심을 거는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렇게 영혼과 본질이 없는 사업계획서를 갖고 억지로 사업을 진행하려 하다 보니 주변에 책임을 떠넘기고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가치 있는 사업계획서를 만들 수 있겠는가. 이런 경험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사업계획서 작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백전백승, 안되면 되게 하라’며 계획서가 담고 있는 내용을 반드시 보장하고 지켜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에서조차 계획은 수시로 변경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계획이라는 건 예측한 상황이 현실에서 무엇이 맞고 틀린지를 개인과 조직이 학습하고 개선하며 함께 성장하는 실행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계획 수립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도 않고, 실수를 범하더라도 비난을 거두고 건설적 비판과 실행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 사업계획서 쓰는 이유 3가지

스타트업 창업가가 사업계획서를 쓰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시장과 고객을 알아내 사업에 대한 자기 확신을 위해 작성한다. 둘째, 이런 자기 확신을 고객에게 전하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기 위해서다. 셋째, 자기 확신을 주변에 알려 동업자 물색, 직원 채용, 투자 유치 및 재원 조달을 하려 함이다. 사업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평가로 성패가 갈리는 것이지, 사업계획서나 대표이사의 방송출연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사업계획서는 성찰과 비판을 통한 자아발전의 도구인 것이다.

분식집 사장이 삼성전자 임원보다 창업

사업계획서 작성은 처음부터 복잡하고 장황할 필요가 없다. 과정을 단순화시켜 A4용지 한 장만으로 충분히 작성할 수 있다. [사진 freepik]

난생처음 만드는 사업계획서는 A4 용지 한 장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더 많은 상세한 분석 내용을 첨가하면 된다. 다음 단계를 따라 생애 첫 스타트업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보자.

 

 

비전과 미션 만들기

이 사업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면 좋을지 그려보자. 마지막 모습을 잘 묘사한 비전이 사업계획서의 톤과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매각할지, 아니면 내 평생을 함께할지 등의 외형적 성취를 포함한 비전을 묘사해보자. 그 다음에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가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지를 명시하는 미션을 만든다. 미션은 매일 매일의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역할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회사 곳곳에 붙여 놓는다.

 

세부 목표 설정 및 전략 세우기

비전과 미션에 부합하기 위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한다. 비전을 '세상을 배부르게 한다'로 정하고 미션을 '창의적 사고를 통해 유기농 빵을 만든다'로 했다고 하자. R&D 목표는 ‘유기농 식재료 함량 10% 증가’, 영업 목표는 ‘관내 결식률 5% 인하, 유기농 빵 소비량 20% 증대’, 인사 목표는 ‘디자인씽킹 역량을 갖춘 인재 3명 고용’ 등으로 설정할 수 있겠다. 여기에 맞춰 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고안한다.

 

실행 계획은 일·주 단위로

스타트업의 전략 실행 계획은 연 단위 보다 일 단위·주 단위가 의미 있다. 극도로 제한된 자원을 갖고 비전과 미션에 부합하는 우선적 과제를 선별해 실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업계획서 작성은 성가시고 한숨부터 나오는 작업이지만, 처음부터 복잡하고 장황할 필요는 없다. 과정을 단순화하고 위 3단계를 염두에 두고 한장짜리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보자. 창업 시작 단계에서부터 지나치게 장황하고 완벽한 사업계획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은 결국 창업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지치게 만들 수 있다.

분식집 사장이 월급쟁이보다 창업 성공 가능성 커

분식집 사장이 삼성전자 임원보다 창업

사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해보며 주요 가설과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행에 옮기면서 무엇이 실현 가능한지,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사진 freepik]

사업계획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기 때문에 부정확성과 오류를 기본으로 전제해야 한다. 이 부정확성과 오류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와 시장과 고객을 만나 검증해 보는 방법이다. 사업계획서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행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사업계획서는 불안전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검증과 실행을 통해 완전체를 향해 개선해 나간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사업계획서를 창업가가 직접 작성해 봄으로써 주요 가설과 위험요인을 알게 된다. 또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행에 옮기면서 무엇이 실현 가능하고, 무엇이 실현 불가능한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창업가가 직접 사업계획서 만들어 봄으로써 자기 확신, 고객 획득, 인적·물적 자원 유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계획 없는 실행과 실행 없는 계획은 모두 무의미하다. 창업가는 시작부터 모든 중압감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밑바닥 일로부터 멀어지는 월급쟁이 생활을 오래 하다가 창업하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삼성전자 출신 대표이사가 매일 새롭게 밑바닥부터 검증하고 실행해야 하는 분식집 사장님보다 창업가로서 성공한 케이스가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래저래 창업가는 위대하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