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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곤지암 정신병원 '철거'…
"공포 테마파크 개발은 아니야"

by중앙일보

곤지암 정신병원 '철거'… "공포 테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 옛 남양 신경정신병원 건물이 허물어졌다.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세간에 알려진 건물이다. 공포체험 성지로 꼽혔었다. 김민욱 기자

사라진 정문 철조망과 초소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 옛 남양 신경정신병원 앞. 영화 개봉 전부터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세간에 오르내리던 곳이다.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막으려 자물쇠로 굳게 잠갔던 흰색 철문은 이날 활짝 열려 있었다. 철문 위로 두른 윤형 철조망은 사라진 뒤였다. 다소 을씨년스러웠던 정문 초소도 마찬가지다.

 

“위위위잉~쿠웅.” 정문을 지나 170m쯤 비탈길을 오르니 포크레인이 건물 잔해를 퍼 올려 25t 덤프트럭에 싣는 중이었다. 옆으로는 이리저리 구부러진 쇠창살, 벽돌 등이 눈에 들어왔다. 미(美) CNN이 6년 전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체코의 세들레츠 납골당·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놀이공원 등과 함께 곤지암 정신병원을 선정한 후 이곳은 공포체험의 성지(聖地)로 꼽혔었다. 이제는 여느 건물 철거 현장과 다를 바 없게 변했다.

곤지암 정신병원 '철거'… "공포 테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 옛 남양 신경정신병원 부지가 팔리면서 잠긴 문이 열렸다. 김민욱 기자

곤지암 정신병원 '철거'… "공포 테

지난 4월말 찾았을 당시의 옛 남양 신경정신병원 정문.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옆으로는 무단침입을 금지하는 경고판이 보인다. 김민욱 기자

20여년간 방치됐던 공간 "팔렸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남양 신경정신병원은 1982년 8월 개원했다. 건축물대장을 보면 그달 11일 지상 3층짜리 병원 건물(연면적 1795㎡)이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후 90년대 초반 500㎡ 미만 크기의 건물 2동을 더 짓는다. 병원 증설은 당시의 경영상태를 짐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1996년 갑자기 폐원한다. 설립자 사망 후 아들인 홍씨 형제(당시 46·40세)가 상속받았지만, 형제 모두 미국에 머무는 데다 강화된 환경정책기본법으로 하수처리시설 등을 새로 갖춰야 해 아예 경영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후 20여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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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 포스터 속 건물은 이제 허물어졌다. [사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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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일명 남양 신경정신병원 건물. [사진 경인일보]

홍씨 형제는 현재 미 메릴랜드와 캘리포니아에 각각 거주하고 있다. 광주시내 S부동산업체를 통해 매수자를 찾아왔다. 이들 형제는 올 2월 영화 곤지암 개봉 이후 병원이 마치 ‘귀신 들린 장소’처럼 오해를 사면서 매각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달 초 복수의 매수의향자(투자자)가 나타났다. 이후 병원 건물이 들어선 대표 필지 외 3개 필지 6만9000여㎡에 대한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대표 필지의 개별공시지가는 1㎡당 22만6900원(지난해 1월 기준)이다. 전체 부지가 100억원 미만에 팔렸다고 한다.

한때 공포체험 성지, 개발계획 방향은?

옛 남양 신경정신병원 부지는 경강선 곤지암 역사와 직선거리로 1.7㎞ 떨어져 있다. 곤지암 역 주변으로는 현재 역세권 도시개발사업(17만6000여㎡)이 추진 중이다. 또 야트막한 비양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이 때문에 빌라 단지로의 개발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수익성을 고려해 산업단지로 바뀔 여지도 있다. 개발행위 허가의 제약으로 빌라 단지의 토지 활용도가 산단 보다 떨어진다는 게 매수자 측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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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주인을 찾은 옛 남양 신경정신병원 부지. [사진 네이버지도]

정신병원 부지 활용계획을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 컨설턴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방향을 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포 테마파크는 곤지암 주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아 검토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병원 건물을 신속히 철거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첫삽을 뜨기까지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병원부지가 광주 일대에 분포해 있는 조선백자 가마터(사적 314호)의 영향으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시굴조사를 거쳐야 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사에 필요한 도로 확보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수자 측은 “우범지역(폐공간)을 개선하는 사업인 만큼 관할 기관과 문제를 차근히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광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