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변본 뒤 손 씻지 않겠다. 공중화장실에선 더더욱!

[라이프]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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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붐비는 공중화장실에서 용변 보고 손을 씻는 게 득일까 실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딘가 씻기를 권하고 싶지 않은 구석이 있다. 조금은 지저분한 얘기다.


크고 작은 것 중 우선 큰 것부터. 큰 것을 보고 나면 보통 손을 씻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휴지 아낀다고, 혹은 귀찮아서 얇게 사용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보통은 손에 배어 나오지 않는다. 조금 배어 나와도 그렇게 위생상 나쁘진 않다. 건강한 자기 대변에 질병을 일으키는 균은 없을 테고, 또 볼일 본 후 손가락을 빨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대장균, 위에 들어가면 전부 사멸

대변 속 대장균을 조금 먹었다 해서 큰 변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위장으로 들어가면 위산에 의해 전부 사멸되기 때문이다. 다 죽지 않더라도 원위치로 돌아가는데 그게 무슨 큰 대순가 싶다. 대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있지만, 보통은 몸에 해롭지가 않다. 건강한 타인 똥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남의 것을 일부러 만지거나 먹을 필요는 없겠다. 더러우니까.

실제는 화장실에서 타인의 대변이 손에 묻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변이 묻어 있는 변기를 심하게 만지지만 않았다면. 오히려 손을 씻은 후 물 묻은 손으로 불특정다수가 만진 출입문, 손잡이, 수도꼭지 등에 접촉하는 것이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만인이 만져 나쁜 균이 묻어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출입문을 팔꿈치나 엉덩이로 여닫는, 남이 보기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요즈음은 센서가 달린 수도꼭지도 가끔 있다. 보건당국도 그게 위생적이라 생각해서일까.


얘기가 좀 다르지만 역설적으로 대변이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다. '대변이식'이라는 것을 아는가. 장염이 심해 항생제로 다스려지지 않을 경우 타인의 대변(대장균)을 장에 넣어 치료하는 방법이다. 치료 효과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 됐다. 우리도 최근 일부 병원에 대변이식클리닉이 생겼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구하거나 사서 증류수에 풀고 건더기를 깨끗이 걸러내고 맑은 액을 호스 같은 것으로 주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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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에는 균 없어

소변을 보고 난 후는 어떨까. 손을 씻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오줌에는 균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노폐물(요소 등)이 다소 섞여 있지만 심하게 해로운 물질은 없다. 안 좋은 물질은 간이 거의 무독하게 처리해 내보내기 때문에 건강한 (자기) 오줌은 마셔도 상관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남자는 소변볼 때 오줌이 손에 튀어 조금 묻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오줌이 몸에 해롭지 않으니 입으로 들어가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기분이 찝찝한 사람은 씻어도 된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것처럼 다중이 쓰는 변소에서는 위험할지도 모르는 엄한 세균이 손에 묻어올 가능성이 더 커지니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도 있겠다는 거다.


조금은 거시기 하지만 오줌이 몸에 나쁘지 않다는 증거(?)가 있다. 요로(료)법이라는 걸 아는가. 나는 믿지 않지만 자기 오줌을 계속해서 마시면 만병통치에 가깝다고 하는 그 치료법 말이다. 오줌을 먹고 바르고 양치질과 목욕을 하는 별난 사람도 있다.


20~30여 년 전 일본에서 들어와 한국에서도 유행했다. 효과를 보았다는 체험자가 많아 호사가들이 오래 연구를 거듭했으나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도 끈질기게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에 ‘요로법’을 검색해 보면 찬양 일색이다. 책도 많이 나왔다.


나는 철저하게 용변 보고 손을 씻지 않는다. 특히 공중변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단 오염된 양변기 뚜껑을 손으로 들었다 놨다 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러면서도 수도꼭지 또는 출입문 손잡이에서 묻어올지도 모르는 나쁜 균을 걱정하면서. 그것보다 오히려 손이 아니라 양변기에 퍼질러 앉은 엉덩이가 더 씻고 싶어 못 견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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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변소에서 볼일 보고 손을 씻느냐고 설문 조사한 것을 본 적이 있다. 70% 정도는 씻는다고 답했으나 실제는 30%도 안 된다는 기사였다. 세간에는 용변 보고 손을 씻지 않는 사람을 미개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잠재의식이 남아있어 설문에서조차 솔직하지 못한 대답이 나온듯싶기도 하다. 씻기 싫어도 주의 시선이 신경 쓰여 씻는 척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렇다. 특히 일행이 함께 공중변소에 가면 억지로 씻는다. 눈치 보여서다.


집에서는 절대 씻는 법이 없다. 철저히 내 소신대로 실행해 안식구에게 욕먹는 경우가 다반사다. 명색이 대학 미생물학과에서 평생 녹을 먹었다. 미생물의 생리 생태를 누구보다 잘 안다. 공중변소에서 병원균이 무서워 용변 보고 손을 씻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높아서다. 외출 후 손을 씻는 건 예스다. 미세먼지 등 온갖 나쁜 것들이 묻어왔을 테니까.


너무나 깔끔 떨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감염 경험이 없어 항체가 생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 다소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거나 개·고양이 등 펫을 키우는 가정의 아이들이 면역력이 강하다는 통계도 있다.


필자 소싯적 흙밭, 똥밭에서 뒹굴며 자랐다. 흙도 주워 먹고 벌판에서 대변보고 지푸라기, 풀잎, 자갈 등으로 대충 처리하고는 그 손으로 음식 집어 먹고 컸다. 그래서 지금 수월찮은 나이임에도 원기 펄펄한가 싶기도 하다. 적자생존인가. 너무 깔끔 떨지 말자.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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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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