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ID 1개로 다닐 수 있다면"…'디지털 아이디'가 뭐길래

[테크]by 중앙일보

#1. 대학생 김수정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입한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김씨는 결국 '아이디 찾기'를 눌러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 아이디를 찾았다. 또 같은 과정을 반복해 비밀번호도 다시 설정했다. 김씨는 "가입한 사이트가 100개가 넘다 보니 매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리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 지난 설 연휴 서울 시내 호텔에 숙박을 예약한 재미교포 서원조씨는 몰려든 숙박객들 때문에 체크인까지 40분을 기다렸다. 기다린 시간만큼 체크인 과정도 복잡했다. 서씨에게 예약번호를 확인한 호텔 측은 신분 확인을 위해 서씨의 여권을 가져가 복사했고, 신용카드로 보증금을 포함한 예약 금액을 결제했다. 여권과 신용카드를 되돌려받고, 호텔 바우처에 나와 있는 숙박 정보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싸인을 하고 카드키까지 받았다. 엘리베이터에 카드키를 한 번 더 찍고 무사히 방에 들어왔다. 서씨는 "온라인으로 예약했을 때 신분 확인, 결제, 체크인을 모두 진행했다면 더 빨리 방에 들어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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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복잡한 본인 확인 과정을 간소화할 수 없을까. 일명 '디지털 아이디'로 불리는 분산 아이디(DID, 탈중앙화된 신원식별 시스템)가 머지 않아 공인인증서와 주민등록증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 아이디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원 인증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이름·나이 등 자신의 개인 정보를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실제 주민등록증을 자기 지갑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것처럼 디지털 아이디는 개인 블록체인 지갑에 내 정보를 담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개인 키(비밀번호)를 입력해 자신의 정보를 활용한다. 특정 사이트에 가입할 때마다 내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휴대폰 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해당 사이트에 일괄 제출하는 것과는 반대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서울 을지로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디지털 ID 시대를 지배하라' 행사에서 "조만간 전 세계를 하나의 아이디로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 그 누구도 마음대로 내 정보를 소유할 수도, 위·변조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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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디지털 아이디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인감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언급했다. "요즘같이 생체 정보가 많은 시대에서 주민센터에 가서 인감도장을 찍고 발급받는 인감증명서는 시대에 역행한다"며 "디지털 아이디가 도입되면 졸업증명서, 재학증명서와 같은 인증을 위한 문건도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정부·금융기관·정보기술(IT) 기업 등이 사회적 합의를 해야 디지털 아이디가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디지털 아이디를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 준비를 하는 여러 스타트업의 사례가 소개됐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사전에 예약·체크인한 고객이 디지털 아이디로 호텔방에 바로 투숙할 수 있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정재훈 야놀자 실장은 "숙박 업체들이 여권 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필요 이상의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많다"며 "'나는 성인이고, 내가 지금 이 예약을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디지털 아이디로 간단히 인증하면 호텔의 모든 서비스를 끊김 없이(seemless)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재·외국민이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개발 중인 더봄에스는 디지털 아이디로 신분을 인증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재·외국민이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 국내 통신사에서 가입한 휴대폰이 없으면 실명 인증을 하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했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아이콘루프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증명서를 보관하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블록체인에 등록된 사람에게만 자신의 신원과 경력을 선택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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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이디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기업과 은행 등은 '디지털 아이디 연합'을 만들어 협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용자가 디지털 아이디를 널리 활용하려면 이 아이디를 인정하는 사용처가 많아야 한다. 국내에선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와 'DID 얼라이언스 코리아', SK텔레콤 등이 각각 연합체를 구성해 동맹군을 모집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는 대기업(삼성전자·포스코 등), 금융권(신한은행·KB증권 등), IT기업(페이코 등) 47개 회사가 만든 연합체다. 최지영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부국장은 "마이아이디가 지난해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유일하게 지정된만큼 금융권을 중심으로 디지털 아이디를 빠른 시일내에 자리잡게 할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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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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