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카이엔? 레인지로버? ‘르반떼’를 사야 하는 이유

[테크]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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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프리미엄 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고민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넓은 선택의 폭에 ‘행복한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처음 포르쉐가 카이엔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레인지로버와 카이엔의 2파전이었지만, 이후 벤틀리(벤테이가)·롤스로이스(컬리넌)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람보르기니(우르스) 같은 슈퍼카 브랜드까지 SUV 전쟁에 참전했다. BMW도 플래그십(기함) SUV X7을 선보였다.


마세라티 역시 브랜드 최초의 SUV ‘르반떼’를 출시했다.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DNA를 가진 마세라티답게 다른 브랜드의 SUV와는 명백히 차별화된 요소가 있다. 무엇보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 셔틀버스’로 불리는 프리미엄 브랜드 SUV 사이에서 ‘새롭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다른 세상 얘기 같지만 카이엔이나 마칸, 레인지로버는 너무 흔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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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반떼의 주력모델인 ‘르반떼S’의 그란스포트 트림(차급)을 시승했다. 서울 삼성동에서 출발해 강릉과 정동진을 거쳐 돌아오는 왕복 450㎞ 구간. 영동고속도로와 7번 국도, 지방도가 섞여 있는 코스였다. 시승차량은 직분사 방식의 V형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엔진이 ZF의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430마력을 낸다.


전자식 ‘Q4 사륜구동 시스템’은 노면에 따라 15분의1초 만에 후륜구동에서 전륜과 후륜 5대5로 구동력을 배분한다. 기계식 차동제한장치(LSD)과 토크 벡터링 기능으로 뛰어난 견인력과 코너링을 가능하게 해 준다. 물론 스펙은 스펙일 뿐. 실제 성능은 몰아봐야 안다.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


마세라티 라인업의 막내답게 인테리어는 준수하다. 콰트로포르테·기블리 같은 세단들은 출시된 지 오래돼 마이너 체인지를 했음에도 최신 인테리어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하지만 르반떼의 인테리어는 ‘이탈리안 스포츠카 감성’ 한 스푼을 얹으면 납득할만한 수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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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가 가능한 8.4인치 디스플레이는 요즘 차들에 비하면 크다고 하기 어렵지만 각종 정보를 보여주기에 모자라지 않다. 스티어링휠에 달린 조작 버튼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이의 사용자 경험이 썩 직관적이지 않지만 이탈리아 차라는 걸 명심하자. 마세라티 아닌가.


손바느질로 멋을 부린 시트는 허리 볼스터(지지대)가 탄탄하면서도 안락하다. 시동버튼은 스포츠카의 전통답게 스티어링휠 왼쪽 아래에 위치한다. 시동을 걸면 에어 서스펜션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LED 헤드램프가 춤춘다. 마치 ‘나 럭셔리 SUV야’라고 말하듯.


시승차량은 스포츠주행에 초점을 맞춘 트림이다. 큼지막한 기어 시프트 패들과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스포츠 페달이 달렸다. 노멀(normal) 모드에서의 거동은 생각만큼 ‘하드코어’하지 않다.


스포츠카 DNA를 담은 차 가운데 가속페달이 지나치게 민감한 경우도 있지만 마세라티는 저속주행에서 발톱을 감춘 호랑이 같다. 저회전 영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에 실제 가속은 빠르지만 체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심 주행에서 조향 감각 역시 적당한 수준. 생각보다 큰 스티어링휠이 일반 프리미엄 SUV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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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감춘 호랑이, SUV 맞아?


올림픽대로에 들어서 스포트 모드로 바꾸고 나면 마세라티의 ‘레이싱 DNA’가 드러난다. 강렬한 배기음은 주변의 이목을 끌기 십상. 시프트 패들로 수동변속을 하면 실시간으로 엔진이 반응해 가속감을 배가시킨다.


날카로운 조향과 폭발적인 가속력, 속도를 높이면 에어서스펜션이 차고를 낮춰 공기저항을 줄여준다. 긴 후드와 유선형의 후면은 쿠페를 연상케 하는데, 고속으로 주행할 땐 이 차가 SUV임을 잊을 정도다.


고속도로에서의 정속주행에선 생각보다 연비가 나쁘지 않다. (인증 고속도로 연비는 7.8㎞/L다!) 노멀 모드로 달릴 땐 GT(그랜드 투어러·장거리 주행용 고성능 차량) 같은 느낌이 든다. 저속에서도 작동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준다. 운전의 즐거움을 표방하는 차인 만큼 조향까지 자동으로 하길 바라는 건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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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로 접어들어 오르막길을 만났지만 힘은 넉넉하다. 가파른 언덕길에서도 타코미터는 2000rpm(분당 회전수)을 살짝 넘을 정도다. 활공하듯 도로를 달리면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통행 차량이 많지 않을 때엔 스포트 모드로, 조금 막힐 때엔 노멀 모드에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달린다. 와인딩 구간에서도 거동은 안정적이다. 노멀 모드에서도 스티어링 휠로 노면의 요철을 읽을 수 있는데 불쾌한 느낌은 아니다. 스포트 모드에선 맨발로 땅을 밟는 듯 예민해진다.


서킷이 아닌 다음에야 극한으로 차를 몰아붙이긴 어렵다. GT카 다운 감성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기엔 모자람이 없다. 최신 차량답게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8.4인치 디스플레이 가득 티맵이나 카카오내비를 띄울 수 있고, 스마트폰의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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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이엔드 오디오인 바워스앤윌킨스(B&W) 시스템도 만족스럽다. 고속주행에서 외부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는 건 아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음악감상에 지장을 줄 정돈 아니다. 마세라티라면 실내로 유입되는 배기음도 ‘하모니’로 느껴질 테니까.


감성만으로 채우기 부족한 2%


마냥 좋은 차냐고 하면 그렇진 않다.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독일산 럭셔리 SUV와 비교하면 어딘가 모자란 게 사실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인포테인먼트의 조작이 직관적이지 않고, 신기하다 싶은 첨단 장비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기본기는 충실하다. 인스트루먼탈 패널(앞자리 중앙의 조작부)이나 대시보드, 각종 도어트림의 마감도 훌륭하다. 기어 시프트 레버 주변은 탄소섬유로 장식했다. 좋은 소재를 공들여 만든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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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모드와 스포트 모드의 차이가 큰 탓에 노멀 모드에서 ‘달리는 즐거움’이 다소 떨어지기도 한다. 스포트 모드는 왠지 부담스러운데, 노멀 모드는 ‘마세라티’라는 이름값에 비해 좀 심심한 느낌이다. 물론 다른 프리미엄 SUV도 비슷하긴 한데, 수많은 경쟁자 중에 이 차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선 좀 더 특별한 매력이 있었으면 하는 느낌이 든단 얘기다.


제동능력은 정밀 계측장비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른바 ‘꽂히는’ 느낌은 아니다. 전륜에는 380㎜ 크기의 타공 디스크에 브렘보의 6피스톤 알루미늄 모노블록 캘리퍼가 달린다. 후륜에도 330㎜ 디스크와 알루미늄 캘리퍼가 장착됐다.


주행거리가 길지 않은 차량인 탓이겠지만, 답력에 따라 다소 일정하지 않게 제동되는 느낌도 있었다. 물론 노면의 조건과 얼라인먼트에 따라 변수가 커 제한된 조건에서 실험해야 정확한 성능을 알 수 있다.


국도에서 갑자기 끼어든 차량 때문에 급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제동능력 자체는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급제동이 잦아졌을 때의 피로도나 다소 일정하지 않은 제동 정도는 추가 테스트가 필요한 부분이다.


295㎜에 달하는 후륜 덕분에 트렁크 적재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다. 이런 장르의 자동차에 ‘골프백 4개’가 들어갈 필욘 없겠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순 있다.


카이엔·레인지로버 대신 사야 할 이유


1억원이 훌쩍 넘는 럭셔리 SUV라면 차별화된 매력이 있어야 한다. 포르쉐의 카이엔과 마칸은 이미 너무 많다. 레인지로버는 왠지 옛날 차 느낌이 든다. 이탈리안 레이싱의 DNA를 가진 르반떼를 사야 할 이유는 바로 마세라티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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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내구품질 소문(마세라티 측은 옛날 얘기라고 주장한다!)에도, 어딘가 부족한 전장장비에도 자동차 애호가들은 마세라티를 차고에 넣고 싶어한다. 포세이돈의 삼지창이 그려진 세타(Saetta) 엠블럼은 분명 매력적이다. 페라리처럼 다가가기 어렵지 않고, 포르쉐보단 유니크한 느낌. 그것이 마세라티를 선택하는 이유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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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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