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거기 어디?] 나폴리 피자 장인협회가 인정한 맛

[푸드]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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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치킨+맥주)’이냐 ‘피맥(피자+맥주)’이냐. 매일밤 축구 경기가 열리는 월드컵 기간, 관전을 앞두고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한동안 치맥 열풍이 휘몰아치며 맥주의 진정한 짝은 치킨뿐인듯 했지만 최근 몇 년새 피자가 급부상했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피자를 메인 메뉴로 내세운 수제맥주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서 해시태그 ‘#피맥’ 언급량은 27만 건에 달한다.

피맥이 치맥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지금, 맥주보다는 와인에 어울리는 피자로 승부를 거는 피자집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1년에 걸쳐 공수해 온 화덕으로 정통 나폴리 피자를 구워내는 성수동의 핏제리아(피자를 파는 레스토랑) ‘다로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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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로베’의 강우석(38) 오너셰프는 아시아 지역에 나폴리 피자를 전파한 대부 격인 살바토레 쿠오모 셰프의 제자다. 일본에서 쿠오모 셰프를 만난 뒤 한국의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오픈 멤버로 참여해 6년간 일했다. 나폴리피자장인협회(APN) 한국지부 부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에서 나폴리 피자를 재현하고 전파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덕분에 다로베는 ‘현지의 맛에 가장 가까운 나폴리 피자집’으로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5일 가오픈 이후 인스타 해시태그 ‘#다로베’가 1600개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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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점심, 서울숲 가까이 위치한 다로베를 찾았다. 분당선 서울숲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에서 5분 거리다. 차가 다니는 골목에 있지만 야외 좌석 둘레에 초록 화분을 한가득 놓아 나름의 작은 정원의 느낌이 난다. 초록색 차양 위에 그려진 다로베의 로고는 강 셰프가 직접 그린 아들의 얼굴이다. 다로베는 '로베의 집'이라는 뜻. 강 셰프의 이탈리아 이름이 로베르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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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내부는 흔히 떠올리는 휴양 도시 나폴리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나폴리의 핏제리아들은 대부분 흰색과 선명한 빨간색을 사용해 밝은 톤의 인테리어를 한다. 하지만 다로베는 천장을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나무 테이블과 어두운 색의 철제 의자를 배치했다. 벽에 걸린 메뉴판이나 예약석 안내판 등이 빨간색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하다. 강 셰프는 “나폴리스럽기보다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가 목표였다”며 “영국 쇼디치 거리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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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로베의 정체성은 부엌에 놓인 화덕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화덕 장인 지아니 아쿤토에게 주문 제작한 다로베의 보물이다. 강 셰프는 두 차례 나폴리를 직접 찾아가 자재 선택부터 디자인까지 꼼꼼하게 제작에 참여했다. 바닥재로는 베수비오 화산재가 쓰였다. 강 셰프는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석은 도우가 부풀어오르는 효과를 극대화시켜 나폴리 피자를 재현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을 의뢰하고 완성품이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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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에서 만들어진 화덕에서 구워 낸다고 해서 모두 ‘나폴리 피자’가 되는 건 아니다. 세계적인 조직인 나폴리피자장인협회에서 정한 규정이 있다. 반죽을 피자도우로 만드는 작업을 반드시 손으로 할 것, 가공 치즈가 아닌 생치즈를 사용할 것, 가스가 아닌 장작 화덕을 사용할 것 등이다. 바닥 두께는 2~3mm, 크러스트 부분은 2cm 내외, 피자 전체 사이즈는 지름 29~33cm 이내여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고, 450도가 넘는 화덕에서 1분 30초만에 피자를 알맞게 구워내는 작업은 절대 쉽지 않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12월 나폴리 피자 기술자 ‘피자이올로’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강 셰프는 좋은 피자를 만드는 첫 번째 조건으로 반죽 관리를 꼽았다. 화덕과 토핑 재료 관리도 중요하지만 반죽에서부터 차별화를 노린다. 이스트와 물의 양을 계절마다 조금씩 달리 하고, 빵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숙성 시간을 조절하는 등 환경 변화에 섬세하게 대응한다. “어제는 새벽 3시에 나와서 반죽을 만들었어요.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과발효될까봐 최대한 시원한 시간을 고른 거죠. 어떤 날은 자정에도 나오고요.” 피자가 구워지는 시간은 1분 30초. 하지만 준비하기까지는 20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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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는 도우를 반달 모양으로 접어 굽는 피자 ‘칼조네’다. 도우 사이에는 리코타 치즈와 프로슈토 고토 햄을 넣고 고기 풍미가 있는 라구 소스를 올려 마무리한다. 토핑을 빵으로 덮어서 굽기 때문에 촉촉한 식감이 유지된다. 강 셰프는 “칼조네는 현지에서 흔히 먹는 형태의 피자로 이탈리아의 만두라고 보면 된다”며 “한국에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다로베의 스페셜 메뉴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가격은 2만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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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피자대회 1등’이라는 설명이 붙은 ‘비스마르크’는 최근 주문이 부쩍 늘었다.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카푸토컵(나폴리 피자 장인 대회)에서 다로베 직원이 이 메뉴로 1등을 했다. 물소 젖으로 만든 부팔라 모차렐라 치즈, 프로볼로네 치즈, 프로슈토 고토 햄과 함께 중앙에 달걀 노른자가 올라간다. 바질과 트러플 오일이 풍미를 더한다. 가격은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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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살라미·올리브 등 10가지 전채 요리가 섞여 나오는 ‘안티파스토 미스토(2만 5000원)’, 게·조개·새우 등으로 만든 해산물 파스타 ‘아쿠아 마레(3만 8000원)’도 인기 메뉴다. 강 셰프는 “유러피안 스타일로 메뉴를 구성하다보니 맥주보다는 와인과 더 잘 맞는다는 의견이 많다”면서도 “피자는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어울리는 술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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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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