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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취재후

그래도 미세먼지는 중국 탓?…댓글에 답해드립니다

byKBS

그래도 미세먼지는 중국 탓?…댓글에

악플을 부르는 기사가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중국 탓'을 부정하는 기사입니다. 새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미세먼지 대책을 점검한 다음 기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관기사] [뉴스9] 미세먼지는 중국 탓?…“국민 자발적 협조 있어야”


각종 미세먼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미세먼지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과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백령도, 일본 규슈 지역의 농도가 크게 줄었는데도 말이죠. 그렇다면 중국 탓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더 강력한 국내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기사의 주 내용입니다.


포털 댓글난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그중에는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할 만한 댓글들도 많았습니다. 그동안 미세먼지를 취재하며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주 언급됐던 댓글에 답해드리겠습니다.

"요 며칠 동풍 불 때는 경유차 다 멈춰서 공기 깨끗했나?"

실제로 지난 6일 전국에 비가 내린 이후 며칠 동안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한 자릿수를 보인 때가 많았습니다. 바람은 동풍이었습니다. 국내 경유차도 운행했고, 공장과 화력발전소도 돌아갔습니다. '동풍'이 중국 미세먼지를 막아준 덕분이라고 의심할만합니다.


그런데 겨울철에 찬 바람 불던 때는 어땠습니까? '삼한사미'란 말도 있었죠? 찬 바람이 강하게 불고 추울 때는 최근 동풍 불 때만큼 공기가 깨끗했습니다. 그렇다면 찬 바람은 어디서 왔을까요? 우리가 익히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겨울철 한파는 시베리아에서 북서풍을 타고 내려옵니다. 한반도의 북서쪽에는 중국 수도권이 있죠? 시베리아에 쌓인 찬 공기가 중국의 수도권 지역을 지난 뒤 한반도로 내려옵니다. 그런데 이때는 중국 베이징도 공기가 청명합니다. 


경유차가 멈추지 않았는데도 공기가 깨끗한 이유, '동풍'이 불어서도 맞지만, 그보다 포괄적인 이유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입니다. 그날그날의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배출량이 같더라도 기상 조건에 따라 농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다만, 중국 내륙에서 바람이 잔잔해져 미세먼지가 쌓인 상황이라면 약한 서풍이 불 때 한반도로 다량의 미세먼지가 날아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결국, 서풍 불면 '중국발 먼지', 동풍 불면 '깨끗'도 맞는 얘기지만, 바람 안 불면 쌓이는 '국내발 먼지'도 빼놓으면 안 됩니다.


[연관기사] 미세먼지 ‘중국발? 국내발?’…바람이 모두 알려준다

"어제(11일) 공기 나빠진 거 봐라. 이래도 국내발이냐?"

동풍이 멎자 어제(11일) 귀신같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동풍이 막아주던 중국발 미세먼지가 밀려온 걸까요? 아니면 바람이 멎어서 국내 미세먼지가 쌓인 걸까요? 정부의 대기질 홈페이지인 에어코리아(http://www.airkorea.or.kr)에서 발표하는 미세먼지 모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쪽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없는 상태에서 한반도 내부에서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모의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세먼지는 중국 탓?…댓글에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예측 모델(자료 : 에어코리아)

"미세먼지가 국내 탓이면 서울만 나빠야지 제주도는 왜 뿌연가?"

중국발 미세먼지가 바다 건너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있다는 증거는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미세먼지는 어떨까요? 서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서울에만 머물러 있을까요? 또 국내 상당수 화력 발전소와 공장 들은 서해안에 밀집해 있습니다. 여기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서풍이 불 때 어떻게 될까요?


중국발 미세먼지는 전 세계를 누비지만 국내 미세먼지는 유독 제자리에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서풍이 분다면 서해안의 미세먼지는 전국 곳곳으로 퍼집니다. 북풍이 분다면 여수, 광양 등 남해안 공업 단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제주도까지 날아갈 수 있습니다. 위 미세먼지 예측 모델에서도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성사진 보면 중국발 다 나오는데, 기자랑 전문가들은 이것도 안 보나?"

그래도 미세먼지는 중국 탓?…댓글에

다양한 미세먼지 예측 모델. 위성 사진이 아닌 시뮬레이션 결과를 나타낸다.

보통 일반인들이 미세먼지 위성 사진이라고 알고 있는 위 그림들은 사실 미세먼지를 시뮬레이션한 예측 모델입니다. 물론 위 모델들을 기자도 보고 전문가들도 봅니다. 모델을 만든 게 그 전문가들이니 안 볼 리가 없겠죠. 대개의 일반인은 이 모델 사진 몇 장만 보고 눈대중으로 중국발이 다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 모델을 실제 만들고 운영하는 학자들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국내 영향과 중국 영향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국내 절반, 중국 절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서풍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유입되고 있을 때 중국발 미세먼지뿐 아니라 한반도 서해안에서 내뿜는 미세먼지도 함께 내륙으로 유입됩니다. 가까운 곳에서 내뿜은 이 미세먼지는 멀리서 날아온 중국발보다 훨씬 농도가 짙습니다. 그러나 상세히 보지 않으면 중국발 미세먼지와 서해안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아래의 관련 기사는 이런 영향을 고려한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중국발 먼지 띠 선명한데”…왜 항의 못 할까

"그래도 나는 중국발이 90%라고 본다."

만약 국내 미세먼지 중 중국발이 90%라면, 국내발은 10%에 불과하다는 얘기겠죠? (북한, 몽골 등 국외 요인이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5㎍/㎥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중국에서 날아온 게 22.5㎍/㎥를 차지하고, 국내에서 발생한 부분은 2.5㎍/㎥를 차지한다는 가정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중국발이 없다고 계산한다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5㎍/㎥이어야만 합니다. 이 정도면 북극, 남극만큼 낮은 수준입니다. 매우 비현실적인 결과가 도출됩니다.


OECD 국가의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보다 훨씬 높은 15㎍/㎥ 안팎입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 한국보다 환경 규제가 훨씬 엄격한데 말이죠. 현재 서울 농도의 60% 수준입니다. 이런데도 중국발이 90%이고, 국내발이 10%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구 밀도가 높고 여전히 경유차와 화력발전소의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일지 냉정히 따져봐야 합니다.

"그럼 국내발만으로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하다고?"

'미세먼지 주범 찾기'는 원인 분석에 있어 매우 잘못된 접근 방식입니다. 미세먼지는 하나의 물질이 아니며, 매우 다양한 물질들이 수많은 화학 반응을 거쳐 더 많은 종류의 물질을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주범이 있다기보다 여러 공범의 합작품이란 얘기입니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중국 탓'을 부정한다고, 그게 '미세먼지는 국내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발과 국내발 모두 상당량을 차지하며 그 원인을 쪼개보면 훨씬 더 다양합니다. 공장, 경유차, 화력발전소, 쓰레기 소각…등등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설령 중국발, 국내발이 반반이라고 치자. 그럼 중국발 줄이는 게 우선 아니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022년까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7조 2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됩니다. 중국과의 협력에 책정된 예산도 있지만 대부분 국내 요인을 줄이는 데 쓰입니다. 내 세금을 들여서 말이죠. 어차피 미세먼지 원인이 반반이라면 내 돈 안 쓰고 중국 영향을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중국에 항의하자는 국민 청원에 20만 명 넘게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미세먼지를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지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국가 간 환경 분쟁 사례를 보면 우호적인 국가 간에도 강제력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으로 넘어간다는 과학적인 증거조차 부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항의하면 과연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요? 당장 국민들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실제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지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배출 감축량보다 중국의 감축량이 많다는 국제 보고서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정부에서도 중국에 '항의'보다는 '협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선택지는 둘로 좁혀집니다. 중국 탓만 하며 중국이 줄어들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당장 줄일 수 있는 나머지 절반이라도 노력할 것인가. 미세먼지 때문에 괴롭다면 답안은 분명할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얼마만큼의 세금을 낼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겠지만요.

"기자 너 중국인이지?"

결국, 최후의 댓글은 이것입니다. 팩트를 따지기보다는 일단 기사의 저의를 의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답변드리면 저는 한국인이 맞고, 국민 한 사람으로서 한국의 미세먼지가 줄기를 바랄 뿐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댓글 몇 개에 대한 답변으로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미세먼지가 이슈화되던 초기에는 환경부며 언론이며 중국발에만 집중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미세먼지=중국발'이 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기 생각과 다른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분석보다는 내 생각과 비슷한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가 훨씬 그럴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중국 탓'이라는 여론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더 강력한 국내 저감 대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스스로 노력하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이 여론의 밑바탕에 있어야 합니다. 


여전히 '미세먼지는 중국 탓'이라고 생각되시나요? 댓글을 남겨주시면 후속 기사로 답해드리겠습니다.


이정훈기자 (skyclear@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