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계도 주목한 고혈압 콜레스테롤 잡는 약초는?

[라이프]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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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배우다 보면 약초들이 다양하게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온갖 약초들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편안한 음식 재료인 양 활용하는 독특한 나라다. 그만큼 한의학이 생활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말인데, 하루 세끼 먹는 음식들 속에 약초, 즉 한약을 매일 먹고 마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리법 중에서 고기와 생선을 연하게 만들어서 먹을 때 질감을 좋게 하는 약초들이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산사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닭요리를 할 때 산사를 넣으면 고기가 연해진다고 했다. 각종 고기를 조리할 때 기름기와 잡내를 제거하는 약초로도 많이 쓰인다.


재미난 것은 이런 효능이 몸 안에도 작용해서 혈관 내의 기름기를 잡아 혈관청소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산사는 고혈압,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수준으로 연구되고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서리 맞은 산사는 동맥경화도 뚫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산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효능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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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는 아가위 나무의 열매다. 예전에 살던 집 앞에도 심겨 있고 올림픽 공원에서, 보라매 공원에서, 남산 기슭에서도 봤는데 공원이나 산 중턱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나무다. 가을에 붉게 익은 과일이 작은 사과 같기도 하고, 동글 포동한 대추 같은 모양이기도 해서 산에서 나는 꽃사과라는 별명이 있다. 뾰족하진 않지만 작은 가시 모양의 잔가지들이 많고, 무엇보다 5월에 피는 꽃, 메이플라워가 화려해서 눈길을 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산사나무는 벼락을 막아준다든지, 악귀를 물리친다고 해서 집 앞에 심는 나무로 인기가 있었다. 또 예수님의 가시면류관을 만들었을 거라고 추측하는 나무 중에 하나다. 메이플라워가 청교도인들이 미국으로 갈 때 타고 갔던 배 이름이었던 것이 이해된다.


중국에서는 고기요리나 튀김이 많기 때문에 자칫 지질이 생기고 이것이 혈관을 막아서 탁해지기 쉽다. 한의학에서 어혈이라고 부르는 증상이 생겨 혈액순환을 막는데, 어혈질환, 즉 혈액순환 장애의 첫 신호가 혈압이 높아지고 고지혈증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음식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음식에서 약초를 활용해 극복하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약초가 바로 산사다. 식후에 산사차를 낸다든지, 산사로 만든 정과를 먹어서 소화불량을 해소하고 혈관도 맑게 하려 한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탕후루다. 중국 여행을 가면 길거리 곳곳에 빨간 과일을 꼬치에 꽂고는 설탕을 가득 부어 굳혀서 그걸 하나하나 쏙쏙 빼먹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요즘은 다른 과일들도 많이 활용하지만) 그 과일이 바로 산사다. 설탕을 잔뜩 먹어서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다시 산사로 빼려고 하는 것일까? 음식에 대한 이해와 약초에 대한 지혜가 오묘하게 섞여서 그것을 보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은 한술 더 뜬다. 산사를 가지고 술을 담가 먹는 것은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것이긴 하지만, 아예 이것을 브랜드로 만들어서 마신다. 바로 산사춘이다. 술을 마셔서 콜레스테롤 높이고 다시 산사로 막고? 친구들과 산사춘을 마실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게 된다.


어쨌든 이 산사는 서양에서도 강심작용을 비롯해서 고지혈증, 고혈압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약초로 오래전부터 활용됐다. 서양에서의 명칭은 Hawthorn이라고 하는데 이 서양산사 추출물은 혈액순환제라고 되어 있는 수많은 제품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 심장학회에서 2681명의 울혈성 심부전증 환자에게 2년간 투여해서 6개월, 18개월 생존율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고, 유럽에서는 심부전 치료제로 활용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약초학자들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무수한 논문에서 심부전, 콜레스테롤, 고혈압에 관해서 효능을 밝히고 있으면서 다양한 제재로 활용 중이다.


한국에서는 한의학의 발달로 전 세계에서도 약초연구가 최고로 발달해 의료계인 한의원에서 직접 활용되고 있다. 산사는 소화기관에 도움을 주고, 어혈을 치료하여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하고, 내장지방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다양한 처방에 넣고 있다. 한 번 찐 것을 씨를 빼고 말려서 약재로 사용하는데 한 번에 4~12g 사이로 많이 활용하고, 하루 8~50g 사이로 복용을 권한다. 서양에서는 추출물로 250mg씩 하루 두세번 복용을 권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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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는 각종 요리에 넣어도 좋고, 떡을 만들거나, 과자처럼 만들어도 좋다. 약간 새콤한 맛이 매력적인데, 차를 만들어 음용하는 것도 권한다. 한 번에 5g 정도의 산사 열매를 넣고 뜨거운 물로 팔팔 달여서 마셔도 되는데, 약간 떫은맛이 나오기 때문에 산사의 새콤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실온의 물에 24시간 담가 두기만 해도 맛있는 약차로 탄생한다.


혈압이 높거나, 고지혈증으로 고민하거나, 뇌경색 뇌출혈 기타 뇌혈관질환으로 고생하거나, 심장병이 걱정되거나, 내장지방으로 뱃살이 고민이거나, 평소에 고기와 생선을 지나치게 먹어서 식습관 개선이 필요한 모든 분께 산사를 권해본다. 아마도 현대인들 대부분이 해당하지 않을까?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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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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