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요즘 인테리어 고수들이 푹 빠진 그 가구

by중앙일보

중앙일보

최근 사용자에 맞게 변형, 확장이 가능한 모듈가구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몬타나의 모듈 가구. 벽에 모듈 가구를 설치하면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 몬타나]

서울 송파구의 박정현씨는 최근 인테리어를 하면서 거실 한 벽면을 모듈 가구로 채웠다. 집에 있는 많은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공간 크기에 맞춰 세로 여섯 줄, 가로 네 줄의 선반 시스템을 설치한 후 깔끔한 수납이 가능해져 만족도가 높다. 모듈(module) 가구는 부분(유닛)을 구매한 뒤 레고처럼 조립과 변형을 거쳐 자신이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가구를 의미한다. 이 아파트를 시공한 인테리어 업체 ‘아파트멘터리’의 윤소연 대표는 “최근 인테리어 상담을 하면 모듈 가구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깔끔한 공간을 선호하는 미니멀 트렌드와 수납력이 좋은 모듈 가구의 장점이 맞물린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서울 송파구 박정현씨의 거실. 책을 수납하되 수납장이 돋보이는 것이 싫어 선택한 깔끔한 디자인의 모듈 선반 시스템. 벽면 사이즈에 딱 맞게 설치할 수 있다. [사진 아파트멘터리]

수입부터 국산까지 모듈 가구의 세계

중앙일보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USM 부스.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모듈 가구를 표현하기 위해 건축물 같은 구조물을 만들었다. [사진 USM]

지난 3일 열린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도 모듈 가구가 화제였다. 전시장 중간에 스틸 소재의 모듈 가구로 마치 건축물처럼 구조적인 공간을 만든 스위스 모듈 가구 업체 ‘USM’ 부스에는 가구를 체험해보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스틸 소재 파이프와 컬러 패널, 서랍 등을 조합해 장식장이나 캐비닛 등 원하는 형태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USM 가구는 최근 SNS 인플루언서들의 집마다 놓여있는 가구로 유명하다. 풍부한 색감의 직사각형·정사각형 큐브를 원하는 만큼 쌓고 조합해 아이 방· 주방·거실 등을 다양하게 꾸민 덴마크 모듈 가구 브랜드 ‘몬타나’의 전시장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중앙일보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비초에 606 유니버셜 쉘빙 시스템. [사진 비초에 공식 홈페이지]

가구 직구족의 사랑을 받는 영국 모듈 가구 ‘비초에(vitsoe)’도 있다. 독일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디자인으로도 유명한 비초에의 선반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질리지 않고 평생 쓰는 가구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 최초의 벽 고정 선반 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진 덴마크 브랜드 ‘DK3’사의 로얄시스템 역시 이름난 모듈 가구다. 원하는 규격의 선반에 서랍을 더하는 등 벽면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데다, 우드 마감으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어 빈티지 매니어들이 선호한다.

중앙일보

세계 최초의 벽선반 고정 시스템인 DK3의 로열시스템. 나무 마감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 보에]

원하는 모양으로 소파를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듈 소파도 인기다. 가구 편집숍 ‘보에’에서 취급하는 ‘사바 이탈리아’의 픽셀 소파는 마치 '테트리스' 게임 속 블록처럼 소파의 형태를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중앙일보

사바 이탈리아의 픽셀 소파. [사진 보에]

모듈 가구가 주목받으면서 참신한 한국 브랜드도 등장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국내 모듈 가구 브랜드 ‘몬스트럭쳐’는 알루미늄 소재의 뼈대를 고객 스스로 조립해 다양한 형태의 장식장이나 수납함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스틸 소재의 가구를 선보이는 ‘레어로우’의 시스템 가구도 주목할 만하다. 스틸 소재 선반을 구성해 서재·오피스룸·드레스룸 등 다양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신생 브랜드 ‘지피 시리즈’는 패브릭 패널을 지퍼로 여닫는 방식으로 파티션이나 선반 시스템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중앙일보

몬스트럭쳐의 모듈 시스템. 알루미늄 소재의 패널을 활용해 자유자재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사진 몬스트럭쳐]

맞춤한 수납, 확장성까지 모듈 가구의 매력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왔던 모듈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미니멀 인테리어의 영향이 크다. 간결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면서 많은 물건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를 만족시키는 가구로 모듈 가구가 주목받는다. 몬타나를 취급하는 가구 편집숍 에스하우츠의 조은진 과장은 “제한적 공간을 넓고 깔끔하게 사용하고 싶은 이들의 문의가 많다”며 “바닥부터 쌓지 않고 벽에 고정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듈 가구는 공간 활용도가 높아 좁은 면적의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실용적”이라고 말한다.

중앙일보

수천가지 경우의 수가 나올 정도로 다양한 모듈 구성이 가능한 레어로우의 시스템 225 제품. [사진 레어로우]

모듈 가구의 또 다른 장점은 원하는 대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선반을 몇 단으로 구성할지, 서랍 형태로 할지, 벽에 붙일지 등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몬스트럭쳐의 김병호 대표는 “모듈가구는 쉽게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설계돼 있는 사용자 중심 가구”라고 설명한다.

중앙일보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고 변형 및 확장이 가능한 몬스트럭쳐, 지피 시리즈. [사진 각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한몫했다.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대표는 “일터와 가정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집을 오피스처럼 꾸미려고 하는 수요가 늘었다”며 “이때 가장 선호하는 가구가 모듈 시스템 가구”라고 했다.

중앙일보

집과 일터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홈 오피스 가구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피 시리즈의 지피 엔드레스 시스템. 파티션 패널을 지퍼로 연결해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 [사진 지피 시리즈]

무엇보다 모듈 가구의 최대 장점은 확장성이다. 한 번 구매하면 그 형태가 고정되는 기존 가구와 달리, 부품만 추가로 구매하면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짐이 늘어나거나 식구가 늘었을 때는 기존 모듈 가구의 형태를 바꾸거나 추가해 활용하면 된다. 지피 시리즈의 채원중 대표는 “공유 오피스처럼 구성 인원 변동이 잦은 경우에도 모듈 가구를 활용하면 손쉽게 변형·확장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사용자에 맞춰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모듈 가구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저렴한 조립식 가구가 아니라 비교적 고가의 모듈 가구 시장이 커진 이유도 이 확장성에 있다. 한 번 구매하면 오랜 시간 사용하는 모듈 가구이기 때문에 이왕 구매할 때 고가여도 튼튼하고 견고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중앙일보

요람에서 요람까지. 사용자가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변형, 확장이 가능한 모듈 가구는 대를 이어 사용할 있을만큼 지속 가능성이 뛰어난 가구다. [사진 USM]

모듈 가구의 무한한 확장성은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된다. USM의 알렉산더 쉐러 CEO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기저귀 갈이대로 사용하던 모듈 가구를 아이의 생애 주기에 맞춰 변형해 사용하다가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줄 수 있다”며 “최근 유럽에서는 순환하는 가구, 대를 이어 지속가능한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했다. 모듈 가구는 사용자가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맞춰 변형되고 확장된다. 쓰고 버리는 가구가 아니라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순환한다는 얘기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디자인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모듈 가구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중앙일보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