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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냉장고 청소=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부끄럽네요

by중앙일보

냉장고 청소=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부끄럽네요. [제작 유솔]

저는 미니멀 라이프를 할수록 자꾸만 반성이 늘어납니다. 반성이라고는 하지만 득도의 경지에 이르는 수준은 아닙니다. 반성만 하고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는 철없는 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늘어가는 반성은 결코 허투루 넘기지 않길 스스로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그런 의미로 미니멀 라이프가 주는 고마운 반성 몇 가지를 나열해봅니다.

1.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반성

냉장고 청소=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반드시 작은 냉장고만이 미니멀라이프라 여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식재료가 충분한데도 또 채우려는 제 욕심에 대한 반성이 작아진 냉장고를 택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사진 밀리카]

우리 집 냉장고는 256ℓ입니다. 결혼 전 혼자 살 때보다 작은 사이즈를 택한 까닭은 집에 이미 식재료가 있는데도 새로 사고, 또다시 방치하는 패턴을 거듭해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만들던 죄책감을 잊지 않았으면 해서입니다.


과거 어쩌다 냉장고 청소를 시작하면 그건 청소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는 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음식물 쓰레기를 대책 없이 만드는 습관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부터는 냉장고 사이즈를 미니멀하게 택하고 더불어 그 안에 들어가는 식료품도 너무 많지 않게 조절하려 합니다. 여전히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완벽하게 없앨 수 없는 어설픈 저 자신임을 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음식물 쓰레기가 과도하게 생기면 ‘어딘가에선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불쌍한 아이들도 있는 세상에서 이게 무슨 나쁜 짓인가’라며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반드시 사이즈가 작은 냉장고를 지녀야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중요한 건 냉장고라는 기준을 통해 내가 먹고사는 음식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입니다. 제 경우엔 우선은 남편과 저 둘만의 식생활을 위한 사이즈로 지금의 냉장고로도 충분하겠다는 결론으로 택했습니다. 거기에는 ‘이제는 냉장고를 블랙홀로 만들어 음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각오가 스며있습니다.


앞으로 저희 부부가 지닐 냉장고가 더 작은 사이즈가 될지 두 대로 늘어날지는 모를 일입니다. 중요한 건 냉장고가 크든 작든 늘 음식물 쓰레기를 반성 없이 만들지는 않겠다는 조심스러움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2. 말의 절제에 대한 반성

냉장고 청소=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나이가 들수록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말보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남발한 것이 더 후회됩니다. [사진 pixabay]

물건 줄이기도 어렵겠지만, 더 쉽지 않은 것은 감정적인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말보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남발한 것이 더 후회됩니다.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이미 내뱉은 말은 방향 잃은 공처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부딪쳐 오해와 갈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미니멀 라이프가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처럼 타인의 삶에 쓸데없는 관여를 안 하는 거라 배웁니다. 그 깨달음엔 타인에게 쓸데없는 말을 안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가수 양희은 씨가 “멋진 어른은 지갑은 열고 입술은 닫는 거”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말의 절제가 무엇인지 참 어른이 주시는 조언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쪼록 물건만 미니멀해지는 데 그치지 않고(물론 그것도 쉬운 실천은 아니지만요), 내뱉는 말도 과하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어제오늘 누군가에게 무심코 던진 말 중에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제가 되기를요. 반성만 열심히 하고 개선은 더딘 저란 사람이라 민망하지만, 말에 대한 미니멀은 참 소중합니다.


이상이 제가 미니멀 라이프를 하며 얻은 작지만 소중한 반성입니다. 미니멀해진 냉장고엔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만들었던 지난날의 반성이, 절제된 입술엔 생각 없이 타인에게 전했던 과거 언어에 대한 반성이 있습니다. 그런 인식을 했는데도 저란 사람은 앞으로도 종종 낭비하는 음식물을 만들 것이며, 하지 않아도 될 말도 철없이 내뱉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알기 전보다는 그 횟수가 훨씬 줄어들 거라 믿어봅니다.


기형도 시인님의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제목의 시가 떠오릅니다. 그 말에 기대어 혹여 누군가 제게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하는 힘을 묻는다면 ‘반성’이라 답하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반성은 내 미니멀 라이프의 힘’으로 오래오래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하길 말입니다.


밀리카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저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