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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코레일 서류합격자가 ‘사딸라’?…장난으로 낸 서류도 못 걸러

byKBS

KBS

"저는 미군들과 협상을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 미군들은 남한 측 노동자들의 임금을 하루 1딸라로 설정을 했습니다."


"저는 예전에 종로 및 우미관 일대를 평정할 당시 주변 상인들 및 식구들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중략) 앞으로 코레일에 입사하게 된다면 동료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행동하겠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이 내용은 한 지원자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제출한 자기소개서 일부입니다. 지원자 이름은 '사딸라'.


이 사람은 올해 코레일 하반기 서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조작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호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실제로 해당 이름이 명단에 있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 서류 합격자 명단에 일본 만화 캐릭터 '오로치마루' 등 황당한 이름도 올랐습니다.

사딸라, "통과할지 몰랐다…아무렇게나 막 뽑나"

기자가 지원자 '사딸라'에게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취업 준비 중인 남성이었는데요. 드라마 를 좋아해 9번이나 시청한 그는 특히 '사딸라'라는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딸라'로 빙의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말 통과될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코레일 서류가 블라인드로 적격ㆍ부적격으로만 거르다 보니 아무나 막 지원하더라"라며 "어느 정도 회사와 관련성 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시험 보게 해야 하는데 응시기회를 막 줘서 무분별하게 시험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말 통과될까 싶으면서도 코레일에 경각심을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덧붙였습니다.


필기 응시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사딸라'는 "합격할 줄 몰랐다"며 "진짜 여기는 막 뽑는구나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쇼핑하듯 지원하는 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코레일, 중복 지원·자소서 '분량 미달'만 걸러내

코레일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전공 관련성, 학교 성적, 자격증, 경력 등을 계량화해 일부에게만 필기시험 응시 기회를 줬습니다. 2017년 상반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후, 중복 지원과 자소서 분량을 400바이트 미만으로 제출한 사람만 걸러내고 그 외 지원자 전원에게 필기 응시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명으로 서류를 제출해도 서류 합격자 명단에 오를 수 있던 겁니다. 물론 이들은 필기 응시 기회만 얻었을 뿐, 실제 응시하지 못했습니다. 서류와 신분증을 대조한 뒤 시험을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장난으로 서류를 내도 걸러낼 장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코레일은 상반기 '오로치마루 지원자' 사건을 막겠다며 올 하반기부터 이메일 인증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이메일에 확인 메일을 보내는 등 절차였을 뿐 실명 인증 절차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반기 '사딸라 지원자의 서류 합격'을 막지 못했습니다.


코레일의 상반기 채용에만 4만 3,604명이, 하반기에는 4만 1,014명이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4만여 명이 넘는 지원자 중 가명은 물론 자기소개서에 애국가나 '가나다라마바사'를 쓴 지원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호 의원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누구나 시험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하지만 허위 지원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고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인인증서, 휴대폰 인증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코레일은 "허위 지원으로 다른 지원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인터넷상에서 채용 관련 논란이 이는 등 문제점이 있다"며 "내년부터 휴대폰 등을 통한 개인 실명인증 절차를 도입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장난 지원자 등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참고: '사딸라'는 김두한 역을 맡은 탤런트 김영철 씨가 미군과 가격을 흥정하면서 4달러를 고집한 데서 나온 말입니다. 여기저기 패러디돼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신지수 기자 (j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