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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중입니다"... 2100명 회원 거느린 독서 모임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by중앙일보

1962년,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인류를 달에 보내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점검하기 위해 미항공우주국(NASA)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청소부를 만난 대통령은 “당신은 뭘 하고 있나요?”라고 물었단다. 청소부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저는 지금 인류를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유료 독서모임 서비스 트레바리를 이끄는 윤수영 대표는 "왜 창업했느냐"는 질문에 대답 대신 이 이야기를 꺼냈다. "매일 매일의 일은 귀찮고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큰 꿈과 목표가 있다면 이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달 7일 지식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과 글로벌 사무실 공유 플랫폼인 위워크가 주최하는 ‘워크 체인저(work changer)’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선다.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중입니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사진 트레바리]

트레바리의 독서 모임은 참가비가 만만치 않다. 매달 한번씩, 4개월 간 모임을 참여하려면 19만~29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서비스는 시작 2년 반 만에 150개 클럽, 2100명이 참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Q : 트레바리에게 ‘인류를 달에 보내는 일’이란 무엇인가요


A : 독서와 독서모임은 달라요. 혼자 책을 읽을 땐 내가 좋아하는 것만 읽잖아요. 트레바리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남이 고른 책 혹은 같이 고른 책을 읽는다는 뜻이죠. 혼자 읽었다면 결코 읽을 일이 없는 책을 읽게 되는 거죠.

Q : 독서의 폭이 넓어지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요?


A : 혁신 기업들을 보면 실패를 장려하잖아요. 실패하기 위해 실패를 장려하는 게 아니라 진짜 큰 성공을 하려면 실패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고 그걸 또 말하는 건 개인에게 끊임없는 실패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고요. 그런 의미에서 트레바리는 인류를 혁신과 성공이라는 ‘달’에 보내는 일을 하는 거죠.


Q : 인류를 달에 보낼지언정 지금 트레바리가 하는 일은 청소 같은 건가요?


A : 네 명이 술 약속을 잡아도 할 일이 많잖아요. 날짜를 정하고 나서 중간중간 변동 사항은 없는지 체크하고, 장소 잡고 예약하고 하는 식의 일이요. 아주 자잘하지만, 시간이 은근 많이 들죠. 이게 8명이 되면 일은 두 배가 아니라 네 배가 됩니다. 저희는 15명의 사람을 모으고 책을 읽게 하고 독후감을 쓰게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네 번을 만나게 하기 위해 이런 일들을 합니다.

 

Q : 매일 매일 자잘한 일을 하는데도 일이 재미가 있나요?


A : 아뇨, 재미는 없어요. 술 먹고 놀 때가 재미있죠.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중입니다"

윤수영 대표가 트레바리 내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모습. 창업 초기엔 모든 모임에 들어가 내용을 기록했다고 한다. [사진 트레바리]

Q : 재미있는 일과 의미 있는 일 중 의미 있는 걸 선택했다?


A : 제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일은 남들도 다 재미있어하니까요. 그런 일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죠. 패션이나 엔터테인먼트, 게임 같은 분야가 그런 것 같아요. 다들 재미있어 하는 산업이다 보니까 경쟁도 치열하고 돈 벌기도 쉽지 않죠. 적은 돈을 받고도 일하려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저는 남들도 다 재미있어하는 분야에서 성공할 만한 천재가 아니에요.

 

Q : 의미는 있는데, 재미는 없는, 그래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트레바리였군요.


A: 그렇죠. 독서 모임은 재미있지만, 그 모임을 만들기 위해 자잘한 일을 하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요. 그걸 우리가 해주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Q : 사람들이 정말 지갑을 열까 불안하지 않았나요? 유료 서비스가 될 거라고 확신했나요?


A : 팔릴 것 같은 가격을 정했다면 아마 지금 가격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가난과 희생으로 선의를 증명하는 게 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트레바리가 아무리 멋진 변화를 만드는 회사라도 거기 속한 사람들의 지나친 희생으로 돌아간다면 그 업은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가격을 정했습니다.


Q : 안 팔리면 접을 생각이었나요?


A : 아뇨, 어떻게든 팔고야 말겠다고 생각했어요. 트레바리에 조금이라고 관심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일단 만나거나 연락하거나 했죠. 마케팅이 아니라 1:1 영업을 했어요.

 

Q : 창업 이후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고 있나요?


A :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육아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아이잖아요. 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도 아이들이죠. 트레바리를 한다는 건 순간순간은 힘들고 스트레스지만, 저는 큰 틀에서 트레바리를 하는 저 자신이 좋고, 또 제 삶이 행복합니다.

 

Q : 많은 사람이 일에 대해 불만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 그렇다고 모든 분들께 창업을 권하진 않아요. 투자할 때 기본은 포트폴리오를 짜는 거잖아요. 여기저기에 분산을 해서 위험을 줄이는 게 핵심이죠. 그런데 창업은 정확히 반대에요. 올인하는 거죠. 그래서 그만큼 리스크도 큽니다.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중입니다"

윤수영 대표와 트레바리 크루(직원)들. [사진 트레바리]

Q : 사실 창업 전에 카카오에서 일하셨잖아요. 다들 입사하고 싶어 하는 안정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기업 아닌가요?


A : 카카오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 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문과생으로서 제 경쟁력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획자로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기존의 직업·일의 개념을 부수고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사람, 워크 체인저. 윤 대표를 워크 체인저로 이끈 건 일과 그 일을 하는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었다. 그런 불안과 불만이 있다면 누구든 워크 체인저가 될 수 있는 필요 조건을 갖춘 것일지 모른다. 워크 체인저가 되기 위한 충분 조건을 찾아 움직여 볼 필요 조건 말이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