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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SNS 대놓고 마약 판매 “30분 내 배달하고 비트코인 입금”

by중앙일보

마약 장터 된 소셜미디어

문의 5분 만에 인증샷 보내

영어 쓰고 오토바이 배달

중고 물건 판매 사이트에

청소기로 위장해 광고글

접근 쉬워 확산도 빨라

비트코인, 보안앱 이용

수법 갈수록 교묘해져

SNS 대놓고 마약 판매 “30분 내

트위터에 *ㆍ아**ㆍ작** 등 마약 관련 은어를 입력하면 판매 게시물이 줄이어 검색된다. [트위터 캡처]

“순도 높은 물건 찾으신다면 연락주세요. 대화해 보시고 원하시는 인증 모두 받아보세요”


“*을(대마를 의미하는 은어) 판다기보단 느낌을 파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소셜미디어가 마약 판매 온상이 되고 있다. 트위터에 *ㆍ아**ㆍ작** 등 마약 관련 은어를 입력하면 판매 게시물이 줄이어 검색된다. 다크웹이나 딥웹(암호화된 네트워크로 일반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인터넷 공간)에만 있던 마약 글이 일상을 공유하는 SNS까지 침범했다. 대마를 뜻하는 ‘*’이란 단어 하나만로 트위터에 검색을 해보자 지난 24시간 동안 광고 글 29건이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이 TV보다 많이 보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도 마약 판매 글이 넘쳐난다. 마약 흡연 영상과 함께 판매자의 위커ㆍ텔레그램 등 해외 보안 채팅앱 아이디가 함께 올라와 있다. 미국의 유명 중고 물건 거래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의 서울 게시판에도 관련 글을 찾을 수 있었다. 모니터링에 걸리지 않도록 판매 안내 글은 청소기나 아동복 같은 중고 물건으로 위장하고 사진에 마약 관련 설명을 올려 광고한다.

SNS 대놓고 마약 판매 “30분 내

초등학생들이 TV보다 많이 본다는 유튜브에도 마약 광고글이 올라와있다. 마약 흡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함께 판매자의 위커ㆍ텔레그램 등 해외 보안 채팅앱 아이디가 함께 올라와 있다. 유튜브 캡처

이렇게 올라온 글의 마약 판매상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판매자 아이디로 연락을 해보았다. 밤늦은 시간임에도 5분도 안 돼 답이 왔다. 한 판매상은 “서울 지역은 30~40분 내 배달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대마의 가격은 그램당 2만7000원부터 18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지급방식은 비트코인·스팀월렛 기프트카드·무통장 입금 등을 사용한다. 배송 방식은 오토바이로 특정 장소에 배달한 뒤 위치를 알려주는 식이다. 주로 건물 화장실, 에어컨 실외기 등에 숨겨 두고 찾아가게 한다. 판매상 중에는 영어만을 쓰는 이도 있었다. 이들이 정확히 어디에서 판매 글을 올리는지는 불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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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고나라로 불리는 크레이그리스트 사이트 내 서울 게시판에도 관련 글을 찾을 수 있다. 모니터링 검색에 걸리지 않에 중고 청소기, 중고 아동복 판매글 처럼 위장했다. [크레이그리스트 사이트 캡처]

진짜 판매자인지 의문을 표시하자 이들은 증명하겠다며 마약 사진을 보내왔다. 직접 찍은 사진인지 인터넷상에서 검색한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실시간으로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있도록 현재 시각이 보이게 ‘인증’을 요청했다. 판매상은 순식간에 마약과 메신저 대화창이 함께 보이는 인증샷을 보냈다. 판매자는 “우리는 6년 무사고 업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대포 통장을 이용하는 이 업체는 계좌 이체에 필요한 주민등록번호까지 함께 제공하는 철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헐값에 팔리는 각종 개인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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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판매상에 실제 연락을 시도했다. 판매상은 마약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마초 사진을 보내왔다. 실시간으로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있게 현재 시각이 보이게 ‘인증’을 요청하자 메신저 대화창과 대마 사진을 함께 찍은 '인증샷'을 보내왔다. 박해리 기자

전영실 형사정책연구소 연구원은 “SNS나 인터넷에 마약 판매 글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을 많이 하는 젊은 층의 접근이 늘고 있다. 정보가 많다보니 범죄라는 자각 없이 판매하거나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되면서 죄의식이 희미해졌고 사용자도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NS를 통해 마약 판매에 나섰다가 적발된 사람 중에는 평범한 이력을 지닌 이들도 많다. 회사원 이모(30)씨는 지난 1월 지인 강모(37)씨 등 2명이 공동 거주하는 오피스텔에서 직접 재배한 대마를 트위터와 유튜브에 올려 판매하다 덜미를 잡혔다. 강씨는 오피스텔에 수경재배용 플라스틱 수로 16개와 환기를 위한 선풍기, 서큘레이터(순환기) 등을 설치해 대마 299그루를 키웠다. 법원은 판매를 맡은 이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재배를 맡은 강씨에게 징역 4년 6월을 선고했다. 직접 재배하는 방법 외에도 캐나다 등 해외에서 밀수해 되파는 현상도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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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이후 대포통장을 이용한 거래가 늘어 실제 돈거래가 오가도 당사자를 잡기 쉽지 않다. SNS에 마약 광고 글을 올린 판매상과의 대화사진. 박해리 기자

마약 이용 유혹에 빠지는 층의 연령과 직업도 다양하다.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이모(37)씨는 지난 8월 유튜브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판매상으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해 자신의 주거지에서 투약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필로폰 약 4.29g을 손가방 안에 넣어두고 소지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명 유튜버 백모(25)씨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딥웹 사이트에서 찾은 판매자에게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총 12회에 걸쳐 대마 82g을 1045만원에 매수해 흡연했다. 백씨는 우울증·불면증 등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해 10개월 가량 대마에 의존했다고 주장했다. 백씨에게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 10~11월에 선고된 마약관련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해 보면 복용자는 특정 계층이나 연령층에 한정되지 않았다. 이들의 직업은 지역기초의원에서부터 피팅모델·타투이스트ㆍ운동선수ㆍ편의점 아르바이트생ㆍ음식점 종업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소셜미디어로 마약을 구하다 적발된 것이다.


관련 사기도 늘고 있다. 휴대폰 판매 종업원 A(23)씨는 지난해 6월 지인 4명과 공모해 인터넷에 글을 올려 백반가루를 필로폰이라 속여 판매했다. A씨는 마약을 판 것은 아니지만,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마약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마약 판매 광고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A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구매 미수에 그친 구매자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한 처벌 대상이다. 프리랜서 박모 씨는 채팅앱을 통해 마약 판매상에게 필로폰 1g을 35만원에 무통장 입금해 구매했다. 박씨는 판매자가 필로폰 은닉장소로 알려준 강남구 논현동 주택가에 갔지만 마약을 찾지는 못했다. 일종의 사기를 당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법원은 그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SNS 대놓고 마약 판매 “30분 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SNS를 통한 거래가 늘면서 마약 수사도 한결 어려워졌다. 판매상이나 구매자 모두 보안이 철저한 해외 앱을 쓴다. 대금을 보내는 방식도 갈수록 교묘해진다. 한동안 추적이 불가능한 암호화폐가 유행하다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이후 잠잠해졌다. 강정선 마포경찰서 마약팀장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제3자 명의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제3자의 이름으로 입금하도록 요구한다. 결국 통장 상에는 제3자의 이름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 형사과 이주만 경정은 “텔레그램 등 해외보안 앱은 서버 자체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수사에 시간도 걸리고 보안 사항이라 해서 회신받기 힘든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올해 경찰이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지난 10월까지 7129건에 달한다. 이 중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이용한 마약 사범은 1389건으로 지난해 검거된 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이 경정은 ”경찰이 구매하는 식으로 돈을 넣고 마약을 판매하러 나오는 사람에게 접근해 수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인터넷에 올라온 마약 관련 글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은 소지·유통·투약·판매 등 관련한 모든 것이 범죄이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단순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고 해도 엄벌에 처해진다”고 말했다.

SNS 대놓고 마약 판매 “30분 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검찰청은 인터넷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을 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도 SNS 특성상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지워지는 글을 모두 걸러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60~70명이 음란물, 도박 등 다른 유해정보와 함께 마약 관련 글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마약 글을 인지하면 접속을 차단하거나 사업자에 삭제요청을 하는 등 최대한 빨리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