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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새 아파트에 버섯이 자라요” 아파트 황당 하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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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에 버섯이 자라요" 아파트 황당 하자 속출


지은 지 1년도 안 된 새 아파트에 '버섯'이 자란다면 어떨까요? 자칫 황당하게 들리는 얘기가 실제로 경남 진주에서 일어났습니다. 아파트 욕실 문틀 틈 사이에서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버섯이 정말로 자라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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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문틀에 버섯 8차례 자랐다"…뜯어보니 곳곳 '곰팡이'

대체 어떻게 새 아파트 욕실 문틀에서 버섯이 자라난 걸까? 버섯이 났다는 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욕실 문틀 바닥부터 양옆까지 뜯어놓아 나무로 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습니다. 그런데 내부가 이상했습니다. 좌우 양쪽 문틀 아랫부분에 곰팡이가 슬었고 일부는 그을린 것처럼 새까맸습니다. 주민은 바로 그 까만 부위가 버섯이 반복적으로 났던 자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이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은 올해 초 욕실 문틀 틈에서 버섯을 발견했고, 계속해서 제거했지만 8차례나 버섯들이 자랐다고 말했습니다. 주민이 찍어둔 사진과 영상을 보니 매번 다른 모양의 버섯이 나무 문틀에서부터 솟아나 있었습니다. 결국, 건설사에 하자 신고를 했고, 문틀을 뜯어보니 내부가 물기에 젖어 썩거나 곰팡이가 생겨 버섯까지 자라났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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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 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에서 욕실 문틀 하자를 접수한 가구는 82곳에 달했습니다. 대부분 문틀 내부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썩는 문제였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입주민 가운데 일부는 비슷한 하자가 발생했지만 다른 가구의 보수 과정을 지켜본 뒤 접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욕실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가구도 있을 수 있어 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준공해 입주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는데도 이런 하자가 잇따르는 이유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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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약한 소재 욕실에 쓰고도 방수 부실, 건설사는 "주민 생활습관" 탓

문제의 원인은 건설사의 시공에 있었습니다. 욕실 문틀은 나무 섬유질을 압착해서 만든 MDF와 집성목으로, 물과 습기에 취약한 소재였던 겁니다. 게다가 문틀 아랫부분과 기둥 부위를 잇는 좌우 모서리에 벌어진 틈까지 있어 그 사이로 물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취재진이 실내 시공 전문가들에게 물으니, 물에 약한 소재를 욕실 문틀로 사용하려면 물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도록 방수 작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문틀 틈을 실리콘 등으로 메우는 작업을 하거나, 아예 틈이 생기지 않도록 정밀 시공을 해야 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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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설사는 엉뚱하게도 "주민들의 생활습관"을 탓합니다. 건설사 측은 해당 소재가 물에 약하고 문틀 틈에 실리콘 방수 작업을 하지 않아 물이 들어갔다고 인정하면서도 시공은 문제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욕실에 해당 소재를 쓰는 경우가 흔하고, 문틀 틈을 실리콘으로 메우면 문이 잘 안 닫힐 수 있어서 안 메우기도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자가 발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주민들의 생활습관"을 탓했습니다. "주민들이 욕실에서 물이 많이 튀게 사용하다보니 물이 문틀 틈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건식으로 욕실을 사용하는 집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건설사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해당 욕실은 바닥이 타일로 제작됐고 배수구도 있어 건식용 욕실이 아닙니다. 하자의 원인을 건설사의 시공 때문이 아닌, 주민들의 욕실 사용 문제로 돌리는 책임회피였습니다.

잇단 아파트 하자 갈등...주민 피해 반복

결국, 해당 아파트는 하자가 생긴 일부 주민과 건설사 측의 갈등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건설사는 썩거나 곰팡이가 생긴 부분만 제거하면 된다는 입장이고, 일부 주민들은 문제가 생긴 문틀을 전면 교체해달라고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하자 분쟁으로 이어질 상황입니다. 최근 3년 동안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아파트 하자는 11,785건으로 해마다 4천 건 안팎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2,211건이나 됩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집은 주거지일 뿐만 아니라 많은 대출을 내고 어렵게 마련한 소중한 자산일 겁니다. 이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하자가 생겨도 혹여나 집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돼 당연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도 노심초사하는 것이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건설사는 그런 주민들의 마음을 이용해 시공의 잘못과 하자에 대한 책임을 주민 탓으로 떠넘기는 것은 아닐까요? 안전하고 튼튼한 집을 만드는 것은 건설사의 당연한 의무이며 책임입니다. 입주민을 탓하면서 갈등을 빚는 것은 멈추고 이제라도 건설사의 책임 있는 대처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요?


차주하 기자 (chask@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