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좋아하는 연예인 현수막 구겨졌다고”…조현민이 질책한 이유

byKBS

“좋아하는 연예인 현수막 구겨졌다고”

[사진출처 : 연합뉴스]

"광고 일을 20년 정도 했는데 이걸 계속 해야 하나 자괴감이 엄청 들었습니다."


유명 광고대행사 출신 이 모 씨는 몇 년 전 대한항공과 함께 일을 했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당시 대한항공 홍보 행사를 담당하며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에게 심한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조 전무의 물컵 투척 논란을 보고 또 누군가가 비슷한 일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일을 제보했다고 설명했다.


조현민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연예인 현수막 구겨졌다고”

행사 현수막 뜯고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

조 전무의 갑질은 홍보 행사 리허설 중에 처음 일어났다고 이 씨는 기억했다. 행사 현수막 일부가 구겨졌다며 조 전무가 상식에 맞지 않는 수준의 질책을 했다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하나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출연하는데 그 사람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 한쪽 부분이 약간 좀 구겨졌다고. 현수막이 5개 중에서 하나가 조금 그렇게 잘못됐다며 나머지를 다 뜯어버리니까 행사가 더 엉켜버리죠. 그것을 또다시 준비해서 다시 해야 하니까."


또 이 씨는 당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가간 직원에게 조 전무가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전했다.


"담당 직원이 명함을 주니까 뭐 사원 나부랭이가 무슨 명함을 나한테 줘 그러면서 던지고..'넌 누구야' 그래서 '저는 어디 회사 직원입니다.' 그러고 명함을 줬는데 저희가 '이거 시정 하겠습니다.' 했는데 그냥 명함 집어 던지고 막 거기서 또 소리를 지르고.."

“좋아하는 연예인 현수막 구겨졌다고”

다이어리·펜 던지고 1시간 세워놓고 질책

이 씨가 겪은 더 큰 갑질은 행사 다음날 일어났다. 이 씨는 조 전무가 행사 진행이 제대로 안 됐다며 대행사 직원들을 대한항공 본사에 소환해 폭언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중간에 조 전무가 다이어리와 펜을 던지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람(조현민 전무)은 처음에 반말로 시작하다가 확인을 해요. '기분 나쁘지? 그럼 일을 잘하지. 나 29살이야.당신 마흔 넘었지 쉰이야?’'그 일 잘하지 그랬어. 반말 안 들으려면' 그런데 그게 듣는 사람한테는 어떻게 들리느냐면 '너도 억울하면 금수저로 태어나지 그랬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 뉘앙스가 그래요."


"다른 대행사에서는 내가 나오면 부사장급 이상 나오는데 너네 회사는 무슨 팀장 하나 보내서 이렇게 하느냐." "다이어리하고 그다음에 펜, 연필 이렇게 묶음 있는 것 던져서. 그냥 물건 집어 던지듯이 던지는 겁니다. 바닥에다가 패대기를 친다고 그러죠."

“좋아하는 연예인 현수막 구겨졌다고”

갑질 겪은 뒤 광고 계획 철회하기도

조 전무의 질책은 1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 씨 일행은 조 전무가 던진 것들을 다시 줍고,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사무실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일이 겪은 뒤 조 씨의 회사는 대한항공 광고 경쟁에 참여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진짜 술을 많이 마셨죠. 다들 모아놓고 잊어버리자 할 정도로 서로들 잊어버리자. 그러니까 아예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말자. 아예 그 기억 자체를 좀 잊어버리자고 그래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많이 나고요. 다행히도 그다음에는 회사에서도 그렇고 대한항공 광고를 따기 위해서 뭐 또 가서 영업해라 이런 얘기들을 안 했으니까 어쩌면 저는 행운아일 수도 있는 거고."

“좋아하는 연예인 현수막 구겨졌다고”

[사진출처 : 연합뉴스]

다른 광고대행사도 비슷한 경험…"업계에서는 유명"

취재 중 통화한 다른 광고 대행사 직원의 말도 비슷했다. 대한항공의 광고 업무를 맡았는데 조 전무가 대행사의 임원들을 모두 소집해 회의실에 세워놓고 소리를 질렀다는 얘기였다. 광고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실 조 전무의 갑질은 광고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하다는 소문이다. 물컵 투척 논란이 언론에 보도된 뒤 인터넷과 SNS에서는 조 전무의 갑질에 대한 익명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조현민)이 그런 게 이게 이 업계에서는 정말 유명한 얘기이거든요. 오죽했으면 1년에 3~400억 씩 하는 광고주를 (광고대행사들이) 안 들어간다고 하겠습니까. 그 광고대행사에서도 그럴 정도로 피하는 것이고."

 

대한항공 측은 이 같은 폭로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이번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좋아하는 연예인 현수막 구겨졌다고”

[사진출처 : 연합뉴스]

경찰 조현민 갑질 의혹 내사 착수

한편 경찰은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이른바 '갑질 논란'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 전무 사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며 “피해 사실 여부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들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업무상 지위에 대한 갑질 행위에 대해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현민 전무는 지난 3월16일 대한항공의 광고를 대행하는 업체와의 회의에서 해당 업체 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폭로로 공분을 샀다. 당시 광고대행사 팀장이 대한항공 영국편 광고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이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광고대행사 업체 사장까지 나서 대한항공에 사과를 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해당 의혹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조 전무가 물이 든 컵을 바닥에 던진 건 맞지만, 직원 얼굴에 뿌린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대행사 사장의 사과 전화는 사실이 아니며 반대로 조 전무가 대행사 직원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고 전했다.


현재 조현민 전무는 휴가를 내고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희기자 (leej@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