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감독 "드라마 봐도 입시코디 찾는 현실 답답"

[컬처]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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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출발하게 해준 염정아 배우에게 정말 감사하고, 시청자 반응에 상처받으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해준 이태란 배우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SKY캐슬’의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은 31일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감독은 특별히 고마운 배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아역을 포함한 모든 배우에게 감사한다면서도 “대본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흔쾌히 캐스팅에 응해준 염정아 배우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는 윤세아 배우를 소개해줬을 뿐 아니라, 예술적 동반자로서 작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수임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부정적 반응이 모아지면서 이태란 배우가 상처를 많이 받았고, 나 또한 연출자로서 굉장히 고통스러웠다”며 “그럼에도 꿋꿋하게 한 장면 한 장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한번 시청자들의 눈밖에 나면 호감을 되찾기 힘든데, 이태란 배우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 후반부에 ‘빛수임’‘탄산수임’이라 불리며 사랑받게 됐다”며 “연출자로서 작품 외적의 의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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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부모가 자식 잘되라고 강압적으로 대입 공부를 강요하는데 결과적으로 무엇이 남는지, 좋은 대학 가면 평생이 보장된다지만 정말 그렇게 되는지 등 교육이란 소재를 놓고 부모 자식의 진심을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엄마 명주(김정난)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영재는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뒤에도, 의사가 된 뒤에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식을 출세시키려는 엄마의 간섭에 시달리며 강준상(정준호)처럼 됐을 것”이라며 “쉰이 다 돼도 엄마의 욕망에 휘둘리며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그런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해 드라마는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성공 이유에 대해서도 “아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각 가정이 나름의 고충을 갖고 있는 게 교육 문제다. 드라마가 사람들이 평소 입밖에 꺼내기 어려운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에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드라마를 본 뒤 김주영(김서형) 같은 입시 코디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게 우리 교육 현실의 민낯인 것 같아 답답하고 아쉽다”며 “드라마가 끝나면 사람들이 많은 걸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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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엔딩에 대해 스태프들이 궁금해할 정도로 대본의 몰입감이 컸다”며 “작가가 자식의 대입을 치렀던 경험과 꼼꼼하고 방대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치밀한 대본을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치동 밤 거리에 나간 적이 있는데, 괴상한 풍경이 많았다. 큰 가방을 맨 어린 학생이 신용카드 들고 다니며 학원 이동하는 사이에 간식을 사먹고 있었고 밤이 깊었는데도 식당에 학생들이 많았다”며 “이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현실이었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작품에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딸을 맡아달라고 무릎꿇고 부탁하는 한서진(염정아)에게 김주영이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는 신을 꼽았다. “자식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겠다는 연기를 진실되게 표현하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다”는 이유다.


조 감독은 혜나(김보라)의 죽음 이후 어른들이 모여 말다툼 끝에 개싸움을 벌이는 신 또한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작가와 감독이 뭘 원하는지 배우들이 이미 잘 알고 있었고, 호흡 또한 완벽했다. 이태란 배우가 독감으로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배우들이 배려하며 찍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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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점을 둔 촬영 포인트에 대해선 캐릭터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고 했다.

“서로 주고 받는 신이 많아서 배우들의 표정과 액션에 집중했다. 말로는 축하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배아파 하는 등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이중 거울, 두 개로 나뉜 상, 손동작, 뒷모습 등으로 담아냈다. 사람의 뒷모습과 손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다. 처음부터 미술·촬영감독과 준비한 건데 시청자들이 알아봐줘서 보람 있었다.”


17부 대본 유출과 관련해서는 “편집 중에 그 얘기를 듣고 굉장히 분노했다”며 “절대로 있어선 안되는 범죄행위인만큼 현재 진행중인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혜나 캐릭터가 지나치게 영악하게 묘사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선 지고지순하고 착한 사람이 불행을 당해야 파장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현실이 어디 그런가. 설명 안되는 게 너무 많고, 내 옆 사람의 속내도 파악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감의 반영이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또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극중 혜나의 유골함을 보관한 납골당 이름이 드라마 제목과 똑같았다”며 “드라마와 그 납골당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혜나가 죽음을 당하기 전 교내 신에서 아주 짧게 등장했던 잠자리에 대해선 “원래 대본에 없었다. 촬영장에 가보니 한겨울인데도 교실 복도에 잠자리가 있었다.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촬영해서 편집에 넣었는데, 시청자들이 이에 대해 엄청난 해석들을 해줘서 놀랐다”고 설명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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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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