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빨래는 내가 해" 집 찾아와 빨래 가져가는 '요원'들

[비즈]by 중앙일보

남 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⑪'세탁특공대' 예상욱·남궁진아 대표


“그 옷 내려놔. 빨래는 내가 해.”


이 얼마나 매력적인 말인가. 명령조이지만 나를 위해 궂은일을 대신 해주겠다는 호의가 담겨있어 웃음이 난다. 이는 세탁 대행 서비스 '세탁특공대'의 광고 문구다. 세탁특공대는 1987년생 동갑내기 IT 시스템 엔지니어 예상욱씨와 웹 디자이너 남궁민아씨 부부가 2015년 300만원으로 창업한 스타트업(회사명은 위시스왓)이다. 모바일 앱으로 세탁물 수거를 신청하면 세탁특공대의 '요원'이 집으로 찾아와 가져가고, 1~2일 만에 말끔하게 세탁 미션을 수행한 뒤 집으로 다시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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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2시쯤 퇴근해요. 아침부터 낮까지 수많은 미팅에 세탁물 수거, 배송, 고객 응대 등을 하다가,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책상에 앉아 각자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기 시작하거든요.”


지난 10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유 오피스 ‘패스트 파이브’에서 만난 예상욱·남궁진아 공동대표가 한 말이다. 이들이 한 달에 처리하는 세탁물만 12만~15만벌, 한 달 사용자 수는 5000명이 넘는다. 연간 주문액은 지난해 35억원에서 올해 70억원으로 2배로 뛰었다. 이들의 잠재력에 엑셀러레이터와 해외 벤처캐피탈로부터 누적 1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회사는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대표들은 세탁업 특성상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새벽까지 야근을 밥 먹듯 한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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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왜 하필 일 많은 세탁 서비스를 선택했나.


A : “둘 다 IT업계에 몸담고 있었지만, 실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큰 시장을 노렸다. 고민하다 아파트 상가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


Q : 아파트 상가라니.


A : “아파트 상가에는 사람들이 생활에 꼭 필요로 하는 매장들이 모여 있다. 수요가 확보된 시장이라고 보면 되는데, 벌써 발 빠른 O2O 서비스들이 선점한 분야가 많다. 병원은 ‘굿닥’, 식당은 ‘배달의 민족’, 부동산은 ‘직방’, 마트는 ‘쿠팡’이다. 이들이 손대지 않은, 아직 비어있는 업종이 바로 세탁소더라.”


Q : 동네마다 흔하게 있는 게 세탁소다. 사업성을 어떻게 점쳤나.


A : “전국에 세탁소가 3만 개가 넘지만, 지금 세탁소 사장님들의 평균 나이가 50대 이상이다. 젊은 사람들이 세탁업에 뛰어들지 않는 까닭에 매년 세탁소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반면 세탁에 대한 니즈는 줄지 않았다. 수요는 고정되어 있는데 공급자만 줄었다면, 이는 승산이 있는 시장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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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느끼던 불편함을 공략하다


세탁특공대는 많은 사람이 세탁소 시간을 맞추지 못해 옷을 맡기고 찾는 데 느꼈던 불편함을 공략했다. 휴대폰 앱으로 원하는 시간을 클릭하기만 하면, 자신이 정한 시간에 세탁물의 수거·배송을 할 수 있으니 시간의 제약이 없어진 셈이다.


처음엔 강남구 논현동·역삼동·신사동·청담동의 4개 동만을 대상으로 특급 호텔의 제휴처인 세탁소 한 곳을 섭외해 시작했다. 수거 배송은 예 대표가 맡고, 접수 마케팅 등은 남궁 대표가 맡았다. 서비스 론칭 직후엔 큰 반응이 없다가, 1주일 뒤부터 하루에 30건 이상씩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린 벙커’라 부르는 직영 공장에서 주문량의 절반을 소화하고 나머지는 까다롭게 고른 외부 세탁소를 활용한다. 내년 초엔 전용 공장을 하나 더 세운다.


Q : 고객과 기존 세탁소를 연결만 해줘도 될 텐데, 직영 공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A : “편의성만 생각하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를 운영해본 결과, 사람들은 세탁 완성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이를 위해선 우리가 직접 세탁과 관리, 검수를 할 수 있는 직영 공장이 필수였다.”


Q : 일반 세탁소와 다른 점은.


A : “세탁 프로세스를 8가지로 쪼개 진행한다. 1차 검수(대분류)-2차 검수(정밀 분류)-세탁-건조-프레싱-3차 검수-포장-출고의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이 진행되기 전 세탁물이 입고되자마자 옷마다 바코드부터 단다. 모든 처리 과정 전에 바코드를 찍으면 고객이 특별히 주문한 내용이나 조심해야 할 부분을 기록해 놓은 데이터가 화면에 뜨고, 작업자들이 이를 보고 세탁물을 관리한다.”


Q : 세탁 품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소리도 있다.


A : “옷이 손상됐을 때 고객이 불만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다른 세탁소에 옷을 맡겨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이해해주면 좋겠다. 우리는 개인이 세탁소와 세탁 품질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책임지고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들은 실제로 세탁 과정에서 옷이 손상되면 10일 이내에 보상 처리를 한다. 이를 위해 삼성화재와 신규 보험 상품을 만들어 가입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정한 보상 기준보다 10% 이상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했다. 한복이나 솜 베개처럼 세탁 중 망가지는 것을 피할 길 없는 아이템은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Q : 앞으로 계획은.


A :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기존 서비스보다 10대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다. 10배 더 좋은 가격, 10배 더 좋은 품질.”


Q : 너무 많은 걸 하려는 건 아닌가.


A :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게임체인저니까. 하하”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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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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