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서서 먹던 갈비 맛집을 망하게 한 이것

[비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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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외식업에 종사하는 동안 수많은 식당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약 300여개 식당을 컨설팅하면서 '왜 흥하는 식당이 있고 망하는 식당이 생겨나는 걸까?' 의문을 갖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았다.


입지 선택을 잘못해 메뉴가 전혀 먹히지 않는 상권에 들어간 경우, 가격정책을 잘못 정해 처음 문을 여는 순간부터 밉보여 무엇을 시도해도 이미지 회복에 실패해 결국 폐업을 하게 되는 경우, 음식업의 기본인 음식 맛에서 외면받는 경우, 주인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불친절해 손님과 싸움이 끊어지지 않는 경우, 주방장이 너무 위생관념이 없어 항상 지저분한 매장환경으로 손님이 떠나는 경우 등 실로 수 없는 망하는 이유가 있다.


그 많은 이유 중에서도 단연 주인이 존재하지 않는 ‘리모컨 매장’을 운영하다 망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는 일 매출 2000만~3000만원을 넘어서고 멀리 지방에서도 손님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던 갈빗집이 한순간에 무너져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적이 있다.


처음엔 주인 부부가 매장에 매일 나와 마당에서부터 매장 곳곳을 청소하며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만큼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고, 신선한 식자재를 사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나가 사입을 해 맛이 조금이라도 변할까 봐 항상 체크했다. 그러면서 식당이 문을 닫을 때까지 매장을 지키며 친절하게 정성을 다해 식당을 운영했다.







장사 잘되자 매일 골프장 다니는 식당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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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벌어 재산이 늘기 시작한 어느 날 남편이 회장 명함을 새겨 지역 사업가 모임에 나가 유지행세를 하며 매일 국내외 골프장에 다녔다. 급기야 부인도 따라 자기 시간을 가지며 매장에 나오지 않자 식당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주방장이 식재료 구매를 유통업체에 맡겨 리베이트를 받으니 당연히 품질이 떨어지고 원가는 오르고, 수익이 나지 않으니 가격을 올려 가성비가 떨어지자 단골들이 하나둘 음식이 엉망이라며 떠났다.


급기야는 손님이 전성기 때의 30%도 안 될 만큼 줄었고, 결국 폐업을 하고 말았다. 옛말에 ‘팔십 주인장 한명이 머슴 스무명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주인의 시각으로 매장을 관리하고 리더해 나가지 않으면 직원 눈에는 바위만 한 먼지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작은 구멍가게 수준의 식당이든 세계적인 기업이든 망하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들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받는 경영에 몰입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는 순간 실패는 당연히 따라온다. 오직 고객 만족만 생각하고 2등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혁신적인 사고를 종업원부터 경영자까지 한마음으로 실천하지 않고는 지속적 성공은 보장받지 못한다.


1983년 MBC 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영원한 어린이들의 아빠 김종석 씨와 얼마 전 팔당댐 초입 '벨스타'라는 카페서 식사한 적이 있다. 네이버의 인물정보 검색을 통해 그의 나이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기재돼 있지 않았다. 나는 그의 나이를 물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비슷한 연배이거나 오히려 몇 살 적은 줄 알았으나 60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젊게 보이는데 왜 이렇게 나이가 많냐고 물으니 본인은 항상 일곱살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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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EBS 딩동댕 유치원 프로를 25년째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미키마우스 캐릭터에 아이들이 빠져있는 것을 보다 못해 똑딱이 캐릭터를 만들고, 스스로 똑딱이 아빠가 돼 어린이 프로만 맡아 한길만 걸어 왔다. 그런 자신이 포털 사이트의 인물정보란에 60살 넘게 기재돼 있으면 아이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겠냐고 너스레를 떤다.


김종석은 자기가 맡은 어린이 프로를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다. 그가 주인의식이 없이 단순히 딩동댕 유치원의 출연자라는 생각만 했다면 그 긴 세월 동안 똑딱이 아빠로 사랑을 받았을 리 만무하다.







서비스업은 주인이 현장을 지켜야

작은 규모든 큰 규모든 서비스업은 남에게 맡기고 현장을 떠나고는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 현장에 매일 상주하면서 고객의 작은 불평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즉시 대응해 불만이 쌓이는 원인을 사전에 제거해야만 한다. 주인의 관심이 현장을 떠나는 순간, 폐업을 각오해야 한다. 투잡할 마음을 가지고 외식업을 바라보는 건 절대로 안 된다. 그만큼 생존은 무서운 현실이다,

이준혁 전 상지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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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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