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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문 닫은 ‘소녀상’ 전시엔 또 어떤 작품이? 일왕·개헌 비판

by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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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던 기획전이 결국 중단됐습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측은 어제(4일) 소녀상이 출품됐던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을 폐쇄했습니다.


'표현의 부자유, 그 후'는 일본 내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전시회입니다. 출품된 작품들은 모두 공공 문화시설에서 전시를 거부한 것들입니다. 이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왜 관객과 만나지 못했는지 이유까지 설명하는 게 기획전의 취지입니다.


행사에는 평화의 소녀상 외에도 위안부 문제, 천황과 전쟁, 식민지 지배, 일본 헌법 9조 등 일본 내에서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룬 다양한 작품이 출품됐습니다. 전시가 중단돼 당분간 보기 어려워진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져보려 합니다.

배상하지 않으면 안 될 일 - 조연수 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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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난 고등학생이 그린 그림입니다. 존엄성을 빼앗기고 침묵을 강요당한 일본군 위안부들의 고통과, 그 사후 처리를 보고 느낀 분노를 화폭에 표현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뒤로는 인권 유린에 앞장선 일본군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작품은 지난 2016년 12월 일본 지바현의 지바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됐습니다. 당시 쿠마가이 토시히토 지바 시장은 작품이 출품된 전시회에 주기로 약속했던 50만 엔의 보조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한일 '합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그림에 담겼다", "지역 교류 목적의 행사에서 정부 비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태워져야 하는 그림 - 시마다 요시코 作,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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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을 찍은 불에 탄 흑백 사진. 얼굴 부분은 훼손돼 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패전 협약을 맺은 일본의 쇼와 일왕(히로히토)입니다.


이 작품을 만든 시마다 요시코는 줄곧 자국의 부정적인 역사를 강하게 비판하는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얼굴이 사라진 사진은 전범 재판을 피한 일왕을 비판하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전쟁의 책임이 특정 인물이 아닌 일본인 전체에게 있다고 작가는 강조합니다.

원근을 안고 - 오우라 노부유키 作, 19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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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도 쇼와 일왕입니다. '원근을 안고' 연작은 지난 1986년 도야마현립 근대미술관에 전시되자마자 정치권과 언론, 우익단체의 거센 공격을 받았습니다. 신성한 왕의 사진을 저속한 문신 사진과 함께 늘어놨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작가는 왕을 비하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미술관은 작품과 도록을 비공개로 바꿨고, 도록 470권을 전부 소각했습니다. 작가는 작품 공개를 위해 6년 동안 법정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패소했습니다.

장마철 하늘에 '9조를 지켜라'하는 여성 데모 - 작가 비공개,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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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유의 짧은 시인 하이쿠 작품입니다. 한 여성이 과거 장마 때 여성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떠오른 시구라고 합니다.


이 시는 지난 2014년 사이타마현 사이타마 시의 하이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월간 회보에 작품이 실려야 하지만 대회 주최 측은 게재를 거부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9조를 지켜라'라는 글귀입니다. 9조는 일본 평화헌법의 근간인 '헌법 제9조'입니다. 이 조항은 일본이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고, 국가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헌법 개정의 핵심이 바로 이 '헌법 9조'의 내용을 바꾸는 것입니다.

표현의 부자유로 완성된 '표현의 부자유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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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전시회에는 예술 작품 17점이 관객을 찾았습니다. 모두 논란이 있던 작품들입니다. 일본 정부의 반응은 격렬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행사 보조금을 조사하겠다고 압력을 넣었고,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도 전시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결국 전시회는 개막 3일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에 대해 화두를 던졌던 행사는 '표현의 부자유'로 끝났습니다. 관객을 만나지 못한 예술작품은 파괴를 당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201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는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그라피티 화가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가 약 15억에 낙찰됨과 동시에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손상된 겁니다. 자본주의에 종속된 예술계를 비판하려는 작가의 의도였는데, "파괴가 예술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 이름처럼 불편한 끝을 맺은 이번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회. 어쩌면 일본 정부는 스스로 '일본 사회의 표현의 부자유'라는 슬픈 예술을 완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출처 : ‘표현의 부자유, 그 후’ 홈페이지 캡처

이재희 기자 (leej@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