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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축구화는 그냥 신발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by중앙일보

포지션·스타일 따라 특성 극대화

경량화 경쟁서 최근 기능성 강화

유니폼 대신 개성 표현 수단으로

다양한 색상 덕분 선수 구분 가능

축구화는 그냥 신발이 아닙니다, 과학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가운데)은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순간적으로 가속도를 붙이는 데 유리한 축구화를 선택했다. 지난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 하늘색 축구화를 착용한 손흥민. [뉴스1]

스포츠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uniform)’의 전제는 통일성이다. 동일한 디자인이 주는 소속감은 동료에 대한 신뢰감과 상대에 대한 투쟁심을 함께 높이는 효과가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도 고유의 색상과 디자인을 반영한 유니폼을 입는다.

 

같은 팀 선수(골키퍼 제외)라면 다 같은 유니폼을 입지만, 예외가 하나 있는데 축구화다. 두 팀의 유니폼이 뒤섞여 90분간 썰물과 밀물처럼 오가는 그라운드에서 축구화의 경우 브랜드는 물론, 제품과 색상까지 선수 개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플레이 대부분을 발로 하는 종목 특성상, 축구화는 선수의 특성과 장점을 극대화하는 ‘무기’ 역할을 한다. 축구선수들이 축구화를 고를 때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전세계 축구화 제작사들은 제품 개발의 초점을 ‘경량화’에 맞췄다. 한 짝의 무게가 200~300g이던 게 100g 초반대까지 내려갔다. “신은 것 같지 않다”는 선수들의 평가가 칭찬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축구화는 부상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제품 개발의 지향점이 ‘기능성 향상’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포지션에 따라 다른 축구화를 신는 게 유행한 적이 있지만, 최근 들어선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에 맞는 축구화를 고르는 추세다.

 

한국 축구대표팀 23명 선수의 축구화 브랜드는 네 가지다. 나이키가 11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고, 미즈노(6명)와 아디다스(5명)가 그 뒤를 따른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유일하게 푸마를 신는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나이키 8명, 미즈노·아디다스 각 7명, 푸마 1명)와 비교하면 나이키가 조금 늘었고 아디다스는 조금 줄었다.

축구화는 그냥 신발이 아닙니다, 과학

축구대표팀 축구화 브랜드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가 같은 브랜드의 축구화를 신더라도 서로 다른 모델의 제품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격수 가운데 손흥민은 ‘아디다스 엑스18+’를 착용한다. 스피드가 장점인 선수를 위해 개발한 모델이다. 순간적으로 공간을 침투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손흥민 스타일과 잘 맞는다.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모하메드 살라(이집트),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 등이 같은 모델을 신는다.

 

공격수이면서 손흥민과 같은 아디다스를 선택한 이승우는 ‘네메시스18+’를 신는다. 순간적인 방향 전환 등 발목 근육을 자주 쓰는 선수들을 위한 제품이다. 발 전체를 특수 밴드로 감싸 착화감을 높였다. 이승우의 롤모델인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도 이 모델을 선택했다.

 

플레이메이커 기성용은 ‘나이키 마지스타 오브라2’를 선택했다. 나이키 측은 “유연한 바닥재를 활용해 접지력을 높였고, 패스할 때 볼을 정확히 보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축구화는 양말처럼 발목까지 감싸는 디자인과 흔히 봐왔던 일반적인 디자인으로 크게 나뉘는데, 기성용은 두 가지 디자인을 모두 신어본 뒤 발목이 높지 않은 제품을 골랐다. 세계적인 중앙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가 같은 축구화를 신고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도전한다.

 

키 1m97㎝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미즈노 모렐리아 네오2’를 신는다. 캥거루 가죽 재질로 착화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와 몸싸움이 많고 점프 등 체중을 실어야 하는 움직임이 많은 선수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다.

 

요즘은 기능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하는 게 축구화의 추세다. 그 덕분에 축구화가 유니폼에 가려진 선수의 개성을 뽐내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선수의 얼굴이나 등 번호가 보이지 않더라도 팬들은 축구화의 색상과 디자인 만으로도 선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손흥민은 하늘색, 이승우는 오렌지색 축구화를 신는다. 김신욱의 축구화는 강렬한 빨강색이다. 통일성을 중시해 다양한 제품군의 메인 색상을 흰색으로 통일한 나이키는 축구화 색깔만으로 선수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나이키는 대신 축구화 바닥 색깔을 다르게 했다. 마지스타를 신는 기성용은 빨강색, 하이퍼베놈을 신는 황희찬의 축구화 바닥은 연두색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