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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지뢰 터져도 멀쩡한 장갑차 직접 몰아보니…SUV 승차감

by중앙일보

420 마력 힘으로 시속 100㎞ 질주

철갑탄 방탄에 타이어 터져도 달려

승차감은 SUV와 별반 다르지 않아

에어컨 잘 나오고 후방 카메라 주차

[배틀그라운드] 軍, 새로 개발한 보병전투형 장갑차 본격 투입

지뢰 터져도 멀쩡한 장갑차 직접 몰아

보병전투용 장갑차는 바퀴 축은 4개, 총 8개 바퀴로 움직인다.[사진 현대로템]

걸어서 보병이라고 한다. ‘걸음 보’를 붙여 보병(步兵)이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기갑이나 포병, 공병과 달리 주로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하지만 예비역 장병이 간직한 고통스런 행군의 추억은 이젠 옛말이 될 것 같다. 군 당국은 올해부터 차륜형(바퀴형) 장갑차 전력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달 18일 현대 로템 창원 공장을 찾아 신형 장갑차의 성능을 직접 확인해 봤다. ‘1종보통’ 운전면허를 받고 승용차만 운전했던 기자가 직접 핸들도 잡아봤다. 주행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까.

 

기계화 부대에선 보병 9명이 탑승하는 K-21 보병전투차를 운용한다. K-21은 구경 40mm기관포를 무장해 사실상 경전차로 불린다. 그래서 K-21은 전투장갑차(AFV: Armoured Fighting Vehicle)에 가깝다.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위협이 낮은 작전에 투입하기엔 과도한 능력과 큰 비용(대당 40억 원) 때문에 ‘오버 스펙’이다. 무게 25톤에 최고속력은 시속 70㎞ 수준인데 궤도(케터필러)로 움직여 무겁고 느리며 소음도 크다.

지뢰 터져도 멀쩡한 장갑차 직접 몰아

K-21보병전투차에 탑승했던 군인들이 밖으로 뛰어 나오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군 당국은 대안을 마련했다. 신형 차륜형 장갑차를 연말까지 260대, 2023년까지 총 600여대를 구입할 계획이다. 2016년 5월 개발을 끝낸 뒤 지난해 16대를 전방 부대에 배치해 야전에서 실전적인 성능 확인도 마쳤다. 전방지역에는 K808 보병전투용(바퀴 4축, 8×8형)을 투입해 신속한 전투와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후방지역 도심작전과 지역 수색정찰 및 주요시설 방호임무 수행에는 K806 기본형(바퀴 3축, 6×6형)을 배치한다. 군 관계자는 “K808은 전방지역 기동타격 임무를 맡고, K806은 공군기지 방호나 대테러 및 대간첩 작전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K808은 K806보다 바퀴가 많고 상대적으로 차체가 길어 한국의 울퉁불퉁한 야전 지형에서 기동하기에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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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장갑차에 올라 성능을 확인하고 시범 주행을 했다. [사진 중앙포토]

이번에 탑승해 본 보병전투용 장갑차는 ▶길이 7.4m ▶높이 2.6m ▶폭 2.7m ▶무게 16톤 수준으로 K-21 보다 대폭 가벼워 졌다. 궤도가 아닌 바퀴로 움직여 도심 작전에도 유리한다. 최대속도 시속 100㎞(420마력)까지 가능해 빠른 기동성도 보장된다. 주행거리 600㎞ 수준이라 한번 주유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할 수 있다. 장갑차의 장갑으로 분대급 보병 전투요원을 적 소화기로부터 보호하면서 작전지역에 조용하고 신속하게 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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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원을 작동하면 가장 먼저 태극기가 화면에 나온다. [사진 중앙포토]

직접 장갑차에 올라봤다. 좁은 조종석 해치로 들어가 자리 잡았다. 핸들만 보면 일단 승용차와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점은 시동을 걸기 전 한 가지 절차가 더 있다. 장갑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전원 장치를 가동했다. 컴퓨터 부팅과 같았다. 어둡던 모니터에 빛이 들어오더니 태극기가 나타났다. 제조사 상표를 가장 먼저 노출하는 일반 상용차와 확실히 다른 특징이다. 태극기가 사라진 뒤 영상이 들어왔다. 후진할 때 볼 수 있는 바로 그 후방 카메라 영상이다. 차체가 커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운전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다른 목적도 있다. 후방 램프를 열고 보병 11명이 탑승하기 때문에 승하차 상황까지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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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석 화면을 통해 뒷쪽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중앙포토]

장갑차 뒤쪽으로 이동해 램프를 밟고 승차한 뒤 의자에 앉아 봤다. 의자는 유압 장치를 달아 충격을 흡수해 승차감을 높였다. 의자 폭은 넉넉했고 옆 병사와 충돌해 다치지 않도록 보호장치가 머리 좌우를 감싸준다. 장갑차 내부에선 다칠 염려가 없다. 냉난방 편의 시설도 갖췄다. 송풍구를 여러 곳에서 발견했다. 외부 공격도 튼튼히 막아낸다. 중구경 철갑탄(AP) 및 대인지뢰방호도 가능해 총탄이 빗발치는 전투구역 중심까지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 부가장갑을 덧붙이면 방호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부가 옵션도 다양하다. 장갑차 내부의 공기 압력을 높여 외부의 공기가 유입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양압장치)으로 화생방 방호도 가능하고, 엔진에 화재가 발생하면 레버를 당겨 한 번에 불을 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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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에 탑승한 기자가 좌석에 앉아 해치를 열고 있다. [사진 현대로템]

장갑차가 작전구역에 도착하면 탑승 보병은 빠르게 하차한 뒤 장갑차 외부에 달아 둔 군장을 들고 전투에 돌입한다. 장갑차 내부에선 잠망경으로 외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천장에 달린 해치를 열고도 나갈 수 있지만 일어선 상태로 사격도 가능하다. 장갑차 임무는 이때도 계속 된다. 연막탄을 발사해 시야를 차단해 은폐 및 엄폐를 돕는다. 또한 외부에 장착한 K-4 고속유탄발기(40mm)와 K-6 중기관총(12.7mm)으로 보병 전투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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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장치가 달려 있지만 조작 방법은 간단하고 일반 승용차 핸들과 같아 운전에 어려움이 없다. [사진 중앙포토]

본격적인 시운전을 시작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엔진버튼을 길게 누르자 묵직한 진동과 함께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운전은 단순했다. 정차 브레이크 풀고 기어를 주행으로 내린 뒤 가속 페달에 힘을 올리자 서서히 움직였다. 원형 핸들을 돌려 방향을 바꿔봤다. 오토매틱 자동차를 운전해 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었다. 급커브와 경사로 주행도 어렵지 않았다. 승차감은 SUV 차량 탄 것처럼 매우 좋았다. 그러나 승용차보다 차체가 무겁다 보니 급제동을 하지 않으려면 여유를 두고 서서히 멈춰야 했다.

지뢰 터져도 멀쩡한 장갑차 직접 몰아

가운데 핸들로 방향을 조작하며 각종 조작 장치와 모니터가 전면에 위치한다. 가속 및 제동 장치는 일반 자동차와 같이 의자 아래 위치해 있다. [사진 중앙포토]

태극기가 나왔던 모니터가 곧 계기판이다. 전자 계기판에서 속도와 엔진 RPM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장갑차 상황도 보여줬다. 변속오일 온도, 엔진오일 온도, 축전지 전압, 연료량, 냉각수 온도 등 실시간 정보가 나왔다. 주행 방법도 조절할 수 있다. 고속 주행모드에선 4바퀴가 구동하고 험지에선 8바퀴가 모두 힘을 준다. 바퀴는 개별적으로 구동할 수 있어 험지 돌파에 유리하다. 바퀴들은 지형에 따라 제각각 자동으로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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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공기압을 조절할 수 있다. [사진 중앙포토]

악조건에서도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특별히 보강된 기능이 있다. 전술타이어는 내부에 런플랫이 내장돼 있어 피탄시에도 시속 48㎞ 속도로 1시간 이상 주행할 수 있다. 공기압자동조절장치(CTIS)를 적용해 노면 접지압에 따라 압력을 조절할 수 있다. 승무원이 차량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버튼을 눌러 ▶포장 ▶야지 ▶모래/진흙 상황에 맞는 모드를 선택하면 바퀴의 공기압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하천이 많은 한국 지형에도 특화됐다. 꽁무니에 워터제트를 장착해 최대시속 8㎞ 속도로 수상주행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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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정이 일반 자동차 조립 공정과 매우 유사하다. [사진 현대로템]

군 관계자는 “향후 군단, 사단 작전구역이 늘어날 때 공격작전의 효과를 높이려면 보병도 신속하게 이동해야 한다”며 “차륜형장갑차를 도입하면 보병도 조용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생존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국 동향을 보면 한국보다 병력대비 장갑차 비율도 높고 차륜형 장갑차는 세계적 추세”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런 추세는 국방개혁 추진 방향과도 일치한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날쌘 표범과 같은 신속기동군’으로 군대를 바꾸고 있다. 다른 군 관계자는 “아파치 공격헬기로 전차 역할을 대신하고 기동성이 강점인 차륜형 장갑차를 더 많이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생산 공장을 들어서니 자동차 조립 라인과 비슷했다. ‘흐름 생산’ 방식을 적용해서다. 지금까지는 한자리에서 장갑차의 모든 조립을 완성하는 ‘배치 생산’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차륜형장갑차는 전차보다는 일반 차량 특징과 가까워 생산방식을 바꿀 수 있었다. 흐름 생산방식을 적용해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생산이 가능해졌다. 업체 관계자는 “차체가 도착해 조립을 시작한 뒤 완성까지는 2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양산가격은 15억 원(1대 기준)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