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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1200명에 진로 상담한 그녀..."사표 쓰기 전 여섯가지 질문 던져라"

by중앙일보

잠깐만요! 사표를 던지기 전, 당신이 한번 더 질문할 것 6

1200명에 진로 상담한 그녀..."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1년에 300명 이상 커리어를 상담하고 미래 설계를 돕는 인재 개발 전문가. J.P 모건,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권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과 기업의 최신 동향을 분석해 거시적인 시각에서 개개인의 커리어를 설계해준다. 대기업, 외국계, 스타트업 등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현장의 ‘진짜 일’을 말한다. '이기는 취업'을 썼다.

오늘도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당신. 퇴사는 간절한데, 정확하게 어떤 점이 당신을 지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요? 당신이 이직을 고민한다면, 당신의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직은 '리스크'가 큰 결정이죠. 사표를 던지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과의 끝장토론'입니다. 내가 일을 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지 답을 찾지 못하면, 어떤 이직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정말로 최악인지, 감정에 휩쓸려 사표를 쓰고 싶은 것은 아닌지, 더 좋은 회사로 옮길 준비는 되어있는지 당신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여기,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가 던지는 여섯 개의 핵심 질문이 있습니다. 자기와의 끝장 토론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1. 성장 : 조직원을 성장시키는 회사인가? 소진시키는 회사인가?

1200명에 진로 상담한 그녀..."

여기 두 사례를 함께 보시죠.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 경영전략실 재무팀에서 9년간 일한 C는 최근 이직을 고민하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 승진을 하고, 이 회사에서의 임원을 노리는 커리어패스를 생각해 볼만도 한데, 회사에서 벗어나려 하더군요.

“남들이 보기엔 크고 좋은 회사죠. 막상 안에서 보면 미래가 안 보입니다. 9년을 다녀도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파편화되어 있고요. 더 늦기 전에 주도적으로 가능성을 발견하는 업무를 해보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책임지는 일도 하고 싶고요. 제 실력으로 ‘진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카카오, 네이버 등에서 뉴미디어 컨텐츠를 만들던 5년차 D는 레거시 미디어로 이직을 준비 중입니다.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이직하는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홀로 일을 배워왔거든요. 팀원 8명에 제가 팀장을 맡고 있는데, 솔직히 버거워요. 체계적으로 일도 배우고 싶고, 직급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해 보고도 싶은데, 보고 배운 게 없으니까, 큰 조직으로 가고 싶어요. 그게 제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거라 생각하고요."

두 사람이 성장을 대하는 자세는 확연히 다릅니다. C에게 성장이란 일의 깊이와 전문성을 더 하는 것입니다. 파편화된 일,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일을 하는 것 보다는,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하는 것이 실력을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D에게 성장은 시스템을 경험해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일하고 움직일 수 있는지 그 경험치를 말하기도 합니다.

 

기업이 성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의 성장은 획일화될 수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회사, 같은 간판을 염원하던 때는 끝났다는 것이지요. 성장이란 키워드 앞에서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무의미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성장의 기준과 정의는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1. 이 일을 하고 나면 당신에게 무엇이 자산으로 남을지, 판단이 되는 일을 하고 있나요?
  2. 상사 혹은 동료로부터, 당신이 한 일의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충분히 받고 있나요?
  3. 일을 하면서 무엇인가 깨닫고, 쌓여가고 있나요?
  4. 명함에서 회사 간판을 떼고 당신 이름만 남았을 때,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을 하고 있나요?

 

‘성장’을 키워드로, 우리는 이런 고민들을 해보아야만 합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일 때, 이직을 생각해 보아야 하고요.

2. 연봉: 내가 생산한 가치에 '합당한 보상'을 받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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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전부가 될 수 없지만 돈은, 중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무리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일이라도, ‘먹고사니즘’이 충족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 일의 의미나 재미만 찾는 것은 고행길입니다. 자신이 받고 있는 연봉을 최대한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업계의 상황에 비추어 내가 창출하고 있는 가치를 냉철히 따져봤을 때 연봉이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면 이직을 고려할 때입니다. 이와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연봉에 대해 이런 생각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일을 하면서 연봉도 잘 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2. 내가 스스로 연봉을 결정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그러려면 어떤 과정을 구체적으로 거쳐야 할까?
  3. 연봉이 계속 우상향해야 할까, 어떤 상황에서 하향 조정도 가능할까 ?
  4. 돈은 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3. 인간관계 : 긍정적인 집단에 속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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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직장을 찾은 지 6개월 만에 또 한번의 이직을 고민 중인 O. 그는 상사의 괴롭힘을 참지 못하고 제게 도움을 청했어요.

“직속 상사는 좋은 분이세요. 리더십도 있고 비전도 있고. 문제는 직속 상사 위 본부장이에요. 제가 미운가 봐요. 너무 ‘갈궈요’. 어떤 걸 보고해도 한번에 통과되는 법이 없고,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로 계속 트집이고. 이렇게 살다가 말라 죽을 것 같아요.”

인간관계 때문에 이직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 일까요. 저는 O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자신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꼭 내보세요.” 회사에서 인간관계는, 무조건 피한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또라이 불변의 법칙’도 있잖아요? 어떤 회사든 ‘또라이’는 꼭 있고, 자신의 성과를 부풀리거나 남의 성과를 뺏어가는 사람도 꼭 있습니다.

 

전혀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거나, 혹은 노력을 해보았는데도 나아지는 바가 전혀 없다면, 같이 일하는 동료나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 할 때 마다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면, 그 때는 이직을 고민해보세요. 매사 부정적이고 당신의 기를 갉아먹는 사람들이 회사에 가득 차 있다면 버티지 마세요. 아무리 긍정적이고 파이팅 넘치는 사람이더라도 그런 상황은 당신을 갉아먹을 수 밖에 없어요.

 

지금 한국의 기업들은 과도기를 겪고 있습니다.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한 기성세대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함께 회사를 다니면서 세대간 충돌이 벌어지는 것이죠.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인간관계의 괴로움은 이런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속 성장하던 과거 산업화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오픈 이노베이션, 창의성,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곧 기업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그런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옮기는 것은 해 볼만한 일입니다. 당신은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김효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