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소변 800㎖ 받아냈다, 비행기서 노인 살린 中의사

[이슈]by 중앙일보

중국서 뉴욕으로 향하던 여객기 안에서

70대 노인이 소변 배출 기능 상실하자

37분 간 환자 오줌을 입으로 흡입해 배출

귀국 후 ‘영웅’이 됐으나 후유증(?) 있어

맥주 못 마시겠고 아내가 '뽀뽀'하지 않아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는 데 이를 몸으로 실천한 중국의 두 의사에 중국 사회에서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9일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여객기 안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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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새벽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출발한 중국 남방항공 CZ399 여객기가 목적지인 미국 뉴욕 도착을 약 여섯 시간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70대 중국 노인이 승무원을 다급하게 찾았다.


자신의 배우자가 소변을 보지 못해 큰일 났다는 이야기였다. 승무장펑링(馮玲)이 황급히 환자의 자리로 가보니 70대 노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에 긴급히 의사를 찾는다는 방송을 내보내는 한편 여객기 안에 임시로 환자 침대를 마련했다.


방송을 듣고 두 명의 의사가 달려왔다. 지난(暨南)대학부속 제1 의원(廣州華僑醫院)의 혈관외과 주임 장훙(張紅)과 하이난(海南)성인민의원 혈관외과 의사인 샤오잔샹(肖占祥) 등으로 이들은 바로 환자 진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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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 결과 노인의 방광에 약 1000밀리리터의 오줌이 가득 찼는데 바로 배출하지 않으면 자칫 방광이 터질 정도로 위험했다. 두 의사는 노인들의 동의를 얻어 치료에 들어갔다. 문제는 치료 기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이었다.


이에 샤오잔상은 휴대용 산소마스크의 도관(導管)과 주사기 바늘, 우유 빨대, 반창고 등을 이용해 소변을 빼낼 응급 장치를 준비했다. 그러나 노인의 방광이 자체의 수축 기능을 상실해 오줌을 배출할 수 없었다.


그러자 장훙이 빨대를 입에 물고 소변을 흡입하는 방식으로 오줌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입으로 빨아들인 소변을 컵에 토한 뒤 다시 흡입하기를 무려 37분 동안 계속했다. 이런 방법으로 800밀리리터가량의 오줌을 빼내자 노인의 상태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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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상황을 넘긴 것이다. 항공기 또한 뉴욕에 안착했다. 당초 치료 방법을 놓고 승무원과 의사 간에 고민이 있었다고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전했다. 치료가 실패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문제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당시 비행 중 가장 가까운 공항인 캐나다나 알래스카 공항에 여객기를 착륙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경우에도 한 시간 이상은 걸려 환자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컸다. 이에 바로 치료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또 환자의 소변을 입으로 받아내는 것도 문제였다. 의사 자신이 감염될 위험이 있었지만, 그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의사의 본능이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장훙은 설명했다.


이 같은 훈훈한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사회에서 박수가 쏟아진 건 불문가지다. 의사들이 소속한 병원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21일 샤오잔샹이 있는 하이난성인민의원은샤오가 의사로서의 품격과 기술, 담력, 지혜, 박력을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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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상여금 10만 위안(약 1673만원)도 지급됐다. 이에 뒤질세라 지난대학부속제1 의원도 뉴욕의 의학 세미나 참석을 마치고 돌아온 장훙에게 지난 28일 ‘지난의 모범’ 칭호를 부여하고 성대한 표창대회를 열었다.


재미있는 건 표창대회에 나온 장훙의 소감 발표였다. 그는 주위에서 쏟아지는 “영웅” 운운에 “나는 그저 평범한 의사로서 평범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 뒤 유머 있게 이 일 이후 두 가지 후유증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아내가 '뽀뽀'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리 맛있는 맥주도 더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상식 장소가 폭소의 도가니로 빠진 건 물론이다.


두 의사는 인터넷 스타가 된 걸 털어버리고 하루빨리 환자 돌보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박한 뜻도 밝혔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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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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