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 주식 투자로 올해 1조5572억 까먹었다

[트렌드]by 중앙일보

해외 주식 수익 1.7% 작년 6분의 1

운용본부장 1년 넘게 공석 큰 영향

기금 고갈 2057년보다 더 빨라질 듯

“연금 개편보다 수익률 향상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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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3년 당겨진 가운데 올해 들어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해외 주식 수익률도 지난해 6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 성과 자료를 분석해 13일 공개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1.18%다. 5개월간 원금 1조5572억원을 까먹었다. 지난해(26.31%)에 비하면 초라하다. 국내 주식시장이 안 좋긴 했지만 시장 수익률보다 나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국민연금이 성과 평가 지표로 삼는 벤치마크 수익률(-0.25%, 코스피 200 등락률)보다도 0.93%포인트 밑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 수익률은 1.67%다. 지난해(10.68%)에 한참 못 미친다.


국민연금은 2013~2017년 주식뿐 아니라 전체 자산 운용에서 연 4~7%대 수익률을 냈다. 올해 5월 말 기준 수익률은 0.49%(3조원)에 불과하다. 이를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1.16%로 추정된다.


급격한 실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기금운용본부의 리더십 부재다. 수장인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 넘게 비어 있다. 후임자 선정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이 드러났다. 지난달 다시 CIO 공모 절차가 시작됐고, 최근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냈다.


연금공단 고위 간부를 지낸 한 전문가는 “기금을 운용할 때는 수익을 내기 위해 좋은 자산을 골라 사지만 증권회사는 주식을 사려는 사람에게 연결해서 파는 역할을 한다. 증권사 경력은 기금 운용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주 전 사장이 되면 ‘그를 앉히기 위해 곽 전 대표를 낙마시켰다’는 오해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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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쌓아둔 연금 기금 규모는 634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3조원은 운용 수익이다. 수익률 1%포인트가 오르면 기금 고갈을 5~6년 늦춘다.

전문가들은 기금 운용 수익률이 올해처럼 바닥을 친다면 고갈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닥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이너스 수익률은 연금 개혁을 더 어렵게 할 소지가 크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연금을 보면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마저 까먹어 연금 고갈 시기가 빨라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재정 고갈 시점과 곤두박질치는 수익률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보험률 인상과 수급개시 연령 상한 카드부터 꺼내들 태세”라고 비판했다.


김순례 의원도 “보험료 인상, 가입연령 상향, 수령 시기 연장 논의에 앞서 기금운용본부 조직 안정 등 노력을 기울여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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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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