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갑! 아카데미가 트로피 몰아준 이 영화

[컬처]by 중앙일보
[※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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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단골이자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 분)는 호텔에 다녀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살인을 당합니다. 유언에서 그녀는 재산을 딸과 아들에게 주지만 '사과를 든 소년'이란 그림만은 호텔 지배인이자 그녀의 연인이었던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분)에게 넘기는데요. 이 때문에 그는 졸지에 유산을 노린 살인 용의자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유산을 노리던 마담 D.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 분)는 킬러 조플링(윌렘 데포 분)을 고용해 구스타브를 쫓고, 구스타브는 누명을 벗기 위해 그를 동경하는 호텔 로비 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 분)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진행되는데요.


영화는 공동묘지로 들어간 한 소녀가 작가의 동상 앞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책의 뒷면에 작가 사진을 보며 시작됩니다(현재). 이때 장면이 전환되면서 작가가 등장해 자신의 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며(1985년) 이 이야기를 어떻게 쓰게 됐는지 보여주죠(1968년). 그다음 본격적인 책 내용으로 넘어가게 됩니다(1932년).


영화 시작 후 약 10분 이내에 시대가 점차 현재에서 과거로 빠르게 전환되고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시대가 '현재'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에 자칫 헷갈리실 수도 있으니 주의 깊게 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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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상 소설을 따라가서 그런지 영화도 소설처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잘 쓰인 한권의 소설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의 충격은 지금까지도 눈에 선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영화가 아니여서(물론 지금도 상영관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상영하는 극장까지 꽤 멀리 나가서 봐야 했는데 100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은 미술학도들을 설레게 할 만큼 영화 자체의 색감이 좋다,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윌럼 데포, 시얼샤 로넌 등 명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그들을 찾아보는 맛이 난다는 평이 다수를 이뤄 솔직히 스토리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구스타브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과 그에 얽힌 인물 간의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표현해 예상외로 재미까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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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외적인 특징이라면 영화의 시대 배경에 따라 화면비율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볼 수 있는데요. 1932년에는 1.37:1, 1968년에는 2.35:1, 현재는 1.85:1까지 화면이 늘어나고 줄어듭니다. 기존 영화에서는 시작하면서 끝날 때까지 고정 비율이거나 위, 아래(폭)를 줄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하정우 주연의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초반에 화면 폭을 줄였다가 갑자기 넓어집니다) 양옆(넓이)을 줄이는 경우는 드물어서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면비율에 준 변화는 미적인 측면도 물론 있겠다 싶지만 극 초반 관객의 흥미를 끌고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이 밖에도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대칭 구도와 각 인물의 클로즈업 샷도 눈여겨보시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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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인공(?) 호텔은 마치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공주의 집을 연상케 하는데요. 제작진은 무엇보다도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텔을 섭외하는 게 급선무였겠죠. 가장 먼저 리조트와 호텔들을 물색했다고 하는데요. 이들 대부분은 철거나 재건축이 필요했기 때문에 촬영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때 제작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독일 동부 도시 '괴를리츠'에서 운영하지 않는 거대한 백화점을 발견합니다. 그 안을 영화 속 호텔처럼 변신시켰죠(단 호텔 외관은 정교한 미니어처 세트라고 합니다).


이런 노력 때문이었는지 2014년 개봉 당시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이자 심사위원 대상 수상 하기도 했고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을 받을 만큼 비주얼 적인 면에서 월등한 영화라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꼭 영화관에서 보셨으면 합니다. 영화의 색감이나 오늘 소개해드린 웨스 앤더슨 감독의 특징들을 보려면 작은 화면보다는 영화관처럼 큰 화면에서 제대로 관람하시는 게 좋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청소년 관람 불가였는데 이번에 재개봉하면서 15세 이상 관람가로 등급이 낮아졌습니다. 다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도 더러 있으니 아이와 함께 보시려는 분께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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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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