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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심새롬의 글로벌 J카페

중국 미세먼지 99% 차단 스카프 개발…억대 매출 올린 그녀는?

by중앙일보

미국 애틀란타 헤이즐 솔 부부

남편 중국 출장 후 기침이 계기

미세먼지 거르는 스카프 개발

의대 나온 전업주부 사업가 변신

개당 4만원 선에 온라인 판매

올해 연매출 2억8000만원 예상

중국 미세먼지 99% 차단 스카프 개

헤이즐과 칼튼이 아이와 함께 미세먼지 차단 '바이오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사진 바이오스카프 홈페이지]

역대 최악 수준의 중국발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마스크가 필수라지만 답답하다거나 미관상 이유로 착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 대신 코까지 끌어올려 덮는 스카프는 어떨까. 미국에서 의대 출신 전업주부가 미세먼지를 99% 넘게 차단하는 ‘바이오 스카프’를 개발해 창업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이 2억원을 훌쩍 넘는다.


애틀란타에 사는 칼튼 솔(46)과 헤이즐 솔(33) 부부는 우연한 기회에 창업을 결심했다. 3년 전만 해도 남편은 자동차 부품회사 임원, 아내는 딸을 키우는 전업주부였다. 남편인 칼튼은 업무상 출장이 잦았다.


그런데 하루는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칼튼이 캑캑거리는 밭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기침이 쉽게 멈추지 않자 그는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앞으로 출장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했다. 대기오염이 심한 중국에 머무는 동안 호흡기 질환을 얻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중국 미세먼지 99% 차단 스카프 개

전업주부에서 미세먼지 차단 스카프 개발자로 변신한 헤이즐 솔. [사진 바이오스카프 홈페이지]

하지만 칼튼은 마스크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들의 창업기를 소개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우스꽝스럽게 보이기 싫어서 마스크 착용을 꺼렸다”고 전했다. 그러자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던 헤이즐의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추위와 미세먼지를 둘 다 막아주는 스카프를 만들면 어떨까?’


의대를 나온 헤이즐은 곧바로 직접 개발에 착수했다. 남미 해안가인 코스타리카에서 자란 그녀는 천으로 인형 스카프를 종종 만든 경험이 있었다. 그렇게 바이오스카프(Bioscarf)가 탄생했다. 보온용 천 사이에 특수 필터를 결합해 만든 이 스카프는 실험 결과 0.1 마이크론 크기 미세먼지를 99.75%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는 입증된 성능을 토대로 본격 상품화에 착수했다. 생산공장을 선정하고 다양한 패턴을 적용해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판매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진행했다. ‘페트리코 SA(Petrichor SA)’라는 브랜드명도 지었다.


“‘페트리코’는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을 때 맡을 수 있는 기분 좋은 공기 냄새를 뜻하는 단어예요. 자주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흔치않은 이 의미가 우리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헤이즐은 상표의 뜻을 설명했다. 스카프를 통해 미세먼지 대신 깨끗한 공기를 마신다는 의미가 담겼다.


페트리코가 바이오스카프 판매를 처음 시작한 건 2016년 가을이다. 처음에는 개당 가격이 89달러(약10만3000원)나 됐고 홍보가 부족해 사업을 이끌기가 쉽지 않았다. 부부는 마케팅 전문가를 물색해 초빙한 끝에 제품 노출과 가격 경쟁력 두 가지를 모두 개선할 수 있었다.


현재 사이트(www.bioscarf.com)에서 판매 중인 스카프는 개당 35~45달러(약 4만원대)에 팔린다. 지금까지 30개국 이상에서 9000개가 넘게 판매됐다. 캐나다, 폴란드에 진출했고 해외 유통망 확장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인스타그램 계정(@bioscarf)과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bioscarf)도 운영한다.

중국 미세먼지 99% 차단 스카프 개

폴란드에서 3세, 5세 어린이들이 바이오스카프를 착용한 모습. [사진 바이오스카프 홈페이지]

WSJ는 페트리코가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말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매출액 12만1000달러(약1억4000만원)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전업주부가 상품을 개발해 유통한 창업기업의 초기 성적치고는 꽤 괜찮은 성과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25만달러(약2억8000만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칼튼은 “모든 수익금을 회사에 투자하는 한편 외부 투자 유치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생산 중인 보온용 미세먼지 스카프에 더해 다른 상품 라인업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어서다.


미국 내에서도 창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부부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칼튼은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팔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일단 내놓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세요. 그러고 나면 더 나은 길, 완벽한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페트리코는 조만간 보온 기능을 뺀 미세먼지 스카프와 아동용 제품, 담요 등을 더 선보일 계획이다. 더운 지역 거주자 수요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