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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피곤하면 입안이 헐어요"
이 증상 1년에 3~4회 넘는다면

by중앙일보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중앙일보

면역력이 떨어질 때 사람마다 피로감을 느끼는 곳이 다르다. 최근 피곤하기만 하면 입 안이 헐어 오는 환자가 많이 늘었다. 구내염이라고 부르는데 급성인 경우 치료방법이 간단하지만 심하다면 매우 골치가 아플 수 있다. [중앙포토]

면역력이 떨어질 때 사람마다 피로감을 느끼는 곳이 다르다. 감기가 잦은 경우도 있고, 알레르기가 생기는 사람, 어깨가 뭉치고 두통이 생기기도 하고, 아침 기상이 힘들어지고, 눈이 수시로 충혈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피곤하기만 하면 입 안이 헐어 오는 환자가 많이 늘었다. 구내염이라고 부르는데, 뾰루지 몇 개 생기고 없어진다면 급성 면역저하인 경우라 간단한 한방치료만으로도 빨리 좋아진다. 하지만 간혹 너무 심해 1년 내내 앓고 염증이 생기거나 다른 면역문제들까지 겹치는 경우 ‘베체트’라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매우 골치가 아플 수 있다.


다행히 한의학의 면역치료도 상당히 발전해 별문제 없이 지내는 사례가 많지만, 고통받는 시간의 무거움은 병을 앓는 환자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내염에 관한 내용을 동의보감 구설(口舌 입과 혀)문에서 알아보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목구비 오관이 오장과 각각 연결돼 있다고 여기고 치료에 응용해 왔다. 많은 사람이 눈이 나빠지면 간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여기는데, 이는 바로 한의학에서 나온 상식이다. 간과 눈의 기능과 연결돼 있듯, 숨 쉬는 코는 폐에, 귀는 신의 기능과 연관이 있다. 그러면 입(입술)과 혀는 어디에 연결돼 있을까.

입은 비위, 혀는 심장과 연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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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이목구비 오관이 오장과 각각 연결돼 있다고 여긴다. 눈은 간, 코는 폐, 귀는 신장, 입은 비위, 혀는 심장과 연결되어 있다. [제작 조혜미]

입은 음식물을 먹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비위와 연결돼 있다. 그러면 혀는? 심장과 연결되어 있다.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것은 다른 동물들도 다 하는 것이지만, 말을 하고 맛을 음미하는 것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두 장기의 기능은 생각하기와도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받고 식사를 하면 체하고, 생각을 골몰히 하면 입맛이 떨어지듯 생각하는 것과 비위 기능은 연관이 있고(현대에는 미주신경, 자율신경 실조로 설명한다), 심장은 나타내는 글자 자체가 마음 심(心)다.


입과 혀에 생기는 문제 때문에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입이 쓰다거나, 입에서 자꾸 단내가 나거나, 무엇을 먹어도 짠 맛이 자꾸 느껴져 괴롭다는 60대 이상의 환자가 적지 않다. 뇌의 혈액순환이 잘 되는 표시 중 하나가 진액이 잘 도는 것인데, 입 안에 침이 많이 고이는 것이 두뇌활동이 활발하다는 증거다.


일단 침이 바짝 마르면서 각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입맛도 변한다. 심에 열이 생기면 쓴맛이 느껴지고, 비에 열이 올라오면 혀가 달고, 신에 열이 있으면 짠 맛이 자꾸 느껴지는 식이다. 비위에서 열이 심하게 올라오면 입 안이 바짝 마르면서 입 냄새도 느껴진다. 비위에서 올라오는 입 냄새는 괴롭긴 하지만 그나마 참을 수 있다. 신장이 나빠져서 생기는 입 냄새는 생선 썩는 비린내, 하수구 시궁창 냄새로 표현될 만큼 지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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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과 혀에 생기는 문제 때문에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장에서 열이 날 때 입 안 혹은 혀에 허는 증상이 많이 생긴다. [사진 pixabay]

입 안이 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소장에서 열이 날 때 입 안 혹은 혀에 허는 증상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지금까지 밝히지 못하는 원인불명의 질환들을 면역계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면역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장이다.


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면역체계에 교란이 일어나고 면역이 과해지면 도리어 나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것을 자가면역질환이라 부른다. 면역이 나를 공격할 때 하필 점막 부분을 침범하는 것이 처음에 언급한 베체트 질환이다. 물론 구내염이 한 달 정도 지속한다고 해서 베체트라고 진단하지는 않으니 섣불리 걱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가면역질환들은 아직도 원인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검사 방법이 딱히 정립되지 않았다. 베체트병은 입 안뿐만 아니라 온몸의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전신 면역질환이다. 증상만으로 일차적인 진단을 해 본다면 혀 혹은 입 안쪽에 염증이 1년에 3회 이상, 한 번에 3개 이상 뾰루지가 생기거나, 입 외에 항문이나 성기에도 발병하고 피부나 눈에 염증성 질환이 동반된다면 베체트병에 가까워졌구나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면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장의 상태, 체온, 자율신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하긴 스트레스가 장의 점막에도 영향을 미치고, 열 받으면 아래는 차가워지고 위는 열이 나며, 자율신경도 무너뜨리니 면역의 모든 것에 관여하는 요인이긴 하다. 그중에서도 입과 혀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골몰히 하는 생각과 고민, 신경을 많이 쓰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 부분에 면역체들이 공격하게 되는 것은 스트레스성이 조금 더 예민하게 작용해 그러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구내염이 자주 오거나, 베체트 질환에 걸렸을 경우 면역 균형을 잡아주고 열을 조절하는 약초도 사용하지만,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는 약초를 꼭 함께 처방해 효과를 극대화한다.

면역이 나를 공격하는 베체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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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위주의 식단. 면역질환에서는 면역균형을 잡아주는 처방이 기본적으로 내려진다. 개인이 할 것은 푹 쉬고, 잠 잘 자고, 채식량을 많이 늘리면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 외에 신경 쓰는 일을 줄여보자. 김성룡 기자

베체트병 같은 면역질환에서는 면역균형을 잡아주는 처방이 기본적으로 내려진다. 베체트 특유의 점막염증은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약초들도 함께 구성해 주면 컨트롤이 되면서 가끔 완치라고 판정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피부나 눈에 염증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 중에 류머티스성 관절염이 겹치는 경우가 있는데, 염증이 여러 곳에서 복합적으로 힘들게 만드니 치료에 더 신중해야 한다.


구내염이 생기는 경우 입 안에 바르는 처방을 쓴다. 요즘은 연고로도 나와 있어서 약국에서도 특정 제품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구내염과 베체트 정도가 되면 점막에 발라 잠깐의 통증을 줄이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지 근본치료는 절대 아니다. 근본적인 접근은 면역계를 망가뜨리는 요인들을 분석해서 하나하나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개인이 할 것은 푹 쉬고, 잠 잘 자고, 채식량을 많이 늘리면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 외에 신경 쓰는 일을 줄이고 노심초사 마음을 쓰는 일을 줄여 보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는 여러모로 많은 병을 만든다. 차분한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꼭 권해본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