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성당을 보고 사람들이 전율한 이유가 있었네...고딕!

[컬처]by 중앙일보

고딕 성당 건축 미학 분석

중앙일보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고딕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로 꼽힌다, [중앙포토]

프랑스 파리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기억한다. '바토 무슈'라는 유람선을 타고 세느강을 유유히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건축물을 본 경험을…. 그 시간이 해가 질 무렵이었다면 건축물 전체의 실루엣이 뿜어내는 고고한 기운이 남다르다는 것도 느껴봤을 것이다. 파리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특별히 다다가는 '고딕체험'의 진원지, 그곳이 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꿈의 해석』의 저자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도 노르트르담 성당에 경외감을 느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1885년 프로이트는 성당을 처음 보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이전엔 느껴본 적이 없었던 느낌을 받았다"는 프로이트는 "이렇게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엄숙하고 어두운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간을 압도하는 고딕 건축의 힘을 언급한 것이다.


1163년부터 거의 2세기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인기에 힘입어 19세기 중반에 복원됐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노트르담 성당은 화려한 선의 버팀목과 창문으로 지탱되며, 거대하고 동굴적인 공간을 모사한 프랑스 고딕 양식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그 아름다움의 정수는 무엇이엇을까. 이 성당에 담긴 건축적 특징과 고딕 건축 미학을 짚어본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USA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16일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붕괴된 이 성당의 첨탑은 이 건물의 첫 번째 첨탑이 아니었다. 원래 첨탑은 1250년경에 지어졌다. 그것은 19세기 중반에 새로 지어졌으며, 12명의 사도들의 동상과 성경의 복음을 상징하는 생물들로 장식됐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3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장미 창문은 "기독교 최고의 걸작 중 하나"다. 1260년에 만들어진 남쪽 창은 직경이 13m에 달하며 84개의 유리 패널로 이뤄져 있어 규모나 예술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화여대 건축학과 임석재 교수에 따르면, 고딕 성당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딕 성당은 사람이 지은 것이되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니라 신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사람의 손을 빌려 지은 것이라는 의미이다(…) 성당 실내에 가득한 빛은 그 자체만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된다."(임석재,『하늘과 인간』)


『고딕: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미술문화) 를 쓴 미술사학자 카린 자그너도 "고딕 성당의 화려한 유리창은 고딕 양식의 성당건축에서 절대적인 새로운 양식이었다"고 강조했다. 유리창은 안으로 비쳐드는 빛을 통해 천국 하느님의 집을 모사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비밀스러운 힘으로 가득 찬 완결된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딕 성당은 높은 벽의 하중을 외부로 유도한 새로운 방식의 지지 구조를 도입한 덕분에 성당의 벽들은 지지의 기능을 거의 갖지 않고 크고 화려한 유리창을 갖게 됐다. 이같은 당시 첨단 건축술로 "불가사의한 빛과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의 높은 성당 공간"이 만들어졌으며, 신도들은 이 공간 안에서 "실제로 지상의 삶으로부터 초월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성당의 서쪽 면에 223피트(68m) 높이의 두 탑 사이에 세 개의 문이 서 있는데, 이 두 탑은 성당당 1250년에 완공됐다. 세 개의 문, 즉 포탈 위에는 28개의 유다 왕을 상징하는 28개의 조각상이 늘어서 있다. 조각상 열주 아래 교회로 들어가는 세 개의 문이 있다. 1230년에 완성된 중앙문(최후의 심판문)을 포함해 오른쪽은 1200년경 지어진 문(성녀 안나의 문)이, 왼쪽에는 1220년에 지어진 문(성모 마리아의 문)이 자리 잡고 있다.







위와 같은 특징을 아우르는 노트르담 성당은 고딕 양식의 최고 걸작품으로 일컬어진다. 섬뜩하고 불길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고딕 양식은 어떻게 생겨났을까.『고딕, 불멸의 아름다움』(다른세상)의 저자인 사카이 다케시는 어둠 속에서 고딕 성당이 내뿜는 분위기에 압도된 뒤 고딕 양식을 연구했다.







다케시에 따르면 고딕 대성당에는 가톨릭 교회의 영향뿐만 아니라 자연숭배 사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12~13세기 식량난에 시달려 농촌을 떠나 도시에 살던 농민들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착과 감수성이 스며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섭기도 하고 신비로워 보이는 고딕 대성당 내부는 ‘깊은 숲의 풍경’를 닮았다. 성당 내부에 줄지어 선 높은 돌기둥은 나무를, 아치의 곡선은 늘어진 가지와도 닮았는데, 저자는 고딕 성당이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근원적 분위기, 역동성, 생명감을 빚어냈다고 말한다.


고딕은 또 유럽 전체에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지모신 숭배와도 관계가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고딕이 인간의 정신에 근원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성스러움’의 본질, 즉 공포·전율·불안에 바탕을 두고 있는 종교적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장엄하고 화려한 고딕 대성당은 지상에서 신의 나라인 천상을 향해 걸쳐 있는 ‘사다리’의 이미지다. 다케시는 고딕 대성당이 감동적인 것은 절제와 균형, 안정성과 합리성을 넘어 끝없이 높은 곳을 향한 본질, 즉 카리스마적인 힘에 대한 강한 동경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중앙일보

[사진 북하우스]

저서 『하늘과 인간』(북하우스)에서 고딕 건축을 분석한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과 교수는 고딕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을 "하늘을 향한 수직적인 집중"으로 꼽는다. 초월성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당시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과장된 양식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고딕 양식이라는 것이다. 땅에 대한 관심에서 하늘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천장은 더욱 높아지고, 창 면적 역시 더욱 확대됐다.


"고딕 성당에 나타난 초월성은 '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가'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건축적 해답으로 해석될 수 있다." (327쪽, 임석재, 『하늘과 인간』)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스콜라 철학은 고딕 성당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고딕 성당이라는 축조물 자체가 신의 역사 가운데 하나로서 물리적 실체를 통해 신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증거"로 쓰였다는 설명이다.


임석재 교수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은 "과시욕과 기하학적 정형성의 두 가지 대표적 특징을 가졌다"며 "이 가운데 노트르담을 대표하는 것은 과시욕이었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적 욕망이 다시 불붙으면서 이를 표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흔적이 실내외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우선 건물 규모가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더 커졌고, 평면 전체 길이와 천장 높이도 높아졌다.



중앙일보

[사진 미술문화]

자그너는 "빅토르 위고가 1831년에 쓴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파리의 고딕 성당을 중세의 풍속을 보여주는 중심지로 설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썼다. 당시 성당은 도시의 모습과 시민들의 삶을 매우 강력하게 상징적으로 지배하는 곳이었고, 종합예술 작품으로써 성당은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회화, 금세공술 등 고딕 양식의 걸작이 모여 있는 보고(寶庫)였다는 것이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