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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시급 2만원 반려견 산책···
스타트업이 만든 '틈새 일자리'

by중앙일보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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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워커 서비스 '우푸'의 돌봄을 받고 있는 강아지. [사진 우푸]

#. “루루야 가자~” 주부 김미경(47)씨는 일주일에 두 번 서울 동대문구의 한 가정집을 찾아 말티즈 루루와 산책한다. 그는 반년 전부터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우푸’의 ‘도그워커(전문 반려견 산책인)’로 일하고 있다. 1시간 산책 이용료 2만5300원에서 수수료와 세금을 떼고 김씨가 받는 금액은 1만8400원. 김씨는 루루 말고도 반려견 3~4마리의 산책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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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코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2년차 다노 코치 황수미(29)씨 [사진 다노]

#. 아모레퍼시픽 다이어트랩에서 근무하던 황수미(29) 씨는 2015년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출산 후 찾아온 몸의 변화와 우울감에 재취업을 고민하던 그는 운동처방사 1급 등의 특기를 살려 지난해 여성 전문 다이어트 앱 ‘마이다노’ 코치에 취직했다. 황 씨는 “하루 4시간만 채우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어 두 아이의 육아와 병행하기 좋다”고 전했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일하는 만큼 버는 ‘긱 워커’

16일 올해 1월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54개국 중 ‘긱(Gig) 경제 또는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성인 비율(21.5%)’이 가장 높은 나라로 확인됐다. 수요에 맞춰 근로자를 단기 고용하는 ‘긱 경제(Gig Economy)’의 부상으로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만든 틈새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난 덕이다.


이런 틈새 일자리 종사자를 ‘긱 워커’라고 부른다. 긱 워커의 핵심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번다는 점이다. 긱 워커는 특히 대학생과 경력단절 여성, 전업주부 등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전통적인 일자리는 줄어드는 대신 긱 워커는 늘어나는 모양새다.

월 300만원까지 버는 펫시터

펫시터 스타트업인 ‘도그메이트’에는 자택에서 반려견을 돌봐주는 가정집 펫시터 350명과 반려견의 집을 방문하는 방문 펫시터 100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와 전업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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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도그메이트' [사진 도그메이트]

펫시터들은 주 1~2회를 일할 수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할 수도 있다. 가정집 펫시터는 하루 2만~4만원선 이용료 중 80%를, 방문 펫시터는 시간당 평균 28000원의 이용료 중 70%를 받아간다. 이하영 도그메이트 대표는 “전업 시터의 경우 월 200만원, 많게는 월 300만원까지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그메이트를 하고 싶어하는 지원자가 매달 200명 넘게 새로 몰리는 이유다.


단기 일자리라지만 평균 근속연수도 1년으로 긴 편이다. 2016년 창업 때부터 4년간 꾸준히 일한 시터도 10명이 넘는다. 견주도 반려견도 익숙한 시터를 선호하기 때문인 데다가 직장 때문에 반려견을 맡기는 주기적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취준생・경단녀・장애인의 ‘짭짤한’ 일터

베이비시터 플랫폼인 ‘맘 시터’는 전국에 활동 가능한 시터 7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시터 숫자는 지난해 10월 1만명 수준에서 10개월 만에 7배 성장했다. 아이 밥 챙겨주기 등 간단한 돌봄이 주요 업무라 취업 준비생, 대학생 등 20대 시터가 60%에 달한다. 시급 평균은 9000원. 시터가 조건에 따라 희망 시급을 적는 구조다. 서울 강남·서초 등 수요가 높은 지역일수록, 전문 자격을 맞이 갖추고 있는 시터일수록 시급은 1만5000원 이상까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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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문 다이어트 코칭 앱 '마이다노'의 코치들이 관리해주는 모습 [사진 다노]

위 사례의 황수미 씨처럼 경력단절 여성이 주로 활동하는 플랫폼도 있다. ‘다노’에서 활동 중인 160여 명의 프리랜서 다이어트 코치 중 대다수는 운동 또는 영양 관련 자격증 1개 이상을 보유한 경력단절 여성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육아 병행이 가능한 직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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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맨의 누적 수익 상위 10위 헬퍼 [사진 애니맨]

플랫폼 스타트업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도 한다. 인력중개 플랫폼 ‘애니맨’은 ‘바퀴벌레를 잡아달라’는 이색 심부름부터 이케아 가구 조립까지 필요한 곳에 ‘헬퍼’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애니맨 측은 “헬퍼 중에는 몸이 살짝 불편한 장애인들도 있다. 하지만 미션 수행에 지장이 없고 많이 활동하는 경우 월 50만~100만원을 벌기도 한다”며 “누적 수익 상위 10위 헬퍼 중 한 분도 장애인”이라고 전했다.

검증은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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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맘시터 후기 [사진 맘시터]

한편 ‘검증된 인력 확보’는 긱 워커를 고용하는 플랫폼이 마주한 가장 큰 고민이다. 이용자가 아이·반려동물이거나, 집안일 등을 맡기기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등 꼼꼼한 확인이 중요함에도 초단기 형태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랫폼은 신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격증 요구 등 자체 검증이나 몇 주간의 온·오프라인 전문 교육, 소비자 이용 후기 등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업체별로는 근로자의 채용 횟수와 사진, 프로필 등 상세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거나(맘 시터·애니맨), 견주에게 액션캠 돌봄 영상 제공(도그메이트), 음란성 및 술·담배 심부름 등 범죄 우려가 있는 요청의 자체 필터링(애니맨)처럼 소비자를 안심시키려는 여러 장치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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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메이트 '가정집 펫시터' 서비스 [사진 도그메이트]

법제화 요원한 노동권 사각지대

긱 워커 입장에서도 노동의 불안정성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대부분의 긱 워커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할당 근로시간, 최저임금 등을 적용받는 임금 고용 계약 대신 독립 계약자(자영업자 내지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이들은 플랫폼상 회원 대 회원의 관계로 고객을 만난다. 플랫폼 또한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플랫폼의 지위가 ‘사용자’인지부터가 모호한 탓이다.


이렇다 보니 4대 보험, 노동 삼권은 커녕 일한 대가를 제대로 지불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애니맨 측은 “현금 결제를 택한 고객과 연락이 두절돼 돈을 떼인 헬퍼들이 가끔 나온다”면서 “현재는 잘못한 고객에게 이용 제한 페널티를 주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현금 결제를 없애고 선납식 카드 결제만 남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긱 워커의 권리 보호 문제는 범세계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한 예로 승차공유 업계 1, 2위인 우버와 리프트의 드라이버들은 지난 5월 우버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전 세계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글로벌 동맹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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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일어난 우버·리프트 운전자 글로벌 동맹 파업 [연합뉴스]

그나마 미국·일본·독일 등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구두 계약 방지, 최저임금 적용 등 긱 워커의 사회적 보호와 관련된 법안 마련에 들어갔지만, 한국은 아직 요원한 형편이다.

그래도 긱 워커는 늘어난다

노동권 사각지대임에도 긱 워커가 확산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출·퇴근 제약이 없는 탄력적인 근무 환경을 원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노 코치인 황수미 씨는 “1년 단위로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계약서를 갱신하지만 4대 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도 “대기업에서 일할 때보다 세밀하게 수강생들을 관리할 수 있어 성취감이 크고, 위치 제약 없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굉장한 장점”이라고 스스로 긱 워커가 된 이유를 밝혔다.


박상래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은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은퇴자, 경력 단절 여성 등이 전문성을 활용해 일할 수 있고 향후 프리랜서나 개인 사업자가 되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노동자는 소비자를 찾아 나서는 부담을 덜 수 있고, 소비자는 맞춤형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긱 워커를 고용하는 플랫폼은 계속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교=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