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닉스 평창 vs 비발디파크, 스키 리조트의 눈썰매장 전쟁

[여행]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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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키장에선 스키만 타지 않는다. 겨울 왕국처럼 꾸민 눈 조각 공원에서 데이트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썰매도 탄다. 최근 들어 스키 인구가 감소하자 스키 리조트 대부분이 다른 놀 거리를 만드는 데 집중한 결과다. 덕분에 스키장의 재밋거리도 다양해졌다. 가장 두드러진 시설을 내놓은 두 스노 테마파크를 비교해 봤다. 휘닉스 평창의 ‘스노우 빌리지’와 비발디 파크의 ‘스노위랜드’다.



달빛 아래서 미끄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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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르다 싶으면 발바닥으로 속도를 늦추세요. 손잡이는 놓치면 안 됩니다. 출발해요!”


“으아아앙!”


썰매를 타고 울퉁불퉁한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아이들의 입에서 어김없이 비명이 터진다.


스노 보더의 성지로 통하는 휘닉스 평창이 올해 가장 공들인 시설은 의외로 눈썰매장이다. 눈썰매장을 비롯한 스노 테마파크 ‘스노우 빌리지’를 올겨울 처음 선보이기 때문이다. 눈 테마파크의 무대는 겨울 휴장에 들어간 스키장 옆 골프장. 지난달부터 끊임없이 인공 눈을 뿌리고 다져 눈 세상을 만들었다.


스노우 빌리지의 대표 시설은 150m 길이의 눈썰매장이다. 길이는 평범하지만, 슬로프에서 올림픽 정식 코스를 만든 내공이 느껴진다. 평평하고 너른 일반 썰매 슬로프와 달리 경사면이 울룩불룩 굴곡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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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는 안전요원이 일일이 손으로 밀어 출발시켰다. 수동이다 보니 “세게요” “살살요” 같은 맞춤 주문도 가능했다. 옆 레일 꼬마를 따라서 “스핀 걸어 밀어달라”고 했다가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눈으로 만든 레일에 이리저리 부딪혀 가며, 파도를 타듯이 비탈을 내려왔다. 20초면 닿는 거리지만, 체감 시간은 훨씬 길었다.


눈썰매장 위쪽의 너른 눈밭은 어트랙션 존이다. 스노우 모빌이 대여섯 명을 실은 고무보트를 매달고 설원을 질주한다. 핸들과 브레이크가 달린 바이크형 썰매는 직접 운전하는 재미가 크다. 눈으로 세운 대형 미로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다. 평평하고 완만한 전통 눈썰매장도 있어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판타지 존의 눈 조각 공원은 포토 존이다. 산타클로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등 익숙한 캐릭터가 눈 조각으로 정교하게 재현돼 있다. 태백산 눈꽃 축제의 눈 조각을 만든 중국 팀의 솜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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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빌리지는 밤에 더 눈부시다. 크리스마스 선물, 호박 마차 등 조형물마다 오색 불이 들어온다. 썰매장 양옆의 소나무 숲도 LED 등으로 반짝이고, 150m 길이의 무빙워크도 빛 터널로 변신한다. 야간 개장이 시작하는 오후 6시가 이른바 골든타임. 어스름한 저녁 빛과 일루미네이션이 조화를 이루는 시간이다. 사진은 12m 높이의 대형 일루미네이션 트리 앞이 가장 잘 나온다.


■ 이용정보


주간 오전 10시~오후 5시, 야간 오후 6시~오후 9시 개장. 입장권 1만5000원, 자유이용권(4시간) 2만5000원(투숙객은 1만7000원). 단지 내 호텔과 콘도, 스노우 빌리지 매표소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워터 슬라이드처럼 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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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파크의 ‘스노위랜드’는 스노 테마파크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이태 전 스키 리조트 중 최초로 눈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규모는 10만9000㎡(약 3만3000평). 네 종류의 썰매장을 비롯해 눈 동산, 이글루, 플레이 그라운드 등을 갖췄다.


스노위랜드는 강원도 매봉산(650m) 자락 460m 높이 산등성이에 들어서 있다. 비발디파크 메인센터에서 스노위랜드로 올라가는 전용 곤돌라를 타면 8분 만에 닿는다.


대개의 눈썰매장은 ‘동심’이나 ‘추억팔이’에 집중한다. 스노위랜드는 다르다. ‘스릴’이 핵심이다. 눈썰매장마다 ‘스릴 레벨’이 붙어 있는데, 레이싱 썰매장이 별 4개(5개 만점)로 가장 난도가 높다. 당연히 네 개 썰매장 중 제일 줄이 길다. 생김새나 타는 방식은 흡사 워터 슬라이드 같다. 튜브를 타고 급경사의 슬라이드를 내려와 완만한 눈밭으로 미끄러지는 구조다. 오션월드에서 쌓인 노하우와 기술이 눈썰매장에도 도입된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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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썰매장의 슬라이드는 두 종류인데 경사가 한쪽은 20도, 다른 쪽은 스키점프대와 맞먹는 30도에 달한다. 30도짜리에선 어른도 비명을 참기가 어렵다. 다만 2인승 튜브 보트만 있어 혼자서는 탈 수 없다. 강심장의 짝을 겨우 찾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모자가 벗겨질 만큼 속도감이 대단했다. 레이싱 썰매를 제대로 즐기려면 개장 시간에 맞춰가는 것이 좋단다. 설질이 좋아 잘 미끄러지는 시간이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래프팅 썰매장(스릴 레벨 별3개)은 경사가 20도에 불과하지만, 6인까지 함께 탈 수 있어 가족 이용자에게 인기가 높았다. 눈사람 만드는 도구를 비롯해 각종 겨울 장난감이 쌓여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는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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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보기 위해 스노위랜드를 찾는 동남아 관광객도 많아졌다. 지난 시즌엔 외국인이 약 1만8000명 찾았는데, 88%가 동남아인이었단다. 눈에서 뒹굴고 싶지만, 스키엔 미숙한 이들에게 최적의 놀이터인 셈이다. 비발디파크는 홍대‧명동‧서울역 등을 거치는 외국인 전용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최근엔 할랄 레스토랑도 들였다. 말레이시아 관광객 라이니 양(20)은 “생애 첫눈이다. 썰매도 처음이다. 아이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 이용정보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야간 오후 6시 30분~10시 개장. 입장권 1만8000원, 주간권 4만 3000원(투숙객 10% 할인). 강남‧건대입구 등 서울·수도권의 75개 승차장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평창‧홍천=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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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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