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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접시보다 더 접시 같은…
나무도마 전성시대

by중앙일보

김밥·빵·스테이크 등 두루 어울려

"한끼를 먹어도 멋지게" 취향저격

항균 기능 있는 친환경 제품 인기

두 달마다 식물성 오일 발라줘야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비롯해 TV 예능 ‘미운우리새끼’ ‘효리네민박’ ‘숲속의 작은집’ 등 인기 프로그램에서 요리 장면이 나올 때 빠지지 않는 소품이 있다. 나무 도마다. 나무 도마의 인기는 SNS에서 확실하게 눈에 띈다.

 

인스타그램에는 ‘나무 도마’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2만5400건이 넘는다. 흥미로운 건 나무 도마 위에 올라와 있는 게 손질이 필요한 식재료가 아니라 완성된 음식이라는 점이다. 본래 칼로 음식 재료를 썰거나 다질 때 밑에 받치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TV나 SNS 속 나무 도마는 그릇으로 쓰인다.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이상민은 값싼 재료로 요리하지만 멋스러운 상차림을 보여주고 싶을 때 아끼는 나무 도마를 이용해 플레이팅 했다. ‘효리네민박’에서 이상순은 살치살 스테이크를 나무 도마에 담아 더욱 먹음직스럽게 연출했다.

접시보다 더 접시 같은… 나무도마 전

나무 도마가 최근 플레이팅 용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필리가]

실제로 나무 도마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호주산 캄포 로렐 나무로 만든 수공예 도마 브랜드 ‘필리가’에 따르면 대표 제품 ‘큐시클’의 경우 전년 대비 판매량이 28% 증가했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도 나무 도마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자주의 ‘아카시아 도마’는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했다. 나무 도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판매하는 곳도 크게 늘었다. 도자 브랜드 ‘광주요’는 지난 4월 나무 도마를 출시했다. 유명한 개인 공방은 띵굴시장·보부상 등 플리마켓과 리빙 페어에 참여해 나무 도마를 판매한다.

접시보다 더 접시 같은… 나무도마 전

도자 브랜드 '광주요'가 4월 출시한 캄포 나무 소재의 나무 도마. 아래쪽을 좁아지게 재단해 들고 나르거나 쟁반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광주요]

자연 소재로 멋스러운 플레이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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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블로거 박진숙씨는 평소 나무 도마를 플레이팅에 자주 사용한다. 사진은 김밥을 담은 모습. [사진 미소로의 만지막만지작 블로그]

나무 도마의 인기 비결은 플레이팅에 대한 높은 관심에서 비롯됐다. SNS에서 자신의 식탁을 공유하는 일이 일상이 됐고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예쁘게 먹자는 현대인들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플레이팅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무 도마는 자연 소재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멋스러움이 있어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요리 블로그 ‘미소로의 만지막 만지작’을 운영하는 주부 박진숙(54)씨는 정성껏 만든 요리를 담을 때 나무 도마를 즐겨 사용한다. 박씨는 “나무 도마는 빵·스테이크 같은 양식뿐 아니라 주먹밥·김밥 같은 한식을 올려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연 소재인 만큼 같은 크기의 도마일지라도 나뭇결이나 색상이 조금씩 달라 개성 있는 플레이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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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명소로 입소문난 이태원 '썬댄스플레이스'의 오픈 샌드위치. 나무 도마에 담아 재료 고유의 색깔을 더욱 돋보이게 플레이팅 했다. [사진 썬댄스플레이스]

인기 식당들에서도 나무 도마는 필수품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태원의 브런치 명소 ‘썬댄스플레이스’는 오픈 샌드위치와 BBQ 등을 나무 도마에 담아낸다. 수제 맥주 펍 ‘데블스도어’도 치킨·피자 등의 주요 메뉴를 손님에게 낼 때 나무 도마를 사용한다. 데블스도어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 임경록 홍보파트장은 “나무 도마는 일반 그릇보다 식재료의 색이 더 살아날 뿐 아니라 뜨거운 음식을 담아냈을 때 안전한 장점이 있어 서빙하는 직원과 고객 모두 안전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식당 뿐 아니다. 삼겹살 맛집으로 유명한 ‘금돼지식당’은 나이테가 살아있는 원형 아카시아 나무 도마에 생고기를 올려 서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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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돼지식당은 아카시아 나무 도마에 생고기를 담아낸다. 전유민 인턴기자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을 찾는 사회적 분위기도 원목 나무 도마의 인기 비결이다. 롯데백화점 주방·식기 담당 임현정 바이어는 “캄포 나무를 비롯한 나무 도마들은 천연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물로 세척 후 세워서 보관해야 오래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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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도마는 붉은색이나 초록색 재료로 포인트를 주면 음식이 더욱 강조된다. [사진 이케아]

나무 도마를 이용해 플레이팅 할 때 알아두면 유용한 팁이 있다. 다른 소재의 그릇과 함께 플레이팅 할 땐 자연 소재인 나무 도마의 특성상 너무 화려하고 광이 있는 그릇보다 단색이나 단순한 형태의 식기가 잘 어울린다. 또한 나무색과 대조되는 붉은색 또는 초록색 계열의 과일·채소로 포인트를 주면 음식이 더욱 강조되는 효과가 있다. 피자나 빵은 나무 도마에 담아내면 갓 구워낸 듯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캄포 나무처럼 묵직한 나무 향이 강한 나무 도마는 호불호가 나뉘는데 만약 향이 싫다면 유산지 등을 깔고 사용하면 음식에 나무 향이 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문인영 101레시피 대표는 “기다란 모양의 도마엔 음식을 늘어놓듯 담고 원형 도마엔 구역을 나눠 종류별로 올려주는 게 먹음직스러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뜨거운 음식이 표면에 바로 닿으면 도마가 상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테이크는 실온에서 레스팅한 후 담아야 도마가 상하는 것을 막고 육즙도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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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유산지를 올린 후 사용하는 게 좋다. 사진은 데블스도어의 미트치즈핑거. [사진 신세계푸드]

오래동안 사용하려면 무엇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먼저 사용한 도마는 간단하게 물로 세척 후 마른 수건으로 닦아세워서 보관한다. 음식찌거기나 세제 등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닦아줘야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강한 햇볕은 도마 표면의 수분을 마르게 해 갈라지거나 휘게 할 수 있으므로 서늘한 곳에서 말린다. 오랜 시간 물에 담가두거나 철수세미나 분말 세제도 피한다. 2~3개월에 한 번씩 포도씨유 같은 식물성 오일을 도포한 후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면 나무 특유의 색상과 수분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