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마다 "박새로이 머리 해달라" 조르는 그들이 놓친 사실

[라이프]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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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로이 머리 해주세요.”


최근 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박새로이’는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다. 박서준이 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와 함께 짧게 깎은 머리 모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진표 원장은 “요즘 미용실에 오는 남자 손님 중 하루 3~4명은 꼭 ‘박새로이 머리’ ‘박서준 머리’를 원한다”며 “이번 달에만 수십 명의 '박새로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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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중졸 전과자 박새로이의 창업 성공 신화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원작 웹툰 작가 광진이 직접 대본 집필을 맡아 각 캐릭터의 매력을 고스란히 드라마로 옮기며 몰입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지난주 12회(3월 7일) 시청률은 13.4%. 현재 지상파·비지상파 동시간대 주말 드라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새로이의 활약이 고조됨에 따라 그의 '밤톨머리'에 대한 인기도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아예 이 머리를 '박새로이 머리'라고 부르며 따라 한 인증샷이 수없이 올라온다. 인스타그램엔 #박새로이머리 #박서준머리 등 관련 해시태그로 올라온 사진만 1000여 장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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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도 박새로이 머리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8kg 이상 살을 뺀 개그맨 조세호는 투블록 크롭컷을 한 뒤 스스로 '조새로이'란 별명을 붙여 화제가 됐다. DJ DOC 김창열과 유튜버(엔조이커플)로 더 유명한 개그맨 손민수 등도 인증샷을 올리고 "#박서준머리 #안되는구나"(김창열) "라라 손에 이끌려 박새로이 머리 당하고 왔는데 아직은 많이 어색하네요"(손민수)라는 위트있는 덧글을 달았다.


박새로이 머리의 정식 명칭은 ‘투블록 크롭컷’이다. 윗머리는 3~5cm 길이, 아랫 머리는 1~2cm 길이로 짧게 커트해 층을 낸 스타일인데 모양 때문에 ‘엄지컷’ ‘밤톨머리’라고 부른다. 박서준은 지난 2월 초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레코드팍스(recordparks)'에 '박서준이 박새로이 되던 날'이란 영상을 올리며 지금의 밤톨머리 스타일을 만드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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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레코드박스'에서 '박새로이'로 변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영상에서 "박서준에서 박새로이로 변신하러 갑니다“라며 웨이브 있는 머리에서 짧은 머리로 헤어 스타일을 만드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박서준의 머리는 웹툰 속 주인공 머리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인간적이면서도 정의로운 캐릭터를 남성미가 물씬 풍기면서도 귀여운 헤어 스타일로 표현했다.


그런데 이 머리, 사실 먼저 한 스타들이 있다. 래퍼 '비와이'가 대표적이다. 2016년 '쇼미더머니5'에서 우승하며 유명해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비와이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이 헤어 스타일이다. 그는 지난 3월 7일 드라마와는 별개로 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OST 로 '새로이'란 곡을 발표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웹툰 작가 광진의 그림으로 바꾸는 등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2017년 큰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인공 '김제혁' 역의 박해수, '유대위' 정해인이 이 머리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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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군인머리 같고, 어찌 보면 중학생 머리 같아 '관리는 편하겠다'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 헤어 스타일은 의외로 관리가 까다롭다. 박서준의 헤어를 담당하는 청담동 미용실 ‘룰루 헤어’의 정미 원장은 블로그를 통해 “아침마다 머리를 눌러서 스타일을 잡아주거나, 연출이 편하도록 다운펌을 해주는 게 좋다”고 팁을 전했다. 다운펌이란 머리가 위로 뜨지 않고 두피에 착 달라붙도록 모발의 숨을 죽여주는 펌이다. 남성 헤어 스타일의 경우 머리를 짧게 깎으면 샴푸 후 모발이 위로 삐죽삐죽 서기 때문에 펌 시술로 이를 내려주는 방법을 쓴다. 다운펌을 했어도 아침마다 드라이어나 왁스를 사용해 모발을 눌러 두피에 붙여주는 스타일링은 필수다.


밤톨 같은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선 수시로 미용실을 찾아가 잘라줘야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서준은 6개월째 이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4일에 한 번씩 미용실을 찾아가 머리를 다듬는다고 한다.



'조이서' 김다미의 투톤 옹브레 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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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사이에선 ‘조이서 머리’가 인기다. 가방이나 구두에 다는 태슬(술 장식) 모양으로 머리를 자른 ‘태슬컷’ 단발에 머리 중간부터 아래부분을 노랗게 탈색하고, 그 중 또 2분의 1일 컬러 염색하는 '투톤 옹브레' 염색 기법을 덧붙인 헤어 스타일이다. 옹브레(omper)란 '음영을 넣다'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회화에서 한쪽으로 갈수록 빛이 바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헤어 디자이너 가람 실장(헤반트)은 “지난해엔 긴 머리에 옹브레 염색을 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올해는 '조이서 머리'가 인기를 끌며 단발 옹브레를 원하는 손님이 대다수"라며 "조이서 단발에 사용한 태슬컷은 세련된 이미지가 특징인데, 앞머리를 짧게 자른 처피뱅 스타일을 더해 귀엽고 통통 튀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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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서의 단발 옹브레는 연출법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가 가능하다. 원래는 머리 끝이 직선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스타일이지만, 드라마에서 김다미는 염색이 시작되는 부분만 볼록하게 부풀리거나 머리 아랫부분에만 웨이브를 넣어 부드러운 이미지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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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법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변신할 수 있는 조이서 머리. 사진=JTBC

개성이 강한 만큼 이 머리 역시 만들기와 관리가 어렵다. 먼저 자신의 얼굴형에 따라 머리 길이를 잘 조절해야 한다. 얼굴이 작거나 V라인 턱선을 갖고 있다면 어떤 길이라도 잘 어울리지만, 그렇지 않다면 턱 아래로 내려오는 길이를 선택하는 게 낫다. 머리 길이가 짧으면 동그란 얼굴형은 얼굴이 더욱 동그랗게, 턱이 발달한 사각형 얼굴형은 얼굴이 더 각져 보이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투톤 염색에는 고도의 기술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머리 끝부분을 2번 이상 탈색하고, 그 위에 색을 입히는 시술을 해야 한다. 이미 머리 전체를 밝게 염색한 사람이라면 짙은 갈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뒤 아랫부분을 다시 탈색해서 색을 입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람 실장은 "염색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모발이라면 2시간, 이미 염색을 한 상태라면 5~6시간 정도 걸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관리도 쉽지 않다. 머리가 자라는 만큼 단발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커트와 탈색·염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초등학생·중학생 딸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도 조이서 머리가 화제다. 중1 딸 아이를 둔 30대 후반 주부 이민정씨는 "아이들이 방학 동안 알록달록한 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싶다고 조를 때 선택하는 게 바로 옹브레 염색"이라고 했다. 개학 바로 전 염색한 끝 부분만 검게 염색하면 원래 상태로 빨리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요즘 애들이 원하는 염색은 탈색 후 해야 하는 게 많아서 머리카락 손상이 많다"며 "머리 아랫부분만 탈색했다가 개학에 맞춰 손상된 부분은 아예 잘라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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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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