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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취재후

시골개 ‘1m의 삶’을 아시나요?

by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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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개, 아니 우리 주변의 수많은 마당개들은 반려동물일까 아닐까?

KBS 뉴스의 첫 동물 뉴스 프로그램인 [애피소드:애니멀과 피플의 소중한 드라마] 1편을 만들고 나서 계속 마음에 남는 물음이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칼럼에서 야외에서 기르는 이른바 마당개들에 대해 "주인을 보면 꼬리를 치며 반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반려동물이지만, 여름이면 한순간에 개장수나 장터에 팔려가는 식용동물 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며 "모호한 경계 위에 놓인 회색지대의 동물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애피소드 1화:목줄과 산책은 시골개를 얼마나 행복하게 할까 (feat.조은해 유튜버)]를 제작하면서 늘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던 모습에 '잘 안다'고 막연하게만 느꼈던 시골개(마당개)들에 대한 생각이 '스스로의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그 생명들에 대해서 사실은 잘 모르고 또 무관심했던 것이다.

"개가 물을 먹어요?"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많은 시골개들이 먹을 물조차 주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애피소드]에 출연한 이형주 대표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마당개들에게 '잔반'을 먹여 키우면서 국이나 찌개로부터 자연히 물기가 나오니까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물을 준다고 해도 자주 갈아주지 않아서 녹조가 끼거나, 추운 날씨에 얼어서 먹을 수 없게 돼버리거나, 밑이 좁은 그릇에 부어주어 그릇이 종종 엎어져 버리거나 하여 항상 목마름과 '싸우며' 살아가는 마당개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개들은 사료와 깨끗한 물을 주게 되면 아무리 굶주렸어도 일단 사료는 제쳐 두고 몇 분 동안 계속해서 물만 마신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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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개의 밥그릇에 놓인 음식 찌꺼기

굶어 죽는 개, 얼어 죽는 개도 많아….

그런가 하면 또 한 가지 새로 알게 된 사실: 개도 얼어 죽는다. 대개 개의 수명은 15년에서 2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밖에서 길러지는 개들은 길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수명이 훨씬 짧다고... 심장사상충에 감염되거나 진드기에게 물려 건강에 위협을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집이 없어서 더위와 추위는 물론 비와 눈, 심지어 태풍까지도 맨몸으로 견뎌내야 해 심지어 '동사(凍死)'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특히 짧은 목줄에 묶어서 키우거나 논이나 밭, 공장 대지 등에서 키우는 마당개들의 경우 농사 휴지기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아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아사(餓死)하거나 동사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이형주 대표는 지적했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가 야생동물이 아닌 이상, 사실 그 어떤 동물한테도 살기에 굉장히 부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견(犬)생 처음 1m 목줄을 풀어주면 일어나는 일

예전과 달리 요즘은 시골에서도 개들은 마당에 '묶어서' 키우는 일이 많아졌다. 개들 처지에서는 환경이 훨씬 안 좋아진 것이다. 옛날에는 마을에서 개들이 이리저리 마실을 다녀도 그러려니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목줄이 없으면 유기견으로 오인돼 보호소로 끌려가기에 십상이다.


품종견이 아닌 백구나 황구 같은 대형견의 경우는 입양도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안락사되기 일쑤다. 이형주 대표는 이 과정에 소요되는 보호 비용과 안락사 비용 등이 결국 세금으로 충원되는 '사회적 비용'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개들도 도시에 사는 족보 있는 반려견들과 마찬가지로 '느끼는 존재'이다. 강아지 때 목줄에 묶여 성견이 되고 삶을 마감할 때까지 1m도 채 되지 않는 길이의 목줄이 그릴 수 있는 반경 안에서, 때로는 제 키보다 짧은 목줄 때문에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 채 살아가지만, 이 개들도 목줄을 풀고 산책을 나서면 처음부터 '질주'를 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행동이 처음으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앞으로 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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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도 요일을 안다?

그리고 이내 산책을 통해 자유의 맛을 보게 된 개들은, 산책 자원봉사자들이 산책을 시켜주러 오는 그 시간 간격을 귀신같이 알고 해당 요일이 되면 아침부터 기다린다고 전했다.

개는 실내에서 기르는 게 맞다

이형주 대표는 그러면서 개는 실내에서 기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실내에서 기르지 못할 환경이라면 안 기르는 게 맞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개의 진화 과정을 들었다. 개라는 동물은 사람과 같이 어울려 살도록 진화한 동물이고 그 과정에서 다른 개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본능은 물론이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밖에서 기르는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 개들을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밖에서 지내기에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목줄 길이도 좀 늘여주고, 집라인(zip line)이라고 마당에 빨랫줄 같은 줄을 설치해 거기에 3m~5m 길이의 목줄을 매달아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게 해준다든지, 여름에는 집에 차양을 쳐준다든지, 겨울에는 집에 보온용 지푸라기를 넣어준다든지 하는 등의 '시도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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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또 우리나라 시골개들의 경우, 태어났으니까 기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1m 목줄에 평생을 매여 사는 불행한 삶'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주인들의 의사를 물어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안 좋은 것은 "1m도 채 되지 않는 목줄 때문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면서 "정말 추울 때는 조금이라도 덜 추운 곳에 몸을 갖다둘 수 있고, 배설물 정도는 피해서 다닐 수 있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갖춰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가구'처럼 '병풍'처럼 길러온 마당개들에게도 관심을...

미국 같은 경우 반려동물을 3시간 이상 묶어두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주(州)들이 있다. 또 12시간이 넘게 반려동물이 밥을 먹지 못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문을 따고 들어가서라도 먹이를 주고, 긴급 구조를 할 수 있고, 심지어 주인에게 그에 대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주(州)도 있다.


밖에서 키워야 한다면 집은 방수가 되어야 하고, 환기가 되어야 하며, 배설물은 주기적으로 치워야 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하고, 묶어놓을 때는 몸길이의 최소 몇 배는 되는 줄이어야 한다는 등의 더욱 세세한 규정을 권고하거나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이형주 대표는 "이런 것들이 개한테 뭔가 정말 대단한 것을 해주는 게 아니라 개가 개처럼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저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러는 것일 뿐, 일부러 고통을 주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시골개 또는 마당개들에 대해서도 집 안에서 기르는 반려견들을 대하듯 '관심'을 가져주고 '공감'해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그 개들도 사는 곳이나 품종, 크기는 비록 다르더라도 인간과 함께 하고 싶어하고 항상 그 자리에서 사람의 곁을 지켜준다는 점에서는 '반려동물'에 다름 아니므로…….

양영은 기자 (yeyang@kbs.co.kr)