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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자백 땐 선처 검토했지만,
숙명여고 쌍둥이 기소될 듯

by중앙일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 6일 구속

영장판사도 쌍둥이 딸을 '공범'으로 판단

경찰, 쌍둥이 딸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키로

문제 유출 18개 정황에도 "경찰 추측일 뿐" 부인

숙명여고 학부모들 "즉각 파면하고 퇴학시켜야"

학교 측은 최종 판결보고 징계한다는 입장

자백 땐 선처 검토했지만, 숙명여고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가운데)가 6일 오후 구속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김경록 기자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수서경찰서는 이번 주 내에 유출 혐의를 받는 전 교무부장 A씨(53·구속)와 쌍둥이 자매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중·고등학교 시험문제 유출 사건에서 문제를 유출한 교사나 학부모가 아닌 해당 학생까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된 만큼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곧 사건을 검찰에 넘길 것 "이라고 전했다.


수서경찰서가 A씨뿐 아니라 쌍둥이 자매까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한 이유는 세 사람 모두 유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와 두 딸에게 18개의 문제 유출 정황을 제시하며 강도 높은 추궁을 했다.


경찰이 제시한 정황에는 쌍둥이 휴대폰에서 나온 영어 시험 답안, A씨 자택에서 발견된 미적분 과목 시험지, 유일하게 한 쌍둥이 학생만 적어낸 정정 전 정답, 쌍둥이 시험지에 적힌 수학 풀이 과정과 다른 정답 등이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자백을 할 경우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을 내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정말 억울하고 경찰의 주장은 추측"이라며 "끝까지 가볼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자백 땐 선처 검토했지만, 숙명여고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실제로 문제가 유출된 다수의 정황을 확인하고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자매를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경찰은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에 출제됐던 수학 문제를 풀어보게 하거나 쌍둥이의 수학 풀이 과정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쌍둥이 휴대폰에서 나온 영어 시험 답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두 사람 역시 세 차례에 조사에도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A씨와 쌍둥이 자매를 모두 출국금지했다. 다만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는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구속영장은 신청하지 않을 방침이다.


A씨 측 변호인은 "경찰이 사실상 유죄를 확정하고 단죄하듯 조사를 진행했다"며 "피의자의 해명을 듣기보다 이미 유죄라는 결론만 내려놓고 수사를 해왔다"고 항변했다. 또 "경찰이 객관적인 증거 없이 다수의 정황과 추측만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런 변호인의 주장에도 법원은 6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서울 중앙지법의 임민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범행의 특성, 피의자와 공범(쌍둥이 딸)과의 관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수사 경과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이 제시한 정황 증거를 범죄 소명 사유로 인정하며 쌍둥이 자매를 A씨의 '공범'으로 판단한 것이다. A씨 측 변호인은 "경찰이 여론에 떠밀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각 정황에 대해 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 입장"이라 했다.


A씨가 구속되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의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사건 관련자 전원을 구속하고 즉각 쌍둥이 자매의 성적을 0점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학부모는 "A씨를 파면하고 쌍둥이 자매도 즉각 퇴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숙명여고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종 판결이 나온 뒤 세 사람에 대한 최종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숙명여고 학부모는 "쌍둥이가 대학을 갈 때까지 절대 기다릴 수 없다"며 "그러면 다른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서 피해를 보게 되니 즉각 파면과 퇴학을 시켜야 한다"고 반발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