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안죽이고 체면은 세운다···이란 보복 공격 계산된 사건"

[이슈]by 중앙일보

이란 공격에서 트럼프 제재 발표까지

긴박했던 24시간 시간대별 재구성

이란, 미군 사상자 최소화한 공격 구상

美, 몇시간 전 계획 파악 병력 안전 이동

트럼프 "전쟁 원하지 않아" 의회와 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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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사일 공격은 미군 사상자를 최소화하면서 이란 체면을 살린 뒤 양측 모두 전쟁 위기에서 한발씩 물러설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산된 사건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와 CNN·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이란의 공격이 있기 몇 시간 전 미국은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대비태세를 갖춰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미국과 중동 국가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7일(현지시간) 오전 1시 30분쯤 이라크 내 알아사드 공군 기지와 아르빌 기지에 미사일 22발을 쐈다. 워싱턴 시간으로는 오후 5시 30분쯤이었다. 다음날 오전 11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에 군사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까지를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7일 오전 중


미 당국은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에 대한 보복에 조만간 나설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솔레이마니 추모가 끝나는 시점에 모종의 보복 공격을 예상했다. 이날은 솔레이마니 사망 닷새째였다. 다만 이란이 노리는 정확한 목표물이 무엇일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7일 오후 중


오후가 되자 이란이 노리는 목표물이 이라크 내 미국인 또는 미군 시설로 좁혀졌다. 미국은 최소 두 곳의 정보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했으며, 이라크 정부도 미국에 이란의 계획을 알렸다. 이란은 이라크 정부에 공격 계획을 통했다. 폭스뉴스는 미군이 통신망을 통해 직접 얻은 정보도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어느 기지가 목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미군 수뇌부는 이라크 내 군사 기지에 있는 병력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작은 기지는 병력을 철수했다. 장비와 사람은 분산시켰다. 규모가 큰 알아사드 기지 일부 병력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 한 고위 당국자는 WP에 "방어력이 약한 기지는 소개령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병력을 한곳에 너무 많이 결집하면 적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아사드 기지에 남은 장병들은 벙커와 방어시설 등으로 몸을 피했다.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몇 시간 동안 대기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벙커 안에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병력을 분산 이동해 대비했으며, 조기 경보 시스템이 잘 작동해 미국인 사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이란이 어떤 방식과 형태로 보복할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마크 밀리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와 펜타곤 상황실에 모여 이란의 공격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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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미 당국은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기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실제 공격이 있기 약 한 시간 전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저녁 방송 인터뷰가 잡혀 있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이란도 움직였다. 오후 늦게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군사적 보복의 법적 근거를 설명하는 비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오후 5시 30분


이란이 이라크 내 기지 두 곳을 향해 미사일을 쐈다. 미군 정찰 위성은 이란에서 열 감지 신호를 잡아냈다고 CNN은 전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막 쏘아 올린 것이다. 상공에 떠 있던 미군 항공기가 이란의 통신 신호를 가로채 두 기지가 알아사드와 아르빌이란 걸 알아냈다. 해당 기지에 경고를 보냈다.


첫 미사일 공격부터 마지막까지는 1시간 넘게 걸렸다. 당국자는 WP에 "한꺼번에 '꽝' 한 게 아니라 발사, 발사, 또 발사 이렇게 순차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미군은 피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오후 7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아딜 압둘 알만디 이라크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그다드 시간은 새벽 3시였다. 미국 주재 이라크 대사를 통해 겨우 전화 연결이 됐다.


에스퍼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백악관으로 향했다. 펜스 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조지프 맥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스테파니 그리셤 대변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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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30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인 사망자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미군 사망과 부상 모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날 반격해야 하는지도 검토됐으나 이란의 의도와 현장 상황을 더 파악하기로 했다.


사상자가 없는 것으로 기울자 이란이 군사력 과시를 통해 자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국내용' 공격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란이 의도했다면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는 데 참석자들 의견이 모였다. 발사 미사일 수가 너무 적은 데 놀라는 분위기였다. 다만,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이란이 미군 인명과 항공기·장비 등 구조적 피해를 노렸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때쯤 이란은 스위스 등 비밀외교루트(back channel) 최소 3개를 통해 공격이 끝났음을 미국에 알렸다고 CNN은 전했다. 이젠 미국의 행동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도 트위터로 "공격은 끝났다"고 신호를 보냈다.


국방부는 '이란의 이라크 내 탄도미사일 공격'이란 제목의 공식 발표문을 배포했다.



오후 8시


트럼프 대통령은 영향력 있는 상원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을 연결했다. 트럼프는 미군 사상자는 없으며, 이제 이란과 협상의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 대한 도발은 용인할 생각이 없지만,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WP에 밝혔다. 그레이엄 역시 이란이 전쟁 위기를 끝내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무력시위'를 했다고 봤다. 인호프는 대통령이 "매우 매우 긍정적인" 태도였으며, 이란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군 수뇌부에게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고 싶지 않으며 긴장을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군 수뇌부는 미사일 공격이 미국인을 죽이기 위해 고안된 게 아니라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피할 길이 열렸다.



오후 9시


외교·안보 참모들이 백악관을 떠났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펜타곤으로 돌아갔다.



오후 9시 45분


트럼프 대통령은 "괜찮다(All is well)" "현재까지는 문제 없다(So far so good)"는 트윗을 보냈다. 내일 대국민 발표를 하겠다고 알렸다.



8일 오전 1시


현장에서 피해 상황 보고가 들어왔다. 미국인 사상자는 '0'명이었다. 외교안보 담당자들은 백악관에서 꼬박 밤을 새우며 이란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준비했다. 제재 강화도 포함됐다.



오전 중


트럼프는 간밤에 들어온 피해 사항 등 최신 정보를 보고받았다. 이때 트럼트는 "미국의 대응은 제재"라고 최종 결정 내렸다. 이후 연설문을 직접 수정했다. 에스퍼, 폼페이오, 밀리 등도 거들다 보니 대국민 담화 발표 시간이 30분 가까이 지연됐다.



오전 11시 30분


트럼프는 아침 햇빛을 받으며 행사장인 백악관 중앙 로비 '그랜드 포이어'에 들어섰다. 조금 전 자신이 직접 연설문 제일 앞에 넣은 문구로 대국민 담화를 시작했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어 "미군 피해가 한 명도 없다"면서 "이란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테러집단이나 무장단체가 이란을 대리해 국지적, 일회성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양측 간 긴장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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