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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北, 회담일정 안 알려줘···폼페이오, 숙소조차 몰랐다"

by중앙일보

美 블룸버그 기자의 방북 취재기

"北, 회담일정 안 알려줘···폼페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6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이번 방북은 세상에서 가장 은둔하고 예측 불가능한 정권을 상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줬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니컬라스 워드험 기자의 북한 취재기 중 일부다. 그는 지난 6~7일 ‘평양 회담’을 취재하려는 목적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일행의 방북에 동행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홈페이지에 올린 자신의 북한 취재기에서 워드험은 “방북 일정이 온통 베일에 싸였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6일 오전 평양 도착 당시 폼페이오 장관 일행은 자세한 방북 일정을 전달받지 못했다. 심지어는 숙소조차 파악 못 했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워드험은 “한 마디로 30시간도 안 되는 혼란스러운 방문의 시작이었다. 폼페이오 장관 및 수행단, 그리고 동행한 기자 6명은 예상치 못하게 평양 외곽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일행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이 불발된 점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워드험은 “최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눌 수 있을줄 알았다”며 “수행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워드험은 “(이런 가운데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北, 회담일정 안 알려줘···폼페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일정에 동행한 블룸버그 통신 니컬라스 워드험 기자가 공개한 사진. [니컬라스 워드험 트위터]

그러면서 워드험은 “북한이 주민 대부분이 굶주린단 현실을 숨긴 채 애써 ‘풍요로움’을 드러내고자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그는 “게스트하우스 객실마다 바나나·포도·오렌지 등이 담긴 과일 바구니가 놓여져 있었다. 비워진 바구니는 금새 과일로 채워졌다”며 “인터넷 속도 역시 빨랐으며, 평면 TV에선 BBC 방송이 나왔다. 북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는 없었다”고 묘사했다.

 

워드험은 “폼페이오 장관 역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식사에서 여러 코스 음식을 대접받았다”며 “푸아그라, 칠면조, 수박, 아이스크림, 콜라 등의 메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방북한 취재진을 호의적으로 대했다고 워드험은 전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은 이런 (고위급) 회담에서 30초 가량의 짧은 스케치를 취재진에게 허용했다. 그런데 이번엔 몇 분의 시간을 줬다”며 “김영철 부위원장 역시 기자들에게 ‘더 자주 올수록, 더 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드험은 “게스트하우스 건물 인근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은 여전히 제한됐다. 또 주변 호수를 산책할 때도 경비원이 나무 뒤에서 몰래 감시했다”며 북한 당국의 경계심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