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곰팡이 호박즙 사태 그 후…임블리 "난 그만둘 수 없다"

[이슈]by 중앙일보

임블리와 남편 "고객 친구로 잘못 생각"

위기의 부건에프엔씨 ‘임블리’ 부부 인터뷰

SNS서 임씨 호감도로 큰 패션기업

곰팡이 검출 논란에 26억원 환불

"직원들 있는데, 도망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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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임블리(임지현)를 통해 성장한 패션 기업 부건에프엔씨는 분명 지난달 불거진 곰팡이 호박즙 사태를 미숙하게 처리했다. 이후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동대문에서 태동해 매출 1700억원(지난해 기준) 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허약한 시스템은 그대로라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는 평가가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제품 문제에 대한 항의보다 임씨와 그의 남편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부건에프엔씨 본사에서 논란에 중심에 선 부부를 만났다.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소통해 온 이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했다. 임씨는 ”무슨 말을 해도 반대로 받아들여져 어렵다“는 말을 하다 눈물을 보였다. 그는 “고객을 대했던 마음마저 오해를 받는 상황이라 막막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부분의 질문은 박 대표가 답했고, 임 상무는 잠깐씩 심경을 밝혔다. 그는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며 사진 촬영은 거절했다.









박준성 대표(이하 박):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초기 소비자 응대가 잘못됐다. 김재식 헬스푸드에 접수된 2건 중 1건은 공장 측 실수로 제품이 없어졌다. 이런 상황이 임 상무에겐 보고 되지 않았다. 그래서 소비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접수된 1건, 분실한 1건 제품과 동일한 로트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검사에서 곰팡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안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호박즙 26억원어치를 환불했다. 총 8만명에게 환불을 진행했다.

임지현 상무(이하 임):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이 불안하다고 하니 너무 죄송했다. 빨리 해결해야한다는 마음에 전체를 환불했다. 지금도 당연히 책임져야 할 것이 있으면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닌 것은 제대로 밝히고 싶어서 겨우 버티고 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고객을 대했던 내 마음이 오해를 받는 것이 가장 힘들다.









: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구입한 사람 모두에게 하려고 했는데, 신용카드 PG사가 교체되면서 결제 정보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 있었다. 또 휴대전화로 구매하면 한 달 내 정보가 사라진다. 자동으로 입금을 진행할 수가 없어서 환불 신청해 달라고 했다. 우리에게 남은 구매 기록과 대조해 현금 입급을 진행하면서 고객만족(CS)부서가 마비됐다.







: 그런 지적은 결과론적이다. 진행하기 전엔 식품을 하는 게 트렌드였다. 패션 업체도 라이프스타일로 품목을 확대하는 추세다. 마케팅 채널이 없는 좋은 회사와 콜라보(협업)하고 싶었다.







박: 호박즙 이후 뭔가가 보이면, 다 곰팡이 아니냐고 물어본다. 어떤 분은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마추어였다. 진심으로 불안해하는 것이 미안해서 한 결정이었는데, 우리가 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한 꼴이 됐다. 곰팡이가 없다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박: ‘인진쑥 밸런스 샤워 필터’에서 발견된 곰팡이라고 사진을 올린 고객을 1주일 따라다녔다. 이물질을 거르는 제품이라 거기엔 이물질이 고일 수밖에 없다. 제품을 회수해 실험해보겠다고 했는데, 다음날 ‘어머니가 버려 없다’는 연락이 왔다. 사진은 이미 다 번졌고, 우리는 검사를 해 볼 제품이 없는데도 입증해야 하는 처지다. 억울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







박: 임 상무가 처음 문제를 제기한 아이의 어머니와 1시간을 통화했다. 설득했고 지금은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사진은 많이 올라오는데, 우리한테 직접 문의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냥 SNS 주장만 있다. 누구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보상을 하나. 발에 봉화직염을 유발했다는, 굉장히 심각한 사진을 올린 사람이 있는데, 제발 연락을 줬으면 좋겠다.







박: 인스타에 올라오는 것 중 진짜 소비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제보도 있다. 우리에게 들어오지 않은 사례, 신원을 밝히지 않은 계정에 대해서는 대응하기 힘들다. 반면 우리는 신상을 다 털리고, 집주소까지 노출이 됐다.







박: 회사 직원이 성범죄자로 몰리는 등 여러 가짜 뉴스가 있었다. 회사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직원 중에서도 ‘왜 사과하고 고소하냐’고 질문이 나오더라. 그래서 오늘 전체 간담회를 진행해 이런 사실을 설명했다. 대표적 계정에 대한 폐쇄 명령을 내달라고 한 것뿐이다. 실제로 이후 계정 몇 곳은 자발적으로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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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건에프엔씨 관계자들은 "임지현 상무가 만날 수 있는 소비자는 직접 만나 사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유튜브를 통해 사과할 때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박: 하소연을 하면 안되는데…처음 동대문 일을 시작했을 때 나름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파는 사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혼자만의 사명감이 있었다. 동대문에서 글로벌 SPA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소비자 눈이 높으니까 까다롭게 품질을 요구했다. 양쪽(동대문과 소비자)에서 불만이 생겼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끼어있다. 지금은 그냥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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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시스템의 부족한 점, 구멍을 발견했다.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확장보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과연 임지현 상무가 그동안 해온 것처럼 소통하면서 활동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리스크다. 그래도 포기하거나 접을 수 없다. 달린 직원이 몇 명인데.

임: 만약 진짜로 속이려고 했고 거짓말을 해 왔다면, 아마 못 버텼을 것이다. 그냥 ‘모든 게 들통났구나, 난 다 끝났구나’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 버틸 수 있다. 요즘 할 수 있는 게 생각뿐이라 많은 생각을 하는데 어떤 루머에 대해서는 미칠 것 같다. 우리 아들이 가짜 아들이라는 말이 가장 그랬다. 하지만 내가 접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직원도 어렵게 버티고 있는데, 난 도망갈 수 없다.









박: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지금과는 달라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젊은 회사라 의사소통이 빠른 게 장점이라고 여겼는데 위기 상황이 되니까 허둥지둥하면서 단점이 나타났다. 소비자 대응을 강화하고 품질에 대한 노력도 더 하겠다.

임: 지금까지 인스타에서 그냥 인간 임지현으로 답변했다. 개인적인 생각과 내가 느끼는 그대로, 답변을 달았다. 부족했던 것도 있고 실수했던 것도 있더라. 충분히 오해할 수 있겠다 싶다. 앞으로는 더 많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할 것이다. 심려를 끼친 점 너무 죄송하다.


박:고객 기대와 니즈를 채우지 못하고 부족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너무 많이 깨달았다. 머리를 때리는 듯한 댓글이 있었는데 ‘너희는 우리를 친구처럼 대할 수 있지만 우리는 돈을 내고 제품을 사는 소비자’라고 말한 것이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박: 의류는 자체 디자인한 소량의 제품만을 하게 될 것 같다. 과거에도 동대문엔 더는 답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단독 진행, 오더 베이스 생산 시스템을 가장 먼저 만든 게 우리다. 앞으로 동대문에 가도 없는 것을 만들고 싶다.







:우리가 단독으로 진행해도 홈페이지에 제품 사진 올리면 바로 중국 카피 제품이 뜬다. 우리가 5만~6만원에 팔면 카피 제품 취급 업체는 1만8000원에 판다. 6년 동안 같은 질문을 받았고 수십번 응답했다. 같은 제품 파는 사이트는 임상무 사진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도 한다. 항의하면 화를 낸다. 지금 그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박: 어렵다. 취급하고 있는 제품 2000여종 중 카피 디자인 몇 가지가 나왔다. 그런데 랩을 잘하고 싶으면 잘하는 랩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패션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걸 잘 응용하면 트렌드에 맞는 것이고 아니면 표절이라고 지적을 받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주의하겠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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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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