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는데 귀찮아 넘어간다···요런 고객 노리는 '다크 넛지'

[비즈]by 중앙일보

에어비앤비 3만원대 올라온 숙소

결제 땐 청소비 등 붙어 11만원대

음원사이트 할인 뒤엔 자동결제

귀찮아 해지 안하는 소비자 많아


“왜 알아 볼 때랑 실제 결제 가격이 다르지?”


정하늘(26ㆍ회사원)씨는 에어비앤비로 숙소 예약을 할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예약 사이트에서 그냥 알아볼 때의 금액과 결제단계에서의 금액이 상당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제 단계에서 청소비와 서비스 수수료가 추가되면서 발생한 차이다. 정씨는 “추가된 금액을 더하면 싼 가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여러 숙소 후보들을 다 둘러보고 인테리어·위치· 후기까지 읽어보고 결정한 거라 귀찮아 그냥 결제한다”고 말했다.


정씨와 같이 선택을 번복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귀차니스트’를 노린 ‘다크 넛지’ 상술이 확산하고 있다. 넛지(nudge)란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듯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뒤집은 개념이 다크 넛지다. 기업이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해 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흔해지면서 나온 용어다. 혼을 빼 물 흐르듯 그냥 결제 버튼을 누르게끔 하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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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에어비앤비 앱으로 직접 예약시도를 해 보면 다크 넛지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 범위 설정 란에 ‘1만2000~5만원’ 사이로 체크하자 1박에 3만9608원하는 숙소가 가장 먼저 떴다. 하지만 숙소를 클릭한 뒤 날짜를 선택하자 청소비와 서비스 수수료가 붙어 총 11만9674원이 됐다. 평일 날짜를 선택하면 총합계로 9만7094원이 된다. 직접 설정한 ‘5만원’의 가격범위에서 최소 4만7000원 최대 7만원가량 차이 나는 숙박료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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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는 ‘날짜를 먼저 체크했는지’에 달려있었다. 에어비앤비 측은 “먼저 날짜를 체크하고 들어간다면 가격변동은 없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또 “서비스 수수료는 숙박하는 일수만큼 달라지기 때문에 날짜 미선택시 1박당 숙박비에서 제외됐으며, 청소비는 몇 박을 하든 동일하기 때문에 ‘1박당’ 숙박비에 포함하기엔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디에도 처음 보여주는 가격에 청소비와 수수료 미포함이라는 안내는 없었다.

온라인 쇼핑몰에도 이런 사례가 많다. ‘최저가’라고 해서 클릭한 뒤 결제를 시도하면 해당 모델은 품절로 나오고 실제 살 수 있는 상품은 색깔·재질 등이 약간 다른 모델에 추가 비용이 붙어 나오기 일쑤다.


다크넛지가 가장 빈번한 서비스는 음원사이트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음원 서비스 이용’ 관련 소비자 불만 886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할인행사 후 이용권 자동결제’를 포함한 요금 관련 불만이 51.3%로 가장 컸다. 네이버 지식인과 블로그에 자동결제 해지 방법을 묻는 글이 수 백건 쏟아졌다. 음원 이용권 구매는 핸드폰으로 간편하게 가능하지만 아이폰의 경우 해지는 PC 버전으로만 가능하다. 음원사이트 멜론을 7년간 이용한 이모(26ㆍ회사원)씨는 첫 달 무료 이벤트로 가입을 시작했다. 이벤트가 끝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이 씨는 아직 이용 중이다. 이 씨는 “해지가 복잡하기도 하고 이용요금이 커피 두잔 값이기에 핸드폰 요금이다 생각하고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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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서비스구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 구독권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여러 운영 기기에서 메모 작성이 가능한 앱 ‘에버노트’를 이용하는 직장인 염모(27)씨는 프리미엄권을 구독하고있다. 염씨는 “소프트웨어 구독권의 경우 연간이용할 때 할인이 있어 1년 구독을 하는 편이지만 앱 이용 횟수가 적어질 때마다 이용권을 해지할까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씨는 “1년에 5만원 정도인 돈을 환불해서 어디다 쓸까 귀찮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혹시 또 쓸 일이 있을까 싶어 3년째 해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명대 경제금융학과 이준영 교수는 “다크넛지는 소비자가 게을러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소비자의 충동구매와 소비관성을 유도하면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온라인에서 소비자는 정보과부화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이기에 다크넛지에 더 취약하다”며 “기업은 몇 번의 클릭으로 소비가 가능한 온라인의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의 구매장벽과 지불저항이 낮은 점을 노린다”고 전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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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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