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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맨손으로 15m 절벽 타기 … 왕초보도 하루면 스파이더맨

by중앙일보

국내 최대 실내 암반 센터 체험

몸매 관리에 탁월, 여성에 인기

한겨울 실내 레포츠로 각광 중

15분 만에 정상 온몸 땀에 흠뻑

중앙일보

실내 클라이밍 센터에서는 기후와 관계없이 암벽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전문 클라이머들이 15m 높이의 로프 등반에 나섰다. 안전장비가 있어 초보자도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코스다. 변선구 기자

운동이 아니라 무모한 곡예라고 생각했다. 클라이밍을 접한 뒤에 담력 대신 몸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점차 벽을 타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클라이밍에 매료된 사람들 대부분의 이야기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암벽을 오르는 걸까. 단순한 호기심으로 난생처음 실내 클라이밍에 도전했다. 3시간 만에 온몸이 땀으로 젖었고, 15m 높이의 벽을 오르겠다는 마음만 남았다. 추위 따위는 잊어버렸다.





팔뚝은 거들 뿐




“저질 체력입니다만…” “꼬마들도 하는데요.”


초심자도 문제없다는 말에 일단 나섰지만, 공포가 엄습한다. 이곳은 실내 암장 가운데 국내 최대라는 인천의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면적 2500㎡(약 756평) 규모로 3개 층에 걸쳐 등급별 암벽이 펼쳐져 있다. 초입부터 15m 높이의 인공 장벽이 사방을 에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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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모양의 각종 홀드. 암벽을 오를 때 손잡이나 발판 역할을 한다. 변선구 기자

벽은 돌멩이처럼 생긴 색색의 홀드로 촘촘하다. 이 홀드를 붙잡고 밟아가며 깎아지른 벽을 오르는 것이 클라이밍이다. 장비는 단출하다. 단단한 고무 재질의 클라이밍 슈즈 하나로도 충분하다.


“팔로만 매달리면 1분도 못 버텨요.”


정희섭(35) 강사는 누차 팔의 힘보다 하체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홀드는 다섯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 잡는다. 하중을 고루 분산시키기 위함이다. 팔은 힘을 빼고 쭉 펴야 체력 소모가 적다. 양발은 어깨 넓이 이상 벌려야 균형 잡기 좋다. 이동할 때는 한발씩 엄지발 쪽에 체중을 실어가며 홀드를 디딘다. 벽을 오를 때는 개구리처럼 굽혔던 무릎을 펴 손을 뻗는다. 도약을 위해 상체는 벽 쪽으로 바짝 붙인다. 그렇다. 요약하자면 온몸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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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를 굽혀 어깨 너비 이상으로 벌리는 것이 클라이밍 기본 자세다. 홀드는 발바닥 전체가 아니라 엄지발 끝으로 딛는다.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의 정희섭 강사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클라이밍’을 검색하면 약 26만 건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대부분이 날렵한 몸동작을 자랑하는 여성 동호인 사진이다. 현장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근력은 남성보다 약할지 몰라도, 하체의 무게 중심과 유연성이 좋아 수직 운동에 유리하단다. 전신 운동이다 보니, 몸매 관리에도 탁월할 수밖에 없다. 잠깐 홀드와 씨름했는데 배와 등이 당기고, 팔뚝이 아려왔다.





15m 절벽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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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를 잡을 때는 팔을 쭉 뻗는 것이 오래 버티는 요령이다. 변선구 기자

볼더링(Bouldering)에 도전할 차례다. 볼더링은 안전장비 없이 암벽을 타는 종목이다. 색색의 홀드 가운데 한 가지 색만 이용해야 한다. 색마다 레벨이 다른데, 난도가 높을수록 홀드의 크기와 간격이 불규칙해진다. 볼더링은 동호인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 자기 수준에 맞는 레벨만 고르면 초등학생도, 어르신도 등반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꾸준히 단계를 올려 가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매력이 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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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발에 체중을 싣도록 고안된 클라이밍 전용 신발. 변선구 기자

시작부터 ‘억’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체중과 힘을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배웠는데, 웬걸 팔에만 잔뜩 힘이 쏠린다. 꼴사납게 엉덩이는 자꾸 뒤로 빠지고, 얼어붙은 다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중력을 이기기엔 엉덩이가 너무 무겁다.


매달리고 떨어지길 반복한 지 3시간. 자신감이 붙어 로프 등반에 도전했다.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15m 암벽을 오르는 코스다. 강사가 땅에서 로프를 잡아줬지만, 90도 절벽에 붙으니 숨이 턱 막힌다. 벽이 기울고 홀드마저 작은 난코스에 이르자, 머릿속이 하얘진다. 다리는 풀려가고, 손이 끊어질 듯하다. ‘강사님 전 여기까지예요’ ‘아 손 놓을까’ ‘저 강사한테 로프를 맡겨도 될까’ ‘이걸 왜 한다고 해서…’ 별별 생각이 다 밀려온다.


15분간의 사투 끝에 15m 정상의 홀드에 두 손이 닿았다. 땅에 내려오니 매트리스가 침대처럼 포근하다. 강사는 성공한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데,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죽을상이고 온몸은 땀이다.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포기 안 했어요’ 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용정보=전국에 약 300개의 실내 암벽장이 있다. 대부분 일일 강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처음부터 장비를 구할 필요는 없다. 클라이밍 슈즈나 안전 장비는 시설에서 빌릴 수 있다.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에서 주말마다 일일 기초강습(3만5000원)을 연다. 기본 자세와 주의사항을 익히고 볼더링과 15m 로프 등반에 나선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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