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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인체에 무해하다는데.....방부제, 왜 그렇게 기피하나

by중앙일보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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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식품첨가제이다. 방부제를 극도로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사진 pixabay]

세간에는 방부제를 극도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식품에 화학약품을 첨가하여 보존하는 방법이라서다. 많고 많은 식품첨가제 중에서도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바로 방부제다. 옛날에는 이런 방법을 방부제에 의한 식품보존이라 했으나 이미지가 나빠 지금은 보존료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다분히 소비자를 안심시키려는 꼼수로 보인다.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방법에는 크게 살균제, 항균제, 방부제로 나눌 수 있다. 살균제는 인체에도 유해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식품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단 용기나 기구의 살균, 멸균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된다. 항균제는 미생물을 죽이지는 못하나 생육을 억제하여 식품 등의 보존을 가능케 하는 물질로 해석된다.


방부제도 일종의 항균제에 속한다. 항균제에는 우리가 치료 약으로 쓰는 항생제가 대표적이나 이는 법적으로 식품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항생제가 가장 인체에 안전하고 항균성이 강해 방부제로 가장 좋긴 하지만 잦은 섭취(사용)에 의한 내성균의 출현을 우려해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슈퍼박테리아의 출현도 항생제의 과용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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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에 대한 인체 유해성 우려가 과장되어 알려져 있기도 하다. 먹어서는 안 되는 물질을 속여서 먹이는 것처럼 소비자에게는 기피 물질이 됐다. [사진 pxhere]

방부제 처리법은 식품의 보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으로 대개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물질을 쓴다. 현재 사용 중인 방부제는 4~5가지가 있으며 대부분 함수(含水) 인스턴트식품에 첨가한다. 방부제는 ‘저농도에서는 인체에 무해해야 하며 식품의 맛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변질만을 막아주는 물질이어야 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시중에는 방부제에 대한 인체 유해성 우려가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고 있다. 마치 먹어서는 안 되는 물질을 속여서 먹이는 것처럼 소비자에게는 기피물질이 됐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보존료는 미생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로서 인체에는 영향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거의 모든 방부제에는 허용치가 있다. 많이 섭취하면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량으로 동물에 투여해 독성이 나타나는 농도의 1/100 이하를 인간에게 허용치로 정한다. 식품첨가물은 모두 동물실험을 통해 허용치를 결정한다. 우리가 무해하다고 늘 먹는 소금에도 독성이 있고 허용치가 있다.


현재 허가된 보존료 중에는 소르빈산이 가장 많다. 이 물질은 천연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첨가량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통식품 속 함량을 조사한 결과 1일 섭취 허용량의 최대 0.89%에 그쳐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1일 허용량이란 일생 매일 먹더라도 유해하지 않은, 체중 1㎏당 섭취량을 뜻하기 때문에 실제 식품 속 방부제의 양은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이유는 모르지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사생결단으로 이를 비난하고 기피한다. 기껏 동물실험을 통한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나 하는 비난도 있을 수 있으나 사람에게 직접 인체실험을 할 수 없으니 그런 비난을 100% 방어할 자료는 아직 없다. 당연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난의 이유가 추측이나 지나친 염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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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 허용되는 보존료는 몇 종류가 되지 않는다. 소르빈산, 안식향산, 파라옥시안식향산, 프로피온산 등 4종이며,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소르빈산이다. 우리가 몸에 좋다는 젖산(유산) 및 사과산과 구조가 비슷하다. 부패 미생물의 해당효소가 소르빈산을 젖산이나 사과산으로 착각하여 생육이 억제된다는 것이 그 보존 메카니즘의 핵심이다. 사람과 미생물은 이 부분에 있어 대사 경로나 효소의 작용시스템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안전하고 미생물에만 선택적으로 독성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동물실험에서 흰쥐(래트)에 대한 독성, 즉 50% 치사율(LD50)을 소르빈산 등의 보존료와 여타물질을 비교한 것이 위의 표다. 소르빈산은 비타민 C보다는 독성이 조금 높을 뿐, 소금, 젖산, 초산, 비타민 B12보다도 훨씬 낮다. 숫자가 클수록 더 안전하다는 뜻이다. 이 결과로 보아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소르빈산뿐만 아니라 비타민 B12, 소금, 젖산, 초산도 사용이 금지되어야 할 물질이다.


첨가물에는 합성도 있고 천연도 있다. 사용량에 제한이 있는 것도 제한이 없는 것도 있다. 그리고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식품에 쓰이는 소르빈산과 안식향산은 원래는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물이다. 안식향산은 쪽동백나무 수액에서, 소르빈산도 북반구에 흔한 장미과의 마가목나무 열매에서 나온 유기산의 한 종류이다.


또 안식향산은 100년 넘게 사용되면서 검증을 거친 물질이다. 오랜 세월 안전성이 확보된 보존료에 대하여 무턱대고 시비 거는 자체가 옳은 처사가 아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방부제는 허용치를 지킨다면 안정하다는 게 정론이다. 그래서 시중의 과민반응에 일일이 신경 쓸 일은 아닐 듯싶다.


당연히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는 신선한 식품이 좋긴 하다. 그러나 사회가 다변화할수록 생산되는 순간 즉각 소비할 수 없는 사회구조가 됐다. 그래서 유통과 보존 기간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여러 방법이 동원한다. 그 방법으로는 저온과 냉동, 건조, 진공, 절임, 열처리, 방부제 등의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각기 식품의 특성의 맞게 달리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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