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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밀레니얼 가족'이 사는 법 ②…집에선 쉬고 싶어..'각자, 따로'

by중앙일보

밀레니얼의 공간 트렌드


매년 그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는 올해의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밀레니얼 가족’이란 키워드를 제시하며 “낯선 사고방식을 가진 새로운 가족 집단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생으로 대변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족 풍경이 이전과 다른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는 의미다. 과연 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밀레니얼 가족이 사는 법’에 대해 3회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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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이룬 가족이 원하는 집과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밀레니얼 세대의 공간 트렌드를 전한다. [사진 한샘]

밀레니얼 가족, 너는 누구냐

1980년대~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됐다. 이른바 ‘밀레니얼 가족’의 탄생이다. 30대를 중심으로 부부만 있는 2인 가족이거나, 어린 자녀를 둔 3인 이상 가구로 구성된 이들은 맞벌이 비율이 높고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며 왕성한 소비생활을 영위한다. 이들은 부모인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다른 삶의 패턴을 보인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전통적인 아내·남편의 모습을 거부하고 동반자적 부부 관계를 맺는다. 가사 분담은 자연스럽다. 자녀를 돌보는 관리자로 군림하기보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자 한다.


『트렌드 코리아』의 공동저자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밀레니얼 가족의 가장 큰 특징을 “1인 1행복 추구”로 분석했다. 가족 공동체를 중시하며 희생을 미덕으로 삼았던 전형적인 한국의 가족상을 탈피, 공동체만큼이나 개인의 행복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인 ‘나(me)’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배경으로 “언제든 외부와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어린 시절부터 체화한 세대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관계 맺기를 해 온 이들”이라며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도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고, 나만의 시간 자원을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세대”라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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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나(me)'를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는 점이다. 집을 꾸밀 때도 가족 구성원 각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개인 공간을 마련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사진 한샘]

집에 나만의 공간 만든다

밀레니얼 가족에게 집은 가족 공동체의 공간이면서 개인의 공간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17 집의 의미 및 홈인테리어 관련 인식 조사(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집의 가장 큰 의미는 ‘휴식’과 ‘가족’이었다. 다만 2015년 동일 조사와 비교했을 때 집을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꼽는 응답자가 56.1%(2015년)에서 65.6%(2017년)로 증가했고, ‘나만의 공간’으로 보는 시각도 41.6%(2015년)에서 51.8%(2017년)로 증가했다. 특히 집이 나만의 공간이라는 인식의 경우 젊은 층(20대 66.4%, 30대 51.2%, 40대 44.4%, 50대 45.2%)과 1~2인 가구(1인 가구 78.5%, 2인 가구 67.1%, 3인 가구 48.8%, 4인 가구 46.4%, 5인 이상 가구 37.3%)에서 보다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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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가족은 집에 남편을 위한 취미방, 게임룸을 만들거나 아내를 위한 작업실, 카페 공간 등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 아파트멘터리]

인테리어 시공 업체 아파트멘터리의 김지원 공간 디자이너는 “최근 들어 집을 꾸밀 때 나만의 공간을 찾는 30~40대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김 디자이너는 “남편을 위한 게임룸이나, 아내를 위한 작업실 등을 꾸미고, 가족 구성원의 취미를 존중해 악기를 놓은 방, 운동 기구를 놓은 방, 카페처럼 만든 방 등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며 “가족 모두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도 중시하지만, 각자의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도 인색하지 않다”고 했다. 신축 아파트를 설계할 때 '알파룸'을 만드는 추세도 이런 트렌드와 일맥상통한다. 서비스 면적을 모아서 아예 하나의 방으로 만드는데, 안방이나 드레스룸과 같은 기능적인 방 외, 취미 생활을 즐기며 정서를 나눌 수 있는 플러스 공간에 대한 필요를 반영한 것이다.


집에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가족은 그 이전 세대보다 ‘홈 퍼니싱(home furnishing·집을 단장하다)’에 공을 들인다. 아파트멘터리 김 디자이너는 “집 안에 들인 카페나 게임룸 등 취미 공간은 이전에는 집 밖의 상업 공간이 담당하던 역할”이라며 “단순히 잠자는 공간이 아니라 적극적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집을 꾸미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기승전 ‘휴식’, 호텔같은 스타일 원해

밀레니얼 가족에게 집은 단순히 잠을 자고 쉬는 공간을 넘어, 나만의 휴식 공간을 만드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밀도 높은 휴식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LG하우시스는 2019 디자인 트렌드 세미나에서 ‘홈 메디테이션(home meditation·집 명상)’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소란스럽고 불안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휴식’은 절대적인 가치이며, 좋은 삶을 위한 해결책으로 휴식과 위로, 안정을 위한 요소들이 공간(집) 깊숙이 들어온다는 의미다.


SM C&C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를 통해 전국 2030 남녀 500명에게 설문조사 결과, 밀레니얼 세대를 아우르는 2030 젊은 층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자 가장 오랫동안 머무는 공간으로 ‘침실(58.2%)’을 꼽았다.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싶은 가구로 침대를 꼽는 응답자(51.6%) 역시 가장 많았다. 가장 선호하는 인테리어 키워드로 ‘쾌적한 호텔 스타일’을 꼽은 응답자(48.6%)가 가장 많았고 ‘쉼 명상 센터’를 꼽은 응답자(34.2%)가 뒤를 이었다. 기혼 비율이 높은 30대 남성의 경우 유일하게 호텔 같은 스타일(37.5%)보다 쉼 명상 센터로 집을 꾸미고 싶다는 응답(46.2%)이 더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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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가족에게 집은 밀도 높은 휴식의 공간이다. 각자의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욕구는 침실에서도 마찬가지다. 트윈 모션 베드로 구성한 침실. [사진 일룸]

이향은 교수는 “밀레니얼 가족들에게 집을 꾸미는 행위는 온전히 나와 우리 가족의 만족을 위한 집 꾸미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해 집을 예쁘고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진정한 휴식을 누리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내가 편하고 만족스러운 공간을 꾸미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집은 과시 공간 혹은 단순한 쉼의 공간이 아니라 나의 삶을 정비할 수 있는 가치 있고 생산적인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장식적이고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깔끔하고 쾌적하며, 자연스러운 인테리어가 주목받는다. LG하우시스는 ‘홈 메디테이션’의 연장선상에서 베일 등 아늑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 요소들과 향초 등 치유와 명상을 돕는 아이템, 볏단이나 갈대 등 소박한 소재들로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공간을 꾸미는 것을 트렌드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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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기승전 '휴식'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트렌드 키워드는 '내추럴'이다. 라탄 소재와 식물 등으로 꾸민 실내. [사진 H&M 홈]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인테리어 스타일 역시 ‘내추럴(natural·자연스러운)’ 스타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오늘의 집에 업로드된 인테리어 사진 중 내추럴 스타일은 25%를 차지했으며, 2019년 3월 기준 지난해 동기보다 내추럴 인테리어 사진 수가 47% 증가했다. 올해 인테리어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른 ‘웜 미니멀리즘(warm minimalism)’도 같은 선상에 있다.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내는 뉴트럴 컬러를 더하거나 식물, 라탄 소재 가구 등 따뜻한 분위기를 내는 요소를 더해 아늑한 휴식처를 제안한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