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아무에게도 구걸하지마, 특히 사랑"…토니 모리슨이 남긴 말

by중앙일보

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여성의 관점에서 흑인의 삶 다뤄

오바마 "그와 동시대를 산 것은 축복"

중앙일보

지난 5일 88세로 별세한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 [AP=뉴시스]

“우리는 죽는다. 어쩌면 그게 삶의 의미다. 우리는 언어를 쓴다. 그게 우리 삶의 척도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쓰인 게 없다면 당신이 써야만 한다."


"억압적인 언어는 폭력을 대표하는 것 이상이다. 그 자체가 폭력이다."


토니 모리슨이 남긴 말이다. 지난 5일(현지시각)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토니 모리슨이 생전에 했던 말을 SNS에 공유하며 그를 추모했다.


1993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리슨은 흑인들의 삶을 여성적인 시각에서 표현하며 인종차별, 성차별 문제를 지속해서 고발한 작가로 꼽힌다. 지난 1970년 장편소설 『가장 푸른 눈』으로 등단한 모리슨은 『술라』(Sula,1973), 『비러브드』(Beloved, 1987), 『재즈』(1992)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 중에서도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기고 문학계에서 주목받게 한 작품이 바로 탈주한 흑인 여성 노예의 삶을 그린『비러비드』다. 흑인 여인이 사랑하는 딸이 노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딸을 살해한다는 내용이며, 1998년 오프라 윈프리 주연의 영화로 제작됐다.


6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는 모리슨의 어록을 정리해 소개했다. 생전에 그가 공식 석상에서 혹은 작품을 통해 남긴 말이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그가 언어(language)에 대해, 그리고 그 언어를 도구로 글을 쓴다는 것(writing)에 대해 얼마나 큰 의미 부여를 했으며, 작가로 살아가는 삶을 얼마나 감사히 여겼는지 알 수 있다.


글이 있기에 토니 모리슨이 있었다. 작품을 통해 그가 쏟아낸 말들이 그의 삶, 여성의 삶, 그리고 흑인의 삶을 대변했다. 글쓰기는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모리슨이 숨을 거두고 유족들은 "글쓰기를 사랑했던 원숙한 작가 모리슨은 항상 책 읽기를 사랑했으며, 글을 쓸 때 가장 편안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큰 슬픔이지만, 우리는 그의 삶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6일 모리슨에 대해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었다"며 "잠시나마 그와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산 것은 신의 축복이었다"고 추모했다.


여기, 토니 모리슨의 어록을 정리해 소개한다.

중앙일보

생전의 토니 모리슨. [AP=뉴시스]


'글쓰기(writing)'에 대하여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것이 쓰이지 않았다면 당신이 그 책을 써야 한다." (If there’s a book that you want to read, but it hasn’t been written yet, then you must write it.)


"나홀로 영웅 같은 작가는 이제 필요없다. 영웅적인 작가들의 단호하고 전투적이고 강력한 투쟁이 필요할 뿐." (We don’t need any more writers as solitary heroes. We need a heroic writers’ movement: assertive, militant, pugnacious.)


"언어만이 이름 없는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언어만이 명상이다." (Language alone protects us from the scariness of things with no names. Language alone is meditation.)


"내가 호기심으로 충만하고, 살아있고, 통제력이 있다고 느끼고, 내가 정말 멋지다고 느끼는 때는 바로 내가 글을 쓸 때." (I feel totally curious and alive and in control. And almost … magnificent, when I write.)


"이야기를 만들어라. 우리와 너를 위해서. 길에서 네 이름을 잊어버리고, 어두운 곳과 밝은 곳에서 너에게 세상이 어땠는지 우리에게 말해라." (Make up a story. For our sake and yours forget your name in the street; tell us what the world has been to you in the dark places and in the light.)


"나는 톨스토이에게 나에 대한 글(오하이오 로레인에 사는 작은 유색인종 소녀에 대한 글)을 써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 나는 조이스에게 가톨릭이나 더블린의 세계를 언급하지 말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 그리고 왜 내가 당신의 삶을 당신에게 설명하도록 요청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I never asked Tolstoy to write for me, a little colored girl in Lorain, Ohio. I never asked Joyce not to mention Catholicism or the world of Dublin. Never. And I don’t know why I should be asked to explain your life to you.)



'사랑'에 대하여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 (Love is never any better than the lover.)


"사랑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가벼운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Love is or it ain’t. Thin love ain’t love at all.)


"사랑은 신성하기만 하고 항상 어렵다. 그것(사랑)이 쉽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바보다. 그것(사랑)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장님이다."


(Love is divine only and difficult always. If you think it is easy you are a fool. If you think it is natural you are blind.)


"아무에게도 구걸하지 마, 특히 사랑." (Don’t beg anybody for anything, especially love.)

중앙일보

아티스트 로버트 맥커디( Robert McCurdy) 그린 토니 모리슨 초상화. 미국 워싱턴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 [AP=뉴시스]


'인종차별'에 대하여


"인종차별의 매우 심각한 기능은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당신이 일하는 것을 방해하고, 당신에게 당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설명하게 한다." (The function, the very serious function of racism is distraction. It keeps you from doing your work. It keeps you explaining, over and over again, your reason for being.)


"나는 인종 차별하거나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모욕하는 행위를 불쌍하게 여겨왔다(…)그런 사람들에게 뭔가 결핍된 점이 있다." "I always looked upon the acts of racist exclusion, or insult, as pitiable, for the other person(…)I always thought that there was something deficient about such people."



'사회'에 대하여


"모래 속에 선을 긋고 있었건, 동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건, 춤을 추고 있었건, 예술로 시작되지 않은 문명은 없다." (There is no civilization that did not begin with art, Whether it was drawing a line in the sand, painting a cave or dancing.)



'젠더'에 대하여


"적(enemy)은 남자들이 아니다. 적은 가부장제 개념, 세상을 운영하거나 일을 하는 방법으로서의 가부장제 개념이다." (The enemy is not men. The enemy is the concept of patriarchy, the concept of patriarchy as the way to run the world or do things.)



'죽는다는 것(mortality)'에 대하여


"죽음도 확실하지만, 인생도 그만큼 확실하다. 문제는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Death is a sure thing but life is just as certain. Problem is you can’t know in advance.)


"우리는 죽는다. 어쩌면 그게 삶의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언어를 쓴다. 그게 우리 삶의 척도일지도 모른다." (We die. That may be the meaning of life. But we do language. That may be the measure of our lives.)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