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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박혜은의 님과 남

괜찮은 척, 다 아는 척…부부사이에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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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척, 배운 척, 잘난 척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거북하게 하고 결국 관계를 멀어지게 만듭니다. [사진 pixabay]

최악의 소개팅 상대, 혹은 대화할 때 꼴불견 등의 질문에 자주 등장하는 대답은 '있는 척, 배운 척, 잘난 척하는 삼척동자’ 입니다. ~척은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말하죠. 진짜, 진실은 아닌데 그런 척 스스로 떠들어 대는 사람은 상대방을 거북하게 만들고 결국 관계를 멀어지게 만듭니다.


무촌이라는 부부사이에도 이런 척이 필요할까 싶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금을 만드는 두 가지 척이 있어 보입니다. 과한 배려 혹은 단념이 만들어 내는 ‘괜찮은 척’ 그리고 지나친 자만이 만들어 내는 ‘다 아는 척’입니다.


뮤지션 유희열이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던 이야기를 꺼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가 콤플렉스가 뭐냐면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저를 키우셨거든요. 그런데 10년 만에 아버지를 뵙고 아내에게 인사를 시킨 거죠. 근데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견디기 쉽지 않더라고요. 아내 앞에서 자존심도 상하고 치부를 들켰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민망하게도 이 친구 앞에서 살짝 눈물이 났어요. 근데 아내가 분하고 창피한 눈물을 다독여주면서 한마디 하더라고요.


“행복해지려고 오빠를 만나는 게 아니야. 나는 불행해도 오빠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내 연애 가치관이 다 깨지면서 이 사람이라면 내일을 같이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결혼 생활이라는 게 행복할 수만은 없잖아요. 행복한 일상도 불행한 일상도 함께 걸어야만 해요. 상대방과 같이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과 결혼하세요. 괜히 꾸미거나 가식적이지 않은 그냥 편안한 그대로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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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해도 오빠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아내의 말에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는 가수 유희열. 그는 상대방과 같이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말합니다. [중앙포토]

유희열 씨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생각합니다. 부부는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 일 거라고 말입니다.


부부 사이의 괜찮은 척을 떠올린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수 이효리가 남편 이상순과 의자를 만드는 중이었답니다. 다 만들고 마무리 사포질을 하는데 의자 밑을 열심히도 다듬길래 아내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을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말했습니다. “내가 알아”


내가 안다는 말은 여러 상황에 적용되겠지만 남편 그리고 아내와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 모습 역시 내가 잘 압니다. 나는 함께하는 시간에서 괜찮은 척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괜찮은 척 하는 이유는 '뭐 굳이 이런 것까지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일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표현해 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은 척은 결국 내 마음의 병을 만듭니다. 아이러니하게 그 병은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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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은 상대방의 발언 기회 자체를 막아버립니다. 가정경영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를 다 안다는 마음을 버리고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사진 pxhere]

괜찮은 척 하는 것과 더불어 주의해야 할 것은 다 아는 척입니다.


기업에서의 경우 모든 답을 다 알고 있는 듯 행동하는 간부들은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스스로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거라 생각하고 이를 거부합니다. 다양한 관점이 가진 중요성을 놓치는 거죠. 다 아는 척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없습니다. 다 아는 척은 상대방의 발언 기회 자체를 막아버리죠. 가정도 기업과 형태만 다를 뿐 경영이 필요합니다. 가정경영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를 다 안다는 마음을 버리고 마음의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의 마음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어 보입니다. 요즘 자존감에 대한 많은 책이 나오고 있는데요. 정신과의사 윤홍균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정도 믿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가 나면 “지금 이게 화가 날 일인가?”하고 의심을 합니다. 배우자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낄 때도 “이게 서운함을 느껴도 될 상황인가? 내가 특이하게 서운함에 예민한 사람은 아닐까?” 를 고민하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사실 내 감정에 생길 수 있고 생겨서는 안되는 기준은 없죠. 어떤 사람은 물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은 반면 어떤 사람은 물소리를 들으면 무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좀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자신의 감정을 믿어야 합니다. 우울하면 내가 우울할 일이 있겠지, 질투가 나면 살다 보면 질투날 수도 있다고 스스로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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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자거나 불 끄라는 등의 기능적 대화 말고 '진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연습을 시작해보세요. 배우자가 출근할 때 오늘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계획이나 일정을 물어봐 주는 겁니다. [사진 pixabay]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주는 건 나의 목소리를 건강하게 낼 수 있게 해줍니다. 건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부사이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런 다음 밥 먹자, 불 꺼, 자자 등의 기능적 대화들 말고 정말 대화를 나누기 위한 연습을 시작해 보는 겁니다. 먼저 출근시간과 퇴근시간 대화의 패턴을 바꿔보세요. 출근할 때는 오늘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계획이나 일정을 물어봐 줍니다. 퇴근 후에는 그날 있었던 일들을 나눕니다. 나의 의견을 담은 조언보다는 상황을 지지해주고 이해해주는 말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박성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외롭고 지친 부부들을 위한 감정사용설명서에 관한 책을 통해 “당신 힘들었겠다.” “당신 힘들었지?” 하고 알아주는 것은 중요한데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할 줄 아는 사람은 적다고 전합니다.


힘들었냐고 물어봐 주고 알아주는 것, 그리고 그 질문에 나의 힘듦을 상대를 탓함으로의 방식이 아닌 내 감정을 내가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기 위해서 괜찮은 척, 다 아는 척하는 나를 내려놓으세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