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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장자연 리스트’는 실재했나? 기록으로 살펴본 ‘장자연 리스트’의 모든 것

byKBS

"장자연 리스트 봤다" vs "윤지오는 장자연 리스트 본 적 없다"

'장자연 리스트' 실재했나? 기록으로 본 '장자연 리스트'

장자연 전 매니저 유장호 씨도 '리스트' 언급...리스트는 존재했던 듯

윤지오가 자초한 논란... 장자연 사건의 본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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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자연 씨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라고 밝힌 옛 동료 윤지오 씨가 책에서 직접 밝힌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지난해 언론과 익명으로 인터뷰를 했던 윤 씨는 올해 장자연 10주기를 맞아 책을 출간하면서 공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윤 씨는 장자연 씨의 자필 문건 중 접대 대상자들의 이름이 적힌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봤고, 그 리스트에 조선일보 방 씨 일가 3명의 이름과 국회의원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윤 씨가 공개 행보를 보인 지 한 달 반 만에, 윤 씨의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김수민 작가는 윤 씨와 나눈 카톡 등을 SNS에 공개하며 윤 씨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은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봤다는 윤 씨의 말은 거짓"이라는 겁니다. 박훈 변호사는 어제(23일) 김수민 작가를 대리해 윤 씨를 고소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박 변호사는 "윤지오 씨는 故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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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 vs 박훈 변호사(김수민 작가 대리인)

'장자연 문건'은 몇 장일까?

자 그렇다면 의문이 남습니다. 도대체 '장자연 리스트'는 실재했던 것일까요?


이걸 따져보기 위해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 모두 몇 장이었나를 봐야 합니다. 이름만 나열된 '리스트'가 아니라, 장 씨가 쓴 자필 문건 전체를 말하는 겁니다.


세간에 공개된 장자연 자필 문건은 모두 4장입니다. 이 문건에 '조선일보 방사장님', 그리고 '방사장님 아들'이 등장했고, 드라마 감독들도 거론됩니다. 하지만 이 문건은 장 씨가 겪었던 일을 길게 서술한 문건이기 때문에, 접대 대상자들의 이름이 쭉 나열된 '리스트'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윤 씨가 봤다고 주장하는 '리스트'는 따로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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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문건 4장

그럼 그 '리스트'는 어디에 있을까요? 일단 수사기관은 '장자연 리스트'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게 팩트입니다. 경찰이 확보한 문건은 2009년 3월 13일 KBS 취재진이 장자연 씨의 전 매니저였던 유장호 씨의 사무실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문건 4장이 전부입니다. KBS가 확보해 수사기관에 건넨 문건입니다. 2009년 장 씨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과 검찰도, 현재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도 이름만 나열된 '장자연 리스트'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문건을 갖고 있었던 유장호 씨가 폐기했거나, 어쩌면 아직도 꼭꼭 어딘가에 숨겨놨을지도 모릅니다.

장자연 문건, 공개된 4장 말고 최소 2~3장 더 있다

하지만 장자연 문건은 원래 4장보다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수사기록에 따르면 장자연 문건은 최소 6장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먼저 장 씨 오빠의 진술조서를 볼까요. 장 씨가 사망한 지 5일 뒤인 2009년 3월 12일, 장 씨의 유족과 유장호 씨 등은 서울 봉은사에서 장 씨의 자필 문건을 태우기 위해서 만납니다. 이 진술조서에 따르면 장자연 문건은 8~9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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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오빠 검찰 진술 조서

그럼 장자연 씨에게 이 같은 자필 문건을 쓰게 한 유장호 씨의 진술을 보겠습니다. 유 씨의 진술과 녹취록에 따르면 문건은 6~7장입니다. 어찌 됐든, 장자연 문건은 공개된 4장 말고도 최소 2장 이상 더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공개되지 않은 문건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까요? 윤 씨는 바로 이 부분이 장 씨 접대 대상자 명단, 즉 '리스트'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장자연 전 매니저 유장호 씨가 밝힌 '리스트'... 리스트는 실재했다

접대 대상자 '목록', 이른바 '리스트'에 대한 언급이 과거 수사기록 속에 또 있습니다. KBS가 확보한 유장호 씨와 윤지오 씨의 전화 녹취록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유장호 씨는 '목록', 즉 리스트의 존재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장자연 리스트'의 실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대목입니다. "내가 그리고 자연이 이거 경찰서 넘길 때도, 목록이랑 그런 건 넘길 생각이 없었어." 윤지오 씨가 주장하는 '리스트'와 일맥상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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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호-윤지오 전화녹취록

즉, '장자연 리스트' 자체는 실제 존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진상조사단도 윤 씨의 진술을 포함해 여러 정황과 증거를 고려한 결과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윤지오 씨 말의 진위를 따져볼 차례입니다. 윤지오 씨는 '장자연 리스트'를 본 게 맞을까요?


장 씨 오빠의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장 씨의 사망 이후 유장호 씨가 봉은사에서 유족들에게 장 씨의 자필 문건을 보여주고 불태웠는데, 그 자리에 윤지오 씨가 동석한 것은 사실입니다. 유장호 씨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정황을 종합해보면 윤 씨가 최소한 장자연 문건을 봤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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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오빠의 검찰 진술 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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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전 매니저 유장호의 피의자신문조서

윤지오 스스로 자초한 논란

1년 넘게 장자연 사건을 취재하면서, 윤지오 씨와 김수민 작가의 공방도 지켜봐 왔습니다. 지금의 논란은 윤 씨가 자초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왕진진(전준주) 씨가 조작한 '가짜 장자연 편지'를 기초로 한 질문을 그냥 넘어간거나, 최근 한 방송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불거진 태도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윤 씨가 경찰이 신변보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린 것은 단순 조작오류로 인한 '소동'으로 판명나기도 했습니다.


또 과거 법정에서 윤 씨는 "노래와 춤을 출 때도 있었지만, 강압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김종승 전 대표가 술을 따르게 하거나 술을 마시게 하는 등 술 접대를 요구한 사실이 없고, 성접대를 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윤 씨가 주장하는 내용과는 다른 증언을 법정에서 한 겁니다. 윤 씨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들입니다.


박준영 변호사가 윤 씨의 증언에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워낙 중요한 증언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무게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윤 씨는 자신의 말이 가진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피커를 훼손한다'고 윤 씨는 억울해하고 있지만,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하지만 윤 씨가 조사단에서 했던 진술마저 거짓으로 볼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예로 윤 씨의 진술로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최초의 기소자가 나왔습니다. 윤 씨는 장자연 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 모 씨 재판의 주요 증인입니다. 검찰은 윤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9년 만에 조 씨를 기소했습니다. 재판에서도 윤 씨는 자신이 목격한 추행 사실에 대한 일관된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대검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장자연 재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장자연 문건'에 언급된 사람들을 처벌할 수는 없더라도 진실은 드러나야 합니다. 윤 씨와 김 작가에 사이의 공방이, 10년 만에 진실 규명을 앞둔 장자연 재조사의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장 씨의 명복을 빕니다.


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