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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보는 놈도 처벌하라”…여성 1만5000명 폭염속 '광화문 외침'

by중앙일보

"몰카 팔아 억대 연봉 헤비업로더

벌금이 5만원, 몰카 천국 아닌가"

수사기관·사법부 편파 수사 비판

"여성 검찰총장·경찰청장 임명" 주장


불법촬영 수사에서 여성이 불평등을 겪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여성 시위가 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지난 5·6·7월에 이어 네 번째다. 앞선 세 차례의 시위는 혜화역에서 열려 ‘혜화역 시위’로 불렸지만, 4차 시위는 서울 도심인 광화문에서 열렸다.

“보는 놈도 처벌하라”…여성 1만50

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불법 촬영 사법 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열렸다. 이 날 시위에는 약 1만5000여 명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홍지유 기자

이날 시위에는 오후 7시 기준 경찰 추산 1만 5천여 명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최종 참여 인원을 7만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경찰은 광화문 광장의 크기 등과 설치한 펜스의 개수를 고려하면 1만5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시위에 이어 이번에도 경찰의 불법 촬영 관련 수사가 편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뷔페수사’ 전부 수사해’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보는 놈도 처벌하라”…여성 1만50

한 집회 참가자가 '뷔페 수사 선택 수사 차별 수사'라고 쓰여진 시위 피켓을 들고 있다. [김정연 기자]

불법 촬영 범죄에 남성들이 광범위하게 일조하고 있다는 외침도 나왔다. 일부 참가자는 “찍은 놈 올린 놈 보는 놈 가해자는 입 다물어” “모든 한국 남자는 범죄자다” 등 피켓을 들어 올렸고, “찍는 놈도 올린 놈도 파는 놈도 보는 놈도 구속 수사 엄중 처벌 촉구한다“고 외치며 불법 영상을 촬영하지 않았더라도 보거나 방관했다면 모두 가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는 놈도 처벌하라”…여성 1만50

한 집회 참가자가 불법 촬영물에 대해 촬영자뿐 아니라 소비하는 남성들 또한 범죄자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있다. 김정연 기자

시위대는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 노래를 개사해 “여혐민국 한국에 불법촬영자 대한민국 경찰이 방관하시고 대한민국 법원은 풀어주시니 대대손손 안 잡힌 몰카충 많아”라고 불렀다. 이어 “여남 경찰 9:1로 만들어라” “여성(검찰)총장, 여성(경찰)청장 임명하라” “여성가족부 예산 증원으로 응답하라” “벼슬아치 남(男)사법부 각성하라” 등 구호를 수차례 외쳤다.

“보는 놈도 처벌하라”…여성 1만50

5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삭발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연 기자

이 날도 지난 시위에 이어 삭발식이 진행됐다. 5명의 참가자들이 무대 위로 나와 삭발식과 함께 자유 발언을 이어갔다. 한 참가자는 “불법 촬영물 팔아 억대 연봉 받은 헤비업로더(상습 유포자)에 벌금 5만원 물리는 나라가 몰카 천국이 아니란 말입니까”라고 외치며 “한국 여성의 생존권은 5만원 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대 맞은편에선 환호성과 함께 “자이스(자매님, 나이스)”가 터져 나왔다. 무대 맞은 편에서 삭발식 발언을 지켜보던 일부 참가자는 눈물을 닦았다.

“보는 놈도 처벌하라”…여성 1만50

한 집회 참가자가 멧돼지가 '쿵쾅쿵쾅'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넣은 피켓을 들고있다. 이는 일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스트를 멧돼지로 비하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김정연 기자

불법 촬영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비판하는 연극 퍼포먼스도 꾸려졌다. 판사 복장을 한 시위 참가자가 불법 촬영물 상습 유포자를 향해 “웹하드에 올려주신 것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300만원 내고 판사 잘 하고 있다”며 “그냥 보내드리긴 뭐하니까 벌금 5만원만 내고 가세요”라고 판결을 내렸다. 한 불법 촬영물 상습 유포자가 경찰에 적발됐지만 즉결 심판을 통해 5만원의 벌금형에 그친 것, 지하철에서 불법 촬영을 한 현직 판사가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된 것을 비꼬는 퍼포먼스였다. 무대 아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개XX들아” 하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보는 놈도 처벌하라”…여성 1만50

한 집회 참가자가 불법 촬영 영상이 소비되는 현실을 만화를 통해 꼬집었다. 불법 촬영물은 '국산 유출' 등의 제목을 달고 퍼져나간다. 김정연 기자

한편 이날 시위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여성은 집회 현장을 지켜보며 “이만큼 여성들이 일상적인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시위의 과격성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그렇게(과격하게) 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반론했다. 윤치섭(28?남)씨는 “좀 더 가까이 시위 현장을 보고 싶었는데 분위기가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했다”며 “여성들의 분노하는 이유는 알지만 미러링은 똑같은 폭력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