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일기' 작가 고발···中, 코로나 잠잠한 틈타 보복 시작됐다

[이슈]by 중앙일보

“근원 알 수 없는 부동산 6채 보유” 주장 나와

3월엔 “특권 이용, 조카 해외로 보냈다” 비판도

우한 봉쇄된 두 달간 일기 형식의 60편 글로

중국 사회의 치부와 관료의 무능 폭로하고

우한시민 아픔 대변한 데 대한 보복 가능성


지난 8일 0시를 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의 진앙인 우한(武漢)에 대한 봉쇄가 해제되는 등 상황이 점차 안정을 찾으면서 중국에선 그동안 정부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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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시 기율위원회가 지난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치 않던 부동산 재벌 런즈창(任志强) 체포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봉쇄된 우한의 이모저모를 알려온 작가 팡팡(方方)도 최근 중국 국가감찰위원회에 고발됐다.


블로그에서 자신을 ‘밍더(明德)선생’이라고 밝힌 이가 지난 6일 “후베이(湖北) 성정부의 관리를 받는 간부 팡팡이 6채의 근원을 알기 어려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며 국가감찰위원회에 공개적으로 고발했다고 홍콩 명보(明報)와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 등이 7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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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밍더(明德)선생’이라고 밝힌 중국의 한 블로거가 지난 6일 ‘우한 일기’의 주인공 팡팡을 근원을 알 수 없는 부동산 6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 국가감찰위원회에 고발했다. [중국 텅쉰망 캡처]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후베이성 작가협회 주석을 역임한 올해 65세의 팡팡은 우한이 1월 23일 봉쇄된 이후인 1월 25일 춘절(春節, 설) 당일부터 매일 일기 형식으로 봉쇄된 우한에서 일어나는 일과 자신의 생각 등을 감동적으로 블로그에 담아냈다.


‘팡팡 일기’ 또는 ‘봉쇄된 도시의 일기’, ‘우한 일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팡팡의 글은 지난 3월 25일까지 총 60편의 글로 마무리될 때까지 편당 수만에서 수십만 회씩 조회되며 중국은 물론 한국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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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사촌 여동생이 죽었다. 지인의 동생도 죽었다. 친구의 부모와 부인도 죽었다. 그 친구도 죽었다. 이젠 울어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팡팡의 글은 봉쇄된 우한에서 병상을 찾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들을 위로하는 진혹곡에 가까웠다.


팡팡은 정부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달 6일 우한 당서기 왕중린(王忠林)이 “당 총서기와 공산당의 은덕에 감사해야 한다”며 시진핑 주석에 대한 감은론(感恩論)을 제기했을 때 이에 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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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7일 자신의 블로그에 “중국 정부는 인민의 정부다. 인민을 위해 존재한다”며 “부디 그 오만함을 거두고 당신들의 주인인 우한 시민에게 오히려 겸허하게 감사를 표하라”고 일갈했다.


이 글은 팡팡이 43번째로 게시한 글로 알려진다. 이에 놀란 우한시는 바로 감은론을 거둬들였고, 사흘 후인 10일 우한을 찾은 시진핑 주석은 실제로 우한 시민을 향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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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의 본명은 왕팡(汪芳)으로,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출신이지만 우한에서 컸고 1982년 우한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후베이TV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으며 그 해부터 작품 활동을 해 왔다.


2012년에 발표한 중편 소설이 은막에 오르기도 했고, 2016년에 나온 장편소설 ‘롼마이(軟埋)’는 루야오(路遙)문학상을 받기도 했으나 지주계급의 이익을 대변한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서가에서 내려오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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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의 외조부 양겅성(楊赓笙)은 청조를 무너뜨린 1911년 신해혁명(辛亥革命)의 원로이기도 하다. 팡팡은 글에서 주로 중국의 극좌 세력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진다. 마지막 글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지난 몇 년간 매우 수준 낮은 극좌 세력이 마치 신종 코로나처럼 우리 사회를 감염시키고 있다. 이들은 관리의 보살핌 속에 오히려 가장 빠른 속도로 관리를 감염시키며 날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젠 이루 말할 수 없이 방자해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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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극좌 세력은 흑사회와 같은 조직을 갖추고 모든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사람들을 멋대로 능욕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을 등에 업고 마음대로 활개 치는 극좌 세력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 같은 팡팡의 60편 글을 모아 세계 유명 출판상인 하퍼 콜린스(Harper Collins)가 오는 8월 18일 『우한 일기(Wuhan Diary: Dispatches from the Original Epicenter)’』라는 이름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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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된 우한에서의 삶 60편이 담긴 ‘우한 일기’는 오는 8월 영문판으로 나올 예정이다. [중국 텅쉰망 캡처]

한데 바로 이런 시점에 고발이 들어간 것이다. 팡팡에 대한 공격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3월 12일 한 네티즌이 글을 올렸다. 팡팡이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우한 봉쇄 기간인 지난 1월 29일 조카를 공항으로 보냈고 조카는 이튿날 싱가포르로 떠났다는 것이다.


또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또 다른 네티즌은 팡팡에게 인터넷 서신을 띄워 “당신은 작가로 영혼의 엔지니어다. 모두에게 긍정적인 믿음을 불어넣어야 하지 않느냐”며 중국 사회를 맹렬히 비판하는 팡팡을 질타했다.


이 네티즌은 팡팡이 우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부끄러운 일을 갖고 큰길에서 소리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쏟아지는 비난에도 팡팡은 전혀 굴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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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를 공항으로 보낸 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으며 부동산 사건도 전혀 문제없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히려 고발자의 “상상력과 날조 능력에 찬사를 보낸다”며 “법정에서 다투자”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중국 사회의 치부를 들춘 팡팡에 대한 보이지 않는 세력의 공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팡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는 그의 사생활에서 문제점을 찾아 팡팡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방식이 이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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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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