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700억 초대박…한국 게임업체들이 브롤스타즈 보며 배아픈 이유

[자동차]by 중앙일보

'브롤스타즈' 출시 슈퍼셀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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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업체 슈퍼셀의 신작 게임 ‘브롤스타즈(Brawl Stars)’가 출시 한 달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최소 7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국내 게임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28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분석업체인 센서 타워(Sensor Tower)는 지난달 12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브롤스타즈가 지난해 말까지 4600만 달러(약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센서타워가 예측하는 브롤스타즈의 첫 달 매출은 6300 만 달러(약 700억원)다. 앱 시장 분석 업체들은 예상 매출을 보수적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실제 한 달 간 매출은 이보다 훨씬 많은 1000억원 선을 넘나들 것으로 국내 게임업계는 보고 있다.










브롤스타즈는 출시한 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게임 중에서는 단연 1위(구글 플레이스토어·28일 기준)다. 출시 한달이 지났는데도 전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전체 순위 10위권 안을 유지하고 있다. 사전 예약에만 전세계에서 1000만 명이 넘게 몰렸다.


요즘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국내 게임업체 직원들도 브롤스타즈에 푹 빠져 있다. 익명을 원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보통 경쟁작 분석을 위해 타사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브롤스타즈는 재미있어서 한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한국 게임 업체들이 최근 이렇다할 대박을 내지 못하고 있는 터여서 브롤스타즈를 하면서도 좀 씁쓸하다”고 말했다.


브롤스타즈를 내놓은 슈퍼셀은 몇 개의 ‘웰메이드(well made) 게임’만으로 게임 유저(user)의 오랜 사랑을 받는 것으로 유명한 핀란드 게임 업체다. 2010년 창업해 ‘클래시 로얄(2016년 출시)’과 ‘클래시 오브 클랜(2012년)’, ‘붐 비치(2014년)’, ‘헤이데이(2012년)’ 등 네 개의 게임 만으로 2017년 20억2900만 달러(약 2조2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덕분에 핀란드에선 ‘핀란드 국민은 더는 노키아를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참고로 핀란드 헬싱키 인근 이테메렌카투에 소재한 본사는 과거 노키아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던 건물에 있다.


슈퍼셀의 현재 주인은 중국 텐센트다. 텐센트는 2016년 당시 직원 수 200여 명에 불과했던 슈퍼셀의 지분 84%를 86억 달러(약 9조62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기준 중국 기업의 역대 인수합병(M&A) 중 규모가 가장 컸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에도 “싸게 잘 샀다”는 평이 많았다.



텐센트는 슈퍼셀을 인수한 이후에도 슈퍼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텐센트 인수 후에도 창업자인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 최고경영자(CEO)가 계속 슈퍼셀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현재 슈퍼셀에는 한국을 포함 30여개 국 출신 280명의 직원이 일한다. 브롤스타즈에 힘입어 벌써부터 ‘슈퍼셀의 올해 매출은 3조원 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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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 흥행 대작이 없는 국내 게임 업계에선 ‘브롤스타즈’의 인기가 부럽기만 하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브롤스타즈의 비결로 1년이 넘는 광내는 작업, 이른바 ‘폴리싱(Polishing)’ 을 꼽는다. 폴리싱은 정식 서비스에 앞서 베타 서비스를 하면서 각종 버그(오류)를 잡아내는 과정을 말한다. 이를 통해 완성도는 물론 게임의 인지도와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

브롤스타즈는 2017년 6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말까지 약 18개월간 '광(光)'을 냈다. 국내 게임들이 보통 6개월 이하의 기간 폴리싱을 한다. 그나마 배틀 그라운드가 2017년 3월에 얼리 억세스(early access)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정식 출시했다. 약 9개월간 폴리싱을 한 셈이다. 익명을 원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브롤스타즈는 폴리싱을 시작할 때 이미 거의 게임 제작이 마무리됐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었다”며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버그를 잡은 데다 유저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덕에 정식 출시 후에도 별다른 불만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넥슨의 대작 듀랑고가 출시 직후 잦은 버그로 유저들의 불만을 샀던 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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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긴 쉽고, 마스터는 어려운’ 게임 방식도 브롤스타즈가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인기를 모은 비결이다. 슈퍼셀의 다섯 번째 게임인 ‘브롤스타즈’는 모바일 슈팅 게임으로 ‘쉬우면서 전략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일단 브롤스타즈는 쉽다. 브롤스타즈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주로 개발 중인 ‘롤 플레잉(RPG)’ 장르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쉬운 ‘슈팅(Shooting)’ 장르의 게임이다. 공격 버튼도 두 개 뿐이다. 복잡한 조작이 필요 없단 얘기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출시 이후 한 달여 만에 ‘초딩 공식 게임’ 자리에 등극한 이유다.

단, 게임이 쉽다고 단조로운 것은 아니다. 개인 실력 못잖게 파티(무리)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등 다양한 요소가 녹아있다. 덕분에 오래 해도 물리지 않는다. 이는 슈퍼셀 창업자이자 CEO인 일카 파나넨의 경영 철학과도 맞아떨어진다. 그는 ‘최고의 사람이 모여, 모두가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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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롤스타즈 경쟁력의 바탕에는 ‘실패를 품어주는 슈퍼셀 특유의 문화’가 있다. 이는 국내 게임 개발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슈퍼셀은 브롤스타즈를 합쳐 현재까지 총 5개의 게임을 정식 출시한 게 전부다. 하지만 한참 개발을 진행하다가 중단한 게임은 20여 종을 헤아린다. 초기 단계에서 폐기된 프로젝트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창사 이래 처음 선보인 PC용 게임 ‘건샤인(Gunshineㆍ2011년 출시)’ 역시 한때 50만 명의 유저를 확보했지만, 유저들이 점차 지루해하고 PC 버전 게임을 모바일로 전환하는 과정이 여의치 않자 과감하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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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담당 개발팀을 문책하지 않았다. 출시한 게임이 인기를 얻지 못하면 해당 개발팀 전체를 해고하기도 하는 국내 게임 업체와는 반대다. 대신 슈퍼셀에선 실패한 직원들을 위해 샴페인 파티를 열어준다. 실패 당사자는 다른 프로젝트에 합류하거나,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받는다. 실패에서 배운 경험을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때 충분히 활용하란 의미에서다. 일카 파나넨 CEO는 “실패하는 것보다 성공하는 경우가 많으면 오히려 슬플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부러워하는 요인 또 하나는 실패엔 너그럽지만, '되겠다' 싶을 땐 확실히 밀어준다는 것이다. 개발팀의 전권을 보장하고, 무제한에 가까울 정도로 필요한 예산을 지원한다. 한 예로 지난 2017년 말 슈퍼셀이 한국 개발사 중 유망한 곳을 골라 투자하겠단 의사를 밝힌 적이 있었다. 당시 조건은 ‘투자 금액은 무제한, 독립권은 100% 보장’이었다. 슈퍼셀은 현재도 한국 내 적당한 투자처를 찾고 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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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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