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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故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은 누구?

byKBS

故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

2007년 10월, 청담동 중식당 모임

2007년 10월의 어느 날, 데뷔를 앞둔 신인 탤런트 장자연은 소속사 김종승 대표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고급 중식당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이 모임에는 이들을 포함해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과 스포츠조선 A 사장, 미국 외교계와 언론계 고위 인사 등 8명이 참석했다. 이 모임을 주재했고 식비까지 결제한 사람은 방용훈 사장이었다고 알려졌다.

故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

모임 참석자 경찰 진술서

故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

모임 참석자 경찰 진술서

신인 탤런트의 죽음

1년 6개월 뒤인 2009년 3월 7일, 장 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우울증에 따른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녀의 죽음은 4문장짜리 단신 기사로 끝나는 듯했지만, 일주일 뒤 그녀가 쓴 문건을 KBS가 공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른바 장자연 사건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연관기사 : [뉴스9] 고 장자연 자필문건 ‘충격’…“성 상납·폭행 시달려” (2009년 3월 13일)

4장짜리 문건에는 장 씨가 소속사 대표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욕설에 시달렸고, 언론사 사주와 드라마 감독 등 유력인사 6명에게 성 접대와 술 접대를 강요당했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故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

장자연 문건

故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

경찰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는 장 씨가 왜 목숨을 끊었는지와 '장자연 문건'의 사실 여부, 두 갈래로 진행됐다. 재수사 엿새 만에 당시 조현오 경기청장은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수사팀 인력을 41명으로 대폭 늘렸다. 단일 사건으로는 이례적인 규모였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故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

세간의 관심은 술접대와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는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과 관련된 대목에 집중됐다. 경찰은 '조선일보 방 사장'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으로 추정하고 방문 조사와 통신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넉 달 뒤 최종브리핑에서 경찰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장자연과 김종승 대표가 방상훈 사장과 통화한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 또 2008년 7월 17일 김종승 대표 일정표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 오찬'은 방상훈 사장이 아닌 스포츠조선 A 사장과의 약속이었고, 당일 방상훈 사장이 알리바이도 확인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서 '조선일보 방 사장'은 장 씨가 스포츠조선 A 사장을 착각한 것이며, 2007년 10월 청담동 중식당 모임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방 사장'으로 지목한 스포츠조선 A 사장에 대해선 강요 방조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도 경찰과 마찬가지로 '조선일보 방사장'은 스포츠조선 A 사장을 착각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결국, 장자연 문건 속에 술접대와 성 접대를 강요했다고 알려진 '조선일보 방사장'은 검찰과 경찰 수사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인물이 됐다.

왜 조사하지 않았나?

하지만 2007년 10월 중식당 모임에 '방 사장'은 있었다.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자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이다. 경찰도 이런 진술을 확보했지만, 방용훈 사장을 조사하지 않았다. KBS 취재진은 당시 장자연 사건을 수사했던 복수의 경찰 관계자를 접촉해 '방사장'에 대한 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방용훈 사장이 식사자리에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김종승 대표의 신병처리에 집중하다 보니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도피 중이던 김종승 대표는 장자연이 자살한 지 4개월 만에 일본에서 체포됐는데, 김 씨를 급히 구속하느라 '방사장'에 대한 핵심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단순히 밥만 먹었다고 언론사 사주를 오라 가라 할 수 있나?”

또 다른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조선일보 방 사장'은 스포츠 조선 A 사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방용훈 사장은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밥만 먹었다고 언론사 사주를 오라 가라 할 수 있느냐"며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늘어놓았다. 당시 검찰 관계자 역시 "조선일보에 대한 수사 비중이 작았던 것 같다"며 수사가 미진했음을 시사했다.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며 5개월간 대대적 수사를 벌인 검찰과 경찰. 그러나 정작 핵심 진술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검찰 과거사위가 어제 비공개회의를 열고 2차 재조사 대상 사건으로 장자연 사건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전체적으로 재조사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과거사위는 다음 달 2일 회의를 열어 2차 재조사 사건 선정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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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기자 (mcki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