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무릎관절염 앓았다고? 당신도 그 병 조심

[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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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2014년 양쪽 유방과 난소를 모두 절제했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가족은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었다. 유방암을 억제하는 유전자(BRCA1)에 돌연변이가 있어서 암을 억제하는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도 유방암과 난소암으로 56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정밀검사를 해본 결과 그녀가 향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라는 진단을 받았고, 그녀는 수술을 선택했다.



3대의 건강 가계도로 큰 병 흐름 파악


환자를 오래 진료하다 보면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보다 유전적인 성향이 건강에 더 직결됨을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50세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으면 아들도 50세 무렵에 당뇨병이 생긴다. 왼쪽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60세 아주머니에게 “잘 생각해보세요. 혹시 친정엄마도 60세쯤에 왼쪽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지 않으셨나요?” 하고 질문하면 거의 맞아 떨어진다.


귀신같이도 발생하는 시기뿐만 아니라 통증 부위가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도 같을 때는 ‘징그럽게도 닮았네’ 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이유는 모녀 사이에 유전자도 비슷하지만, 삶의 성향 즉, 식습관이나 운동습관까지도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전력 외에 가족력도 작용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찌 보면 삶의 성향, 식습관, 운동습관 역시 유전일 수 있다.


건강 가계도를 그려보자. 가계도를 3대까지만 그려보면 웬만한 큰 병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본인 형제,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할아버지 정도까지 3대의 건강 가계도를 그려보자. 어떤 병이 발생했고, 그 병이 몇 살에 생겼는지도 기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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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한 집안의 가계도다. 친할아버지가 대장암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고모가 대장암을 앓고 있다. 친가 쪽으로는 대장암이 유전성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외가 쪽을 보면 외할아버지는 당뇨가 있었고, 외삼촌도 당뇨가 있었다. 그리고 외할머니가 유방암을 앓았고, 어머니도 유방암으로 고생했다. 그렇다면 자식들의 미래의 건강은 어떨지 예측을 해보자.


아들의 경우 친가 쪽에서 내려온 대장암과 외가 쪽에서 온 당뇨병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딸은 유방암, 대장암, 당뇨병의 위험성이 높아질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암 중에서 유전성 경향이 높은 암은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위암이다. 만약 가족 중에 이런 질환이 있다면 좀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암처럼 난치병뿐만 아니라 재활의학과 영역에서 볼 수 있는 허리 통증이나 무릎 관절염도 유전적인 경향을 볼 수 있다. 관절염이 발생한 시기, 수술한 시기도 비슷한 경우를 흔히 본다. 이는 무릎이나 허리의 내구성이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 외의 이유가 있다. 부모와 자식은 발의 생김새, 다리의 정렬도 비슷하다. 그리고 체형이나 몸무게, 식습관, 운동습관이 비슷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통증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앤젤리나 졸리는 수술을 선택했다. 그녀의 결정에 대해서는 찬반의 논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14년의 그녀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고 싶다. 누구나 유전적인 성향 때문에 질병의 위험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 위에서 봤듯이 가계도를 그려봐도 쉽게 알 수 있고, 요즘에는 유전적 성향을 저렴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검사도 있다. 자신의 유전적 성향에 대해서 잘 알고 좀 더 적극적으로 대비한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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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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